조개껍데기 건물 만든 ‘콘크리트’의 비밀
조개껍데기 건물 만든 ‘콘크리트’의 비밀
  • 최아름 기자
  • 호수 416
  • 승인 2020.11.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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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표준 넘보는 K-콘크리트

2015년 만들어진 울릉도의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건축물 전체가 곡면이다. 조개껍데기처럼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전문용어로 ‘셸 구조’로 불린다. 이런 건축물이 존재하려면 벽면이 얇으면서도 튼튼해야 한다. 일반 콘크리트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건축물이란 거다. 그렇다면 조개껍데기 같은 이 건물은 무얼로 만들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세계 표준을 노리는 ‘K-콘크리트’의 비밀을 취재했다.

슈퍼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세사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사진=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제공]
슈퍼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세사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사진=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제공]

2015년 미국 아이오와주 뷰캐넌 카운티에 길이 15m의 다리가 만들어졌다. 큰 규모의 교량은 아니지만 특별한 게 있었다. 일반 콘크리트가 아닌 ‘슈퍼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다.

슈퍼콘크리트의 강도는 일반 콘크리트보다 5배 뛰어나고, 인장引張 강도(19㎫)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참고: 인장 강도는 특정 소재를 끊어질 때까지 당겼을 때 버틸 수 있는 최대 하중을 말한다.] 슈퍼콘크리트가 고효율 건자재를 요구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이 될 만한 새로운 건축자재’로 이목을 끈 건 그때부터다.

흥미롭게도 슈퍼콘크리트를 개발한 주인공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병석 박사가 이끄는 연구단이다. 2002년 1차 개발에 성공한 연구단은 2007년부터 슈퍼콘크리트란 이름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5년 후 국토교통부 연구과제로 선정, 상용화 작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연구단은 슈퍼콘크리트의 수명을 기존 콘크리트(50년)보다 4배나 긴 200년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런 슈퍼콘크리트가 상용화한 건 언급했듯 2015년 미국 아이오와주 교랑, 미얀마 양곤-만달레이 고속도로의 ‘카 타 먀웅(Ka Thae Myaung) 교량’에 사용되면서다. 2017년엔 강원도 ‘춘천대교’, 울릉도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가 슈퍼콘크리트로 만들어지면서 국내 첫 실적이 나왔다. 

‘춘천대교’와 ‘코스모스 리조트’는 2019년 미국 연방도로청이 주관하고 미국 콘크리트협회(ACI), 유럽콘크리트연합(EIB)이 파트너로 참여한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혁신상에서 각각 인프라 부문과 빌딩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슈퍼콘크리트의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를 통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큰 성과다. 일반 콘크리트는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30㎝ 두께로 타설해야 한다. 5배 수준의 강도를 가진 슈퍼콘크리트는 12㎝ 두께로도 충분하다. 일반 콘크리트의 60%만 사용해도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슈퍼콘크리트의 가격이 일반 콘크리트보다 비싸다는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공사에 사용되는 콘크리트의 사용량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전체 공사비를 줄이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슈퍼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춘천대교의 공사비는 일반 콘크리트를 사용했을 때보다 10% 적었다.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는 강도가 단단한 슈퍼콘크리트를 사용한 덕분에 ‘철근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장점이 있는 건 아니다. 건축물의 외관도 다양해질 수 있다. 다시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를 살펴보자. 곡면이 있는 이 건축물은 조개껍데기처럼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셸(Shell) 구조’라고 불린다. 이렇게 곡선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선 벽면이 얇으면서도 튼튼해야 하는데, 슈퍼콘크리트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덕분에 코스코스 리조트는 국내 최초로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진 건축물이 됐다.

김병석 박사는 “코스모스 리조트처럼 건물을 지탱하는 데 슈퍼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곳은 해외에서도 많지 않다”며 “해외에서는 UHPC를 구조부재가 아닌 외장재에 주로 사용해왔다”고 슈퍼콘크리트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슈퍼콘크리트는 예상대로 ‘건자재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을까. 글로벌 리서치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콘크리트 시장은 2024년 367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때쯤이면 UHPC의 비중 역시 전체의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슈퍼콘크리트를 이용한 사장교인 '춘천대교'가 완공됐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국내 최초로 슈퍼콘크리트를 이용한 사장교인 '춘천대교'가 완공됐다.[사진=연합뉴스]

슈퍼콘크리트의 생산비용이 해외 UHPC 대비 60~8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미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충분하다. 최근 건설 트렌드가 시공 기간을 줄이고 효율을 중요시한다는 점도 슈퍼콘크리트에 호재다. 상대적으로 사용량이 적은 슈퍼콘크리트를 사용하면 공기工期를 줄일 수 있어서다. 공장에서 제작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시공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 crete) 역시 슈퍼콘크리트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시장 중 한곳이다.  

김병석 박사는 “일반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슈퍼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는 준비가 돼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 해외 시장 진출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퍼콘크리트는 신소재이지만 일상과도 가깝다. 시민이 매일 다니는 곳에 슈퍼콘크리트가 쓰일 정도다. 최근 강남에서 준공한 업무용 빌딩의 내부는 슈퍼콘크리트로 마감했고, 2022년 완공 예정인 고덕대교 역시 슈퍼콘크리트로 시공 중이다. 슈퍼란 이름이 붙은 일명 ‘K콘크리트’는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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