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가 햄버거 택한 이유

“한동안 뜸하던 햄버거를 요즘 자주 먹고 있다.” 직장인 한현성(33)씨는 최근 햄버거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식자재 유통업체 신세계푸드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햄버거’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햄버거 브랜드 ‘노브랜드버거’의 가맹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버거의 가맹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버거의 가맹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칠 줄 모르던 스타벅스(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위세’가 한풀 꺾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좌석 수와 운영시간 등을 줄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422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504억원) 대비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2018년 3분기 대비 2019년 3분기) 매출액이 22.2%(1조1042억원→1조3504억원)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주춤한 셈이다. 

‘한풀 꺾인 스타벅스’가 아쉬운 건 계열사 신세계푸드도 마찬가지다. 식자재 유통업체 신세계푸드는 스타벅스에 케이크·샌드위치 등 푸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푸드의 매출액에서 스타벅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에 달했다. 

최근 수년간 스타벅스 매장이 100여개씩 늘어나는 사이, 신세계푸드의 스타벅스 관련 매출액도 연평균 25%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3분기 기준 신세계푸드의 스타벅스 관련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9%(984억원→993억원) 느는 데 그쳤다. 

신세계푸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건 스타벅스뿐만이 아니다. 신세계푸드의 주력인 단체급식·외식사업 등도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3분기 매출액(이하 누적 기준)이 9331억원으로 전년 동기(9813억원) 대비 4.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82.6%(167억원→29억원)나 쪼그라들었다. 신세계푸드로선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해진 셈이었다. 

그렇다면 신세계푸드는 어떤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흥미롭게도 답은 ‘햄버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8월 론칭한 햄버거 브랜드 ‘노브랜드버거’의 가맹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직영점 위주로 출점해오던 노브랜드버거의 콘셉트에 변화를 줬다는 얘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7월 가맹점 모집을 시작해 11월 안산중앙점ㆍ부평역점ㆍ평택역점을 잇따라 개점했는데, 올해 말까지 가맹점을 20여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 10월 송현석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 노브랜드버거의 외적 성장에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송 대표는 맥도날드·피자헛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두루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관건은 노브랜드버거가 신세계푸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 시장 상황은 긍정적이란 분석이 많다. 코로나19로 외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햄버거 업계는 나름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햄버거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브랜드버거 역시 코로나19 국면에서 누적 판매량 500만개(2019년 8월~2020년 11월)를 넘어서면서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포장ㆍ배달 음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 단기적 호재임에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른 햄버거 브랜드들이 이런저런 부침을 겪은 것도 후발주자인 노브랜드버거에 기회가 됐다. 햄버거 업계 1~2위를 다투던 맥도날드는 2017년 터졌던 ‘용혈성요독증후군(HUS)’ 논란에 또다시 직면해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한국맥도날드 등을 재고발하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3일에는 한국맥도날드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햄버거 시장 ‘신흥강자’ 맘스터치(해마로푸드서비스) 역시 지난해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에 매각된 이후 노사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노브랜드버거의 ‘호감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의 조사 결과(올 8월 9일~11월 8일)에 따르면, 노브랜드버거는 브랜드 정보량(온라인 게시물 수) 면에선 5개 브랜드(1위 맥도날드ㆍ2위 롯데리아ㆍ3위 버거킹ㆍ4위 맘스터치) 중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호감도 면에선 1위(42.7%)를 차지했다. 

그렇다고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노브랜드버거를 향한 소비자의 호감도가 가맹점 확대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자영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 측은 ‘로열티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재료 가격에 ‘마진’을 붙이는 경쟁사와 달리, 매출액의 8%만을 로열티(브랜드 사용료)로 받겠다는 거다. [※참고: 맘스터치는 발주금액(재료비)의 2%를 브랜드 사용료로 받고 있다.] 

노브랜드버거는 로열티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사진=뉴시스]
노브랜드버거는 로열티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사진=뉴시스]

회사 관계자는 “노브랜드버거의 경우, 신세계푸드가 패티부터 야채까지 직접 공급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면서 “원재료 가격에 별도의 마진을 붙이지 않아 가맹점주에게도 이로운 방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맹점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성훈 교수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로열티’ 방식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서 말을 이었다. “로열티는 매출과 연동되는 ‘러닝 개런티’ 개념인 만큼 원재료 가격에 물류비ㆍ운반비ㆍ인건비ㆍ보관비 등이 포함되지 않도록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햄버거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획일적 프랜차이즈 햄버거에 등을 돌리는 소비자도 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소비자가 독특하고 차별화한 제품을 원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트렌드다”면서 “프랜차이즈 시스템 안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차별화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푸드는 숱한 과제를 풀고, 노브랜드버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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