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이해하기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A기업과 B기업이 각각 호재를 발표했다고 치자. A기업은 음극활물질 기술을, B기업은 양극판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이득을 볼까. 정답은 A기업이다. 음극활물질은 2차전지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양극판 기술 개발은 거의 마무리돼 있기 때문이다. 2차전지 관련주에 투자하기 전에 2차전지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2차전지 테마주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2차전지 테마주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요즘 주식시장에서 제약ㆍ바이오주(코로나19 관련)와 함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테마주는 단연 2차전지 관련주다. 전세계적인 친환경 정책과 맞물려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2차전지 대장주라 할 수 있는 LG화학만 봐도 알 수 있다. 11월 18일 기준 LG화학의 시가총액은 50조7559억원인데, 연초 대비 2.3배 늘었다. 2차전지 관련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 중에는 주가가 3~4배 오른 곳도 숱하다. 시중의 돈이 그만큼 많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투자자들 중에는 해당 테마와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투자’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테마주의 맹점이기도 하다. 심지어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고 2차전지 관련주에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런 방식으로 투자하면 운 좋게 수익을 낼 수도 있겠지만, 손해볼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2차전지 관련주는 성장성은 분명해도 시시때때로 이슈가 터져 나오기 때문에 기술과 산업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은 채 투자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차전지 관련 악재라고 하더라도 그게 양극재 악재인지, 음극재 악재인지에 따라 타격을 입는 기업이 달라진다. 호재일 때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1%를 차지하는 양극판 관련 호재냐, 원가의 7~8%를 차지하는 음극판 관련 호재냐에 따라 해당 종목의 평가가 바뀐다. 

2차전지 테마주에 올라타기 전에 2차전지를 이해하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최소한 2차전지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구성요소별로 어떤 이슈가 있으며, 관련 기업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정도는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2차전지 관련주’로만 묶으면 낭패

그럼 찬찬히 2차전지를 뜯어보자.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이온배터리다. 리튬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옮겨놨다가(충전) 이를 양극으로 옮기면서(방전) 전기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구성 요소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이다.[※참고 : 중국의 CATL의 경우, 리튬인산철배터리를 생산한다. 리튬인산철배터리가 좀 더 안정적이긴 하지만 주행거리나 무게 등에선 리튬이온배터리가 월등히 뛰어나다. 따라서 리튬이온배터리가 주류다.] 

  

구성요소 양극 = 양극의 기본요소는 리튬이온을 함유한 물질과 양극판이다. 리튬이온 함유물질은 니켈ㆍ코발트ㆍ망간ㆍ알루미늄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양극활물질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을 어떤 비율로 넣느냐에 따라 리튬이온의 밀도, 안정성, 충전성능 등이 달라진다. 따라서 전기차배터리 연구는 곧 양극활물질 연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엔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니켈을 늘리는 추세인데, 그러면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안정성 보완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양극활물질 관련 기업은 전기차배터리 3사(LG화학ㆍ삼성SDIㆍSK이노베이션)를 비롯해 엘앤에프ㆍ에코프로비엠ㆍ포스코케미칼ㆍ코스모신소재ㆍ한국유미코아(비상장) 등이다. 

그럼 양극판의 역할은 뭘까. 다름 아닌 양극의 틀을 유지하는 건데, 주요 소재는 알루미늄이다. 흥미롭게도 양극판 제조사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기업간 기술격차가 별로 없는 데다 기술개발이 거의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구성요소 음극 = 음극은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물질과 음극판이 기본요소다. 리튬이온 저장물질로는 주로 흑연이 사용된다. 흑연의 장점은 안정성과 수명이 길다는 점이다. 하지만 흑연만으론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실리콘이 대체재로 이목을 끌고 있는 건데, 높은 단가와 취약한 안정성이 단점이다.

음극활물질 역시 배터리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개선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음극활물질 관련 기업으로는 포스코케미칼ㆍ한솔케미칼ㆍ노보닉스(미)ㆍ미쓰비시(일)ㆍBTR(중) 등이 있다. 

음극판은 양극판과 마찬가지로 음극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주요 소재는 구리다. 두께를 1000㎜분의 1 이하까지 만들 수 있어, 흔히 ‘동박’이라 불린다. 구리의 박막화는 거의 완성됐고, 비용 대비 효율화 작업도 마무리됐다. 남은 이슈는 단가 낮추기다. 관련 기업으로는 일진머티리얼즈ㆍSKC (자회사 SK넥실리스)ㆍ왓슨(중)ㆍCCP(대만) 등이 있다. 

구성요소 분리막 = 분리막은 배터리 내의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해주는 장치다. 주요 소재는 폴리에틸렌ㆍ폴리프로필렌 등이다. 전기차용 분리막은 내열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세라믹 코팅 후 사용한다. 건식막보다는 습식막이 대세이며, 단가를 낮추는 경쟁이 최대 화두다. 분리막 관련 국내 기업으론 SK아이이테크놀로지(비상장)가 있다. 나머지 기업들은 아사히카세이ㆍ도레이 등 일본계다. 

구성요소 전해액 = 전해액은 리튬이온의 이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리튬염ㆍ용매ㆍ첨가제로 구성돼 있고, 각각에 다양한 화학재료들이 사용된다. 전해액도 에너지 밀도나 배터리 수명, 안전성, 용량 증대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련 소재를 개발하는 게 기업들의 과제다. 국내기업 솔브레인이, 일본계(센트럴글래스ㆍ미쓰비시), 중국계(엔켐)와 경쟁하고 있다.

어떤가. 2차전지 테마는 이처럼 다양한 소재기업들과 얽혀 있다. 그만큼 이슈도 다양하다. 전기차 배터리 3사의 제품은 모두 같지 않고, 제품마다 특징이나 성능도 다르다. 제조장비 납품업체들도 다양하다. 이런 차이를 모르고 마냥 ‘2차전지 관련주’로 묶는다면 시장은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게 뻔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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