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노량진 컵밥거리, 가게는 열었는데 연 것 같지 않더라
코로나 속 노량진 컵밥거리, 가게는 열었는데 연 것 같지 않더라
  • 강서구 기자
  • 호수 417
  • 승인 2020.11.30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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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노량진 가보니…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거리가게다. 소비자가 외출을 줄이면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금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이라면 거리가게는 한숨을 지을 뿐 별다르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노량진의 명물인 컵밥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웠지만 문을 연 가게는 23곳 중 6곳에 불과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노량진 ‘컵밥거리’를 찾아가 봤다.

코로나19 탓에 노량진 컵밥거리를 찾는 손님이 더 감소했다.[사진=뉴시스] 

○○월 ○○일보다 ‘디데이’로 날짜를 계산하는 곳이 있다. 공시公試의 메카 노량진이다. 서울시 ‘사설학원 및 독서실 통계’에 따르면 노량진이 있는 동작구의 인문사회(고시·편입 학원·행정·경영 등) 학원 수는 70개로 서울시 전체(260개)의 26.9%를 차지하고 있다(2019년 기준). 이는 동작구 다음으로 관련 학원이 많은 강남구(35개)보다 두배 많은 수치다.

이런 노량진이 최근 큰 논란에 휘말렸다. 임용고시 학원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집단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노량진은 과연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을까. 우리는 2019년 1월 이후 2년여 만에 노량진과 그곳의 명물 컵밥거리를 다시 가보기로 했다. 코로나19가 불어닥친 지금, 가뜩이나 어려웠던 컵밥거리엔 또 어떤 변화가 밀려들었을까.

갑작스러운 가을 추위에 어깨가 움츠러들던 11월 24일 노량진 고시촌(노량진 1동)을 찾았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아니면 집단감염 소식 탓인지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공무원 학원 전단지를 건네던 아주머니들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동작경찰서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병훈(가명·28)씨는 “조금씩 줄어들던 아주머니들이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며 “코로나19에 노량진을 찾는 고시생이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거리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서점과 복사제본 업체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몇해 전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옷가게로 바뀌었던 대로변 건물에는 다시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입점해 있었다. 2018년 6월 문을 닫은 고시식당 ‘고구려’ 자리엔 PC방이 둥지를 틀고 있었는데, 한껏 낮아진 가격을 보여주는 홍보 문구(시간당 500원)가 침체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노량진에서 30년째 거주 중인 우진희(가명·68)씨는 “예전 아침 출근 시간에는 학원으로 가는 학생들과 직장인이 뒤엉켜 길을 걷기도 쉽지 않았다”며 “요즘은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줄어 출근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붐비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노량진을 떠난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인근 고시원은 물론 세를 주던 주택에도 빈방이 많다”고 얘기했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여파를 확인한 우리는 노량진 컵밥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참고: 2015년 조성된 컵밥거리는 노량진 만양로 입구부터 사육신 공원앞 육교까지 270m의 거리를 말한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12시 컵밥거리는 한산했다. 23개의 노점 중 문을 연 가게는 6곳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손님이 없었다. 장사 준비를 마친 주인들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통화를 하다 한번씩 거리로 눈길을 돌릴 뿐이었다. 가게를 열었지만 연 것 같지 않은 듯했다.

컵밥거리가 생기기 전부터 노점을 운영했다는 이미향(가명·70)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난리가 났다”며 “어제(11월 23일)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컵밥거리에 있는 가게가 다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19로 밖에서 음식을 먹는 걸 꺼리는 탓에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장사를 시작한 이후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노량진 컵밥거리의 어려움은 가게의 숫자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2015년 10월 28개로 시작한 가게는 5년 새 23개로 줄어들었다. 가게가 빠진 자리는 손님이 컵밥을 먹을 수 있는 쉼터가 대신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가게는 있지만 장사를 하지 않는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컵밥거리 상인들은 매출이 줄어든 이유를 경기침체에서 찾았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작은 커피숍을 운용하는 윤범준(가명·38)씨는 “노량진의 고시원·원룸텔 등은 지방에서 올라온 공시생을 보고 장사를 한다”며 “하지만 요즘은 다들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들으니 굳이 노량진으로 올라올 필요가 없어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 부쩍 감소했다”며 “요즘은 아침에 학원으로 왔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후 1시 노량진 컵밥거리를 다시 찾았다. 전날보다는 많은 가게가 문을 열었다. 23개의 컵밥거리 가게 중 13곳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에 출연해 유명해 진 몇몇 컵밥집을 빼곤 손님이 많지 않았다. 이런 컵밥거리 상인에게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건 큰 고민거리다. 컵밥거리를 찾는 손님의 발길이 더 줄어들 게 뻔해서다.

2015년 28곳으로 시작했던 컵밥거리 가게가 올해 23곳으로 줄었다.[사진=뉴시스]
2015년 28곳으로 시작했던 컵밥거리 가게가 올해 23곳으로 줄었다.[사진=뉴시스]

공시를 준비 중인 한 학생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다”며 “예전에는 컵밥을 자주 사 먹었지만 요즘은 손님이 적은 시간대가 아니면 잘 사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임용고시학원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더 조심하고 있다”며 “방역시설이 잘 돼 있는 음식점을 찾거나 패스트푸드를 먹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컵밥거리가 한산한 것과 달리 인근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이중고

컵밥거리를 찾는 손님이 적은 탓인지 문을 일찍 닫는 가게도 있었다. 오후 3시, 컵밥 집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자 한 가게 사장이 서둘러 문을 닫았다. 비교적 젊어 보이는 가게 사장은 “매출이 10만원도 안 되지만 내일 재료비를 번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면서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오전 10시쯤 문을 열어 저녁 늦게까지 장사를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장사가 전혀 안 돼서 당일 판매할 재료를 줄이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 울고 싶은데 코로나19에 뺨을 맞는 격이 됐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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