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ㆍ19 전세대책 공급효과 분석 

정부가 11월 19일 발표한 전세대책의 목표는 2년간 공공임대주택 11만4100호 공급이다. 대단지 아파트의 기준이 1000세대란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정부는 빠른 공급을 위해 민간 건설업체에 상당한 혜택도 부여했다. 건설업체들이 수년간 요구했던 용적률도 높인다. 하지만 알찬 성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공공임대주택은 지금껏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11ㆍ19 전세대책은 공공임대의 저주를 깰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11ㆍ19 전세대책 공급효과를 분석했다. 

호텔 리모델링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 대책의 11% 수준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호텔 리모델링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 대책의 11% 수준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11월 19일 전세대책이 발표되자 ‘호텔 리모델링’에 이목이 쏠렸다. 도심 내 과잉 공급된 호텔이나 공실이 많은 비주거 건물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사용하겠다는 취지의 대책이었는데, 미디어는 ‘호텔 리모델링’의 성과와 기대효과를 집중 조명했다. 

미디어가 ‘호텔 리모델링’에 집중한 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 눈으로 볼 만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 4월 입주를 시작한 역세권 청년주택인 ‘숭인동 영하우스’가 호텔을 리모델링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혹독한 평가를 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지난 4월 이후 영하우스를 둘러싸곤 사실상 ‘쪽방’이 아니냐는 평가와 함께 청년들이 매달 ‘비싼 호텔 서비스’ 비용을 내야 한다는 쓴소리가 이어진 탓이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지금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점이다. 호텔 서비스 비용은 폐지됐고, 카펫이 그대로 깔려 있던 바닥도 재정비했다. 8월 숭인동 영하우스는 만실이 됐고 현재까지 공실도 없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호텔 리모델링’을 공격하는 데 투자할 만큼 이 대책의 비중은 크지 않다. 2022년까지 정부는 11만4100호의 공공임대주택을 전국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여기서 호텔이나 낡은 상가를 리모델링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가 1119 전세대책을 더 큰 틀에서 살펴보고 검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번 1119 대책에서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공전세’와 ‘매입형 임대주택’이다. 정부도 11월 19일 대책을 발표한 뒤 일주일 만인 11월 26일 ‘공공전세’와 ‘매입형 임대주택’을 위한 구체적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11만4100호에 이르는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임대시장은 안정될 수 있을까. 

하나씩 따져보자. 정부가 발표한 공공임대 11만4100호는 2년에 걸쳐 공급된다. 2021년 상반기에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2만4200호, 하반기 1만8600호가 예정돼 있다. 한 해 물량만 4만2800호다.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매달 정부가 수도권 시장에 풀어놓는 임대주택은 3566호다.

이만하면 충분한 공급일까. 전세 물량이 부족하다고 했던 시점부터 사라진 계약을 살펴보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2019년 9월 거래된 아파트 전세는 2만3245건이었다. 2020년 9월엔 16.5% 줄어든 1만9397호가 공급됐다. 2019년과 비교해 3848건의 전세 계약이 덜 체결된 셈이다. 내년에 월 3566호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82호(3848호-3566호)가 모자란 셈인데, 이 정도면 공급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내용을 서울에만 대입해보자. 1119 전세대책에 따라 서울에 공급되는 공공임대 물량은 2021년 상반기 8900호, 하반기 1만700호다. 1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1만9600호, 월평균 1633호다. ‘대단지 아파트(1000세대)’ 1개를 훌쩍 넘는 규모다. 

‘대단지 아파트’가 매달 하나씩 추가된다면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세 수요가 일정하지 않은 데다, 시장 안정을 위한 정확한 공급량은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단기간에 이 정도 물량이 쏟아진다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18년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사례를 들어보자. 여기에선 1558가구가 일반 분양됐고,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541건의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가장 활발했던 4개월(2018년 12월~2019년 3월)간 평균 전세 거래 건수는 307건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은 이 기간 강남 3개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단지 입주를 원인으로 꼽았다. 대규모 단지가 있는 송파구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구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공공임대물량을 계획대로 빠르게 쏟아낼 수 있느냐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11월 26일 발표된 공공임대 공급 세부 시행방안의 초점도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데 맞춰져 있다. 정부가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뽑아 든 카드는 ‘민관협력’이다. 공공임대 방안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주택 형태가 민간 물량을 사들이는 ‘매입약정(2년간 전국 4만4000호)’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 사업자가 만든 주택을 정부가 사들여 수요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당장 12월 7일부터 사업설명회가 시작되고 올해 안에 매입을 시작한다. 약정이 체결된 물량은 곧바로 입주자 모집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사 유인책 먹히려나

민관협력의 중심축인 건설사 유인책도 파격적으로 내놨다. 무엇보다 역세권 주거지역 용적률을 역세권 청년임대(용적률 600%)보다 높은 700%를 적용하기로 했다. [※참고: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LG유플러스 본사 건물의 용적률이 716%다.]

건설자금을 1%대 저리로 융자받을 수 시스템도 만들었다. 도심 내 공급을 많이 한 건설사는 공공택지 사업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세제혜택까지 더해지니, 민간 공급을 늘리기 위한 수단을 총동원한 셈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공공임대 주택공급은 단기간에 다량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자연히 시장 가격도 하향조정될 수 있다. 

문제는 공급 이후다. 공공임대주택은 지금껏 시장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입주자 조건이 있기 때문에 시장 가격과 경쟁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임대주택 자체의 품질을 의심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부는 소득 기준을 낮춰 전세가 필요한 수요자에게 기회를 더 주겠다고 했다. 11만4100호는 2년간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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