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OOK Review] 풍요-불화사회, 풍요-화목사회
[Weekly BOOK Review] 풍요-불화사회, 풍요-화목사회
  • 이지은 기자
  • 호수 417
  • 승인 2020.12.01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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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중독사회」
한국에 필요한 45가지 사회심리학적 통찰
우리 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으나 과거보다 더 큰 고통과 불행이 동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 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으나 과거보다 더 큰 고통과 불행이 동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 ‘전거지(전세 사는 거지)’ ‘이백충(월소득 200만원 이하인 사람)’. 소득과 주거 형태를 소재로 사람을 비하하는 신조어다. 돈과 부동산으로 계층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심리가 만연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학기술과 생산력의 급격한 발전으로 세상은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인류는 더 심각한 정신질환과 사회악에 시달리고 있다. 물질적 풍요 수준의 상승과 함께 불안 관련 정신장애나 우울증 등의 질환을 앓는 비율도 높아졌다. 

신간 「풍요중독사회」는 계층 속에서 불안을 방어하고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돈과 물질적 풍요에 의존하게 된 사회를 분석한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인의 삶을 ‘학대를 피해 미친 듯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지적하며, 평가 불안ㆍ존중 불안ㆍ학대 불안ㆍ추방 불안 등 각종 불안에 시달리는 한국사회에 필요한 사회심리학적 진단과 처방을 제시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는 사회적으로는 더 많은 경제성장을 향해,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물질적 풍요만이 능사가 아님을 인지하면서도 사람들은 부유한 삶을 좇고 그로 인한 계층 속에서 상처받는다. 이 책은 각종 불화와 혐오심리가 팽배해진 현상을 진단하고, 여기서 벗어나 물질과 정신건강이 대등하게 보장된 사회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본다.

우리는 경제력에 따라 거주지가 분리되고, 직업도 일자리도 불안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 저자는 지금의 사회를 “과거엔 기껏 4~5층짜리 계층 피라미드 사회였다면, 오늘날은 100층이 넘는 계층 피라미드 사회”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연봉이나 재산뿐만 아니라 지위ㆍ직업ㆍ학력ㆍ외모 등 물질을 상징하는 모든 것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 사회를 ‘물질과 정서(심리)’ 두 측면에서 바라볼 때 기준이 되는 키워드로 ‘가난과 풍요’ ‘불화와 화목’을 꼽으며, 다음과 같이 사회유형을 분류한다. 첫째 ‘한 쪽밖에 없는 콩을 서로 차지하려 싸우는 가난-불화사회’, 둘째 ‘콩 한 쪽이라도 나눠 먹는 가난-화목사회’, 셋째 ‘먹을 것이 넘쳐나지만 극소수가 독차지해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는 풍요-불화사회’, 마지막으로 ‘먹을 것이 풍족하고 사이 좋게 나눠 먹는 풍요-화목사회’다. 저자는 1990년대 이전까지의 한국은 ‘가난-화목사회’이고, 21세기 이후는 ‘풍요-불화사회’라고 정의한다.

특히 21세기에는 과거보다 훨씬 더 불평등한 사회가 됐는데, 이는 경제적 차이를 당연하게 계층화·계급화하는 사람들의 보편적 심리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할 일은 절벽 아래에 구급차를 대기하는 사회가 아닌, 사람들이 절벽으로 몰려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를 절벽 끝까지 몰고 가는 가장 큰 원인인 각종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서로에게 단단한 안전 밧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불안한 중독자’를 만드는 풍요-불화사회가 아닌, 동일한 계층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연대하는 풍요-화목사회의 시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한다. 

세 가지 스토리 

「서울 해법」
김성홍 지음|현암사 펴냄 


서울이 수도로 정해진 지 630여년이 돼간다. 그동안 서울은 녹지를 제외한 면적의 70%가량을 갈아엎었다. 결국 서울은 ‘누더기’ 같은 조직이 됐다. 이 책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서울의 땅과 건축을 심층 분석한다. 서울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도시의 외적 힘’과 ‘건축의 내적 원리’ 간의 충돌, 갈등, 타협, 전복 등에 관한 이야기다. 서울을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짚어낸다.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이선 지음|궁리 펴냄


식물생태학 박사인 저자는 10년 전 하동 송림을 거닐었다. 우연히 하늘을 바라봤는데, 소나무들이 서로 맞물려 가지를 뻗은 모습을 보고 ‘누울 자리를 봐가며 다리를 뻗는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식물이 사는 모습이 우리 인간사회와 닮아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산과 들을 쏘다니며 접한 식물들을 통해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식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24가지 삶의 화두다.


「그 좋았던 시간에」
김소연 지음|달 펴냄 


김소연 시인의 여행 산문집이자 ‘코로나19 이전의 세상’ 이야기다. 저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자유롭고 따뜻했던 시간을 소환한다. 당시 그에게 여행이란 ‘우주를 독식하는 시간’이자 ‘도처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믿기지 않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언택트 시대에 익숙해지는 사람들에게 콘택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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