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中

많은 이들이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산다. 일상이 공개되는 SNS 등이 유행하면서다. 하지만 ‘보여주기 삶’은 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이를테면 고장도 안 난 가전제품을 바꾼다든지, 수수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비싼 헤어숍을 다닌다면 돈을 모으기 힘들다. 이른바 ‘있어빌러티’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재무목표를 확고하게 세우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소비습관을 체크해 봤다.

‘있어빌러티’에 신경 쓰면 지출 다이어트에 실패할 공산이 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있어빌러티’에 신경 쓰면 지출 다이어트에 실패할 공산이 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신동준(가명·48)씨와 김선경(가명·45)씨 부부.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부부의 가계부는 매월 마이너스를 찍었다. 그도 그럴게 신씨는 매월 용돈으로만 157만원을 쓰고 있다. 직장상사들과 자주 골프를 치다 보니 생긴 비용이라고 말하는데, 액수가 너무 컸다.

가계부가 적자가 나도 골프를 쳐야 하는 사연은 있었다. 골프를 함께 치는 상사들이 신씨가 예전보다 조건이 훨씬 좋은 새 직장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준 ‘은인’이라서다. 쉽게 말해, ‘접대 골프를 쳐야 하기 때문에 용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는 게 남편의 주장이었다. 남편은 “내 욕심 때문에 허투루 쓰는 비용이 없다”고 말하지만, 아내의 용돈(30만원)에 비해 비상식적으로 많은 용돈은 줄일 필요가 있었다.

부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골프뿐만이 아니었다. 가계부를 살펴보니 곳곳에서 돈이 줄줄 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차 상담에서 살펴본 결과, 월 731만원을 버는 부부(남편 521만원·아내 210만원)는 소비성지출 621만원, 비정기지출 113만원, 금융성 상품 42만원 등 총 776만원을 쓰고 45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 일단 흑자로 돌리기 위해 신씨의 용돈(157만→100만원)과 유류비(62만→52만원) 등 총 67만원을 줄여 22만원의 잉여자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한참 부족했다. 부부가 세운 목표는 노후 자금→자녀 교육비(대학까지)→가전제품 구매비용을 순서대로 마련하는 건데, 이를 대비하기엔 여유자금이 턱없이 모자랐다. 더구나 부부는 이번에 가전제품을 모조리 바꿀 결심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부부가 재택근무하는 시간이 늘었는데, 집에만 있다 보니 10년 넘게 쓰고 있는 가전제품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는 “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더 좋은 제품이 시중에 많이 나왔는데 집에 있는 것들이 고장이 나지 않아 바꾸질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재무상담으로 여유자금이 생기면 싹 다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교체 예산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김씨는 “1400만원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필자는 “고장이 나지 않은 가전제품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는가”라고 설득했다. 노후 준비부터 자녀 교육비까지 제대로 준비하려면 비용이 만만찮게 들 텐데, 가전제품을 한번에 바꾸는 건 무리가 있다는 뜻이었다. 더구나 가전제품은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 나가면 큰 부담이 없어 재무목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어보자. 먼저 정수기 렌털(5만원)을 살펴봤다. 신씨 부부는 풀옵션이 딸린 정수기를 쓰고 있는데, 요즘 새로 나오는 가전제품을 보면 냉장고 등에 비슷한 기능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약정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수기를 교체하면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위약금을 물고 저렴한 정수기를 사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더 이득이다. 부부는 현재 렌털하는 곳에서 가장 저렴한 정수기로 교체하기로 했다. 따라서 렌털비는 5만원에서 2만원으로 3만원 줄어들었다.

월 68만원에 이르는 보험료도 손을 봤다. 부부는 종신보험은 물론 암보험, 치아보험 등 다양한 보험에 들고 있었다. 치아보험의 경우, 임플란트부터 틀니까지 다양한 항목을 보장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신씨 가족 중에 치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보험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약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부부와 아들(14)까지 치아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이 보험은 없애기로 했다.

암보험 역시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가족 중 암에 걸린 이력이 없는 데다, 다른 보험이 암 관련 보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부는 68만원의 보험료를 38만원으로 30만원 줄였다. 치아보험과 암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150만원)은 통신비에서 발생한 기기값을 전부 갚는 데 쓰기로 했다.

다음은 통신비(27만원)인데, 여기선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일반적으로 통신비가 많이 나오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짧다. 기존 스마트폰의 기기값을 전부 내기도 전에 새 스마트폰을 쓰다 보니 2개폰의 기기값을 동시에 내기 때문에 금액이 커지는 거다. 좋은 가전기기에 욕심을 내는 남편은 항상 새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바꿔 왔는데, 앞으로는 그런 습관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언급했듯 부부는 해지한 보험 환급금(150만원)을 전부 활용해 신씨의 기기값을 냈다. 따라서 통신비는 27만원에서 15만원으로 12만원 절감됐다.

마지막으로 미용비(20만원)도 줄였다. 특이하게도 이 부부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비정기지출이 아닌 소비성지출에서 미용비가 발생하고 있었다. 1년 평균 액수가 아닌 매월 꾸준히 20만원을 머리에 쓰고 있다는 얘기다. 머리에 관심이 많은 남편은 굳이 비싼 헤어숍에서 파마는 물론 염색까지 했다. 김씨도 미용비를 꽤 쓰고 있었다.

남편은 “요새 코로나19로 골프장 모임이 줄어든 대신 상사들과의 가족 모임이 늘었는데, 모임에서 지나치게 수수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싼 헤어숍을 자주 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미용비로 월 20만원을 쓰는 건 과하다. 부부를 설득해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였다.

마지막으로 신씨의 용돈을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한번 더 줄였다. 신씨는 “금액을 이렇게 줄이면 골프를 거의 칠 수 없을 지경이다”면서 불평을 늘어놨지만 가계 목표를 위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골프 비용은 신씨가 간헐적으로 받는 상여금에서 가져다 쓰기로 했다.

이제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정수기 렌털(5만원→2만원), 보험료(68만원→38만원), 통신비(27만원→15만원), 미용비(20만원→10만원), 남편 용돈(100만원→50만원) 등 총 105만원을 줄였다. 지난 상담에서 줄여 얻은 잉여자금(22만원)을 더하면 부부는 총 127만원의 저축여력을 모으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이 금액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재무설계를 마칠 수 있을지 다음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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