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국내 제약업계는 최근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약가 인하와 같은 정책적 리스크가 겹쳤다. 원부자재 가격상승과 다국적 제약사의 전방위적 압박도 국내 제약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300여개 제약사들은 저마다 새로운 동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동제약 하면 으레 우황청심원과 쌍화탕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회사의 빅히트 제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11년 전 마시는 비타민 음료 비타500을 선보인 후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의 ‘성공작’을 잇따라 출시했다.

광동제약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구개발(R&D) 의지다. 무엇보다 매출 대비 R&D 투자비율은 5%가 넘는다. 최근 3년 동안 선진 의약품 생산시설(KGMP) 보강에 3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중앙연구소의 연구인력만 40명에 달하는 데다 별도의 ‘R&D I’라는 연구개발 조직도 있다. 임원(상무이사)이 이끄는 ‘R&D I’는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기획 프로젝트를 발굴·관리한다. 라이선싱-바이오의약품의 공동연구도 수행한다.

이런 노력은 알찬 열매를 맺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에도 성장속도가 느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의약품 매출은 1180억원으로 2009년(907억원)보다 30% 증가했다. 세계불황도 광동제약의 성장세를 막지 못한 셈이다.

회사 규모도 이젠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했듯 광동제약의 의약품 매출은 118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제약사 중 상위 10% 이내에 해당한다. 웬만한 중견 제약업체의 실적규모를 능가하는 수치다.

특히 광동제약의 상품매출 비중은 4%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연매출 상위 제약사 대부분은 상품매출 비중이 20~50%에 이른다. 상품매출은 의약품을 다른 회사에 위탁생산한 후 자사의 이름만 붙여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광동제약의 상품매출 비중이 작다는 것은 직접 기획해 생산·판매하는 의약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광동제약이 연간 10여종 이상 신규 의약품을 출시하는 데다 새로 내놓는 제품 중에는 소비자의 복약 편의성을 고려한 아이디어 제품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창업 초기부터 쌍화탕·우황청심원 등 한방생약 액상제제 생산으로 쌓아 온 노하우가 건강음료 비타500·옥수수수염차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것 같다”며 “광동제약이 성공하면 미투 제품이 금방 쏟아져 나오지만 일반 음료업체와는 출발점이 달라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