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블폰 시대 정말 빨리 올까

폴더블폰이 등장한 지 불과 1년. 그런데도 시장은 벌써 롤러블폰 시대를 말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스마트폰의 모양새가 ‘바(Bar)’ 형태를 유지해왔다는 걸 감안하면 변화의 속도가 유독 빠른 듯하다. 문제는 일찌감치 출시된 폴더블폰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데, 롤러블폰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롤러블폰은 아직 시기상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롤러블폰에 숨은 시기상조론을 취재했다. 

폴더블폰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과제가 숱하다.[사진=연합뉴스]
폴더블폰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과제가 숱하다.[사진=연합뉴스]

2019년 9월 6일은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변곡점이었다.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 출시된 날이기 때문이다.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활짝 열어젖힌 이후 12년여 만의 변화였다. [※참고 :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이 출시한 플렉스파이다. 하지만 플렉스파이는 완성도와 생산성이 떨어져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2020년 11월, 시장에선 벌써부터 ‘새로운 스마트폰’을 향한 기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엔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폰이다. 터무니없는 기대감은 아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롤러블폰 출시를 암시하는 정보를 흘리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불씨를 지핀 건 LG전자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14일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윙’을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영상 말미에 깜짝 등장한 실루엣에 쏟아졌다. ‘롤러블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함께 롤러블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LG전자가 직접 예고 영상을 선보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한달여 뒤인 10월엔 중국 가전업체 TCL의 롤러블폰 시제품 시연 영상이 유출됐다. 패널이 위아래나 양옆으로 말려 들어가는 두가지 형태의 롤러블폰이었다. 어설픈 점이 많았지만 롤러블폰의 실제 구동 영상이 공개됐다는 점만으로도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이후에도 롤러블폰 소식은 줄줄이 쏟아졌다. 얼마 전엔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는데, 이 부회장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롤러블폰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강자 오포 역시 시제품을 공개하며 롤러블폰 대전에 참전했다. 

그렇다면 정말 롤러블폰 시대가 곧 열리는 걸까. “2021년 3월께 LG전자의 첫 롤러블폰이 출시될 것”이라는 일부 전망대로라면 4개월여 후엔 롤러블폰의 경이로운 기술을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대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유가 뭘까. 

롤러블폰이 시장에서 통하려면 3단계를 거쳐야 한다. 구현할 수 있는 단계→양산 가능한 단계→사용자환경(UI)을 갖춘 단계다. “왜 굳이 롤러블폰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UI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롤러블폰은 아직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롤러블폰을 만드는 데는 기술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지만 품질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건 또다른 문제다. 이는 출시된 지 1년여가 흐른 폴더블폰도 여전히 안고 있는 리스크다. 접히는 부분의 내구성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폴더블폰 패널은 여러 층의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만드는데, 각각의 레이어가 탄성력이 다르고 복원력이 다르기 때문에 오랜 시간 접으면 벌어지게 마련”이라면서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는 삼성전자도 이 문제를 약 2년밖에 보증하지 못하는 수준인데, 롤러블폰에선 품질 관련 리스크가 더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도 그럴 게 롤러블폰이 폴더블폰보다 휘어지는 부분이 월등히 많아 내구성 문제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의 주장처럼 내구성 문제를 걱정할 필요 없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롤러블폰이 과연 양산 가능한 단계에 있느냐다. 이는 가격의 문제이기도 하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품질의 양산성도 있지만 가격의 양산성도 있다”면서 “롤러블폰에는 비싼 원자재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로썬 단가를 낮출 만한 요인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폴더블폰에 빗대보면 더 확실해진다. 폴더블폰 역시 가격 면에서 진입장벽이 높은데, 롤러블폰은 어느 정도겠느냐는 거다. 가령,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Z 폴드와 갤럭시Z 플립의 출고가는 각각 240만원, 165만원에 이른다. 롤러블폰은 이보다 더 비쌀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롤러블폰이 폴더블폰보다 2배 정도 비싸다고 해도 다행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롤러블폰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롤러블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UI를 구축하고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롤러블폰이 합리적인 가격에 양산되더라도 뒤를 받쳐줄 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건데, 이를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UI를 구축하려면 제조사의 역량뿐만 아니라 OS 공급업체와 앱 개발사들의 노력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찌감치 출시된 폴더블폰과 스위블폰(LG 윙)도 아직 완전한 UI를 구현하지 못했다. 남상욱 연구위원은 “롤러블폰이 당장 출시되더라도 UI가 갖춰지는 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폴더블폰도 기본 앱을 제외하곤 멀티윈도(화면 분할)나 큰 화면에 적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폴더블의 특성을 이용한 앱이나 아이디어가 중요한 데 이게 아직 없다. 앱 개발사 입장에선 iOS와 안드로이드 두 버전으로 앱을 내는 것조차 부담이다. 여기에 폴더블폰용과 롤러블폰용까지 만들어야 하니 당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 게 당연하다.”

이처럼 롤러블폰의 상용화를 막는 걸림돌은 숱하다. 롤러블폰을 출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폴더블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득보단 실이 클 수도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폴더블폰이 출시된 지 불과 1년여밖에 안 됐다. 생산설비의 감가도 아직 빠지지 않았다. 롤러블폰을 만들려면 생산라인ㆍ모듈라인을 다시 깔아야 하는데, 굳이 출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롤러블폰이 폴더블폰보다 월등히 좋다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롤러블폰을 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롤러블폰이 폴더블폰보다 한단계 높은 기술이더라도 시장의 수요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폴더블폰은 기존(스마트폰)의 행동양식과 비슷한 편이다”면서 “반면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보기만 할 땐 좋지만 입력을 해야 하는 스마트폰에선 되레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시된 지 1년이 훌쩍 흐른 폴더블폰도 아직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 하물며 롤러블폰이라고 다를까. ‘구현 단계’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롤러블폰이 시장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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