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

김수영 시인의 시를 작품 전반에 사용한 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의 막이 오른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김수영 시인의 시를 작품 전반에 사용한 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의 막이 오른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586세대는 소위 말하는 민주화 세대다. 부정한 정치권력을 뒤엎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세대이기도 하다. 자본권력이 정치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세상을 마주한 이들이다. 현실과 신념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같은 시기를 겪은 이들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연극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지켜온 가치와 신념을 두고 고민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작품은 간단하지만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은 유혜율 작가의 희곡 데뷔작으로, 김수영 시인의 시를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를 통찰한다. ‘그 밤을 생각하며’ ‘봄밤 ‘달나라의 장난’ ‘사랑의 변주곡’ 등 여러 시가 작품에 흐른다. 50대가 된 2020년의 586세대가 주인공이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괴로워하며 하루하루 쫓기는 인간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사회에 여전히 유용한 존재인지 고민에 빠지는 인물을 이야기한다. 시민단체 부대표로 활동하는 ‘형진’은 대학 동기 ‘윤기’의 기일을 맞아 친구 ‘현’ ‘시형’과 함께 술자리를 갖는다. 형진은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삶을 살아왔다. 

그에게 현은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겠나”라며 반문한다. 형진은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부딪치는 자신을 자책한다. 애썼지만 이룬것이 없다는 생각에 흔들리는 형진에게 윤기가 찾아온다. 윤기는 김수영의 시를 읊어주며 형진을 위로한다. 

유혜율 작가는 작품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하나의 얼굴이 있는 것 같다. 영웅의 얼굴이 아닌 신념을 지키다 죽어간 이름 없는 얼굴에 가깝다. 이들이 중요한 순간에 사람들에게 구원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20대에 스러진 윤기의 캐릭터는 이 얼굴에서 나왔다.” 작품의 연출은 ‘율구’ ‘괴벨스 극장’ 등으로 사회 전반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이은준이 맡았다.

국립극단의 신작 박굴 프로젝트 ‘희곡우체통’의 두번째 작품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12월 3일부터 20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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