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graphic | 맥주 색깔 전쟁
테라의 진격과 한맥의 테스트

하이트진로에 이어 오비맥주가 녹색병 맥주 ‘한맥(HANMAC)’을 출시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하이트진로에 이어 오비맥주가 녹색병 맥주 ‘한맥(HANMAC)’을 출시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오비맥주가 지난 7월 맥주 신제품 ‘한맥(HANMAC)’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아직 정식 출시 전으로 서울·부산 등 일부 지역 대형마트 등에서 한정 판매하고 있다. 오비맥주 측은 “소비자 의견을 반영 중인 테스트 제품이다”면서 “‘깔끔한 맛’을 강점으로 내세워서인지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맥이 기존 ‘갈색병’이 아닌 ‘녹색병’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한편에선 “하이트진로의 녹색병 맥주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3월 론칭한 ‘녹색병 테라’가 단숨에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테라는 출시 1년 6개월여 만인 지난 9월 누적 판매량 12억병을 달성했다. 카스가 누적 판매량 10억병을 기록하는 데 2년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셈이다. 이런 ‘테라 효과’로 하이트진로의 올 3분기 맥주 사업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2% 늘어난 233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오비맥주(카스)로선 테라를 견제하는 게 과제가 된 셈이다. [※참고: 테라 출시 이후인 지난해 오비맥주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9.1%(1조6981억원→1조5421억원), 영업이익은 20.3%(5145억원→4089억원) 감소했다.] 이는 한맥의 콘셉트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오비맥주는 한맥을 “국내산 햅쌀을 사용해 만든 진정한 코리안 라거”라고 홍보하고 있다. 테라가 ‘호주산 청정 맥아’를 강점으로 내세운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맥아를 사용할 경우 ‘풍부한 맛’이, 쌀을 사용할 경우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소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다. 출시 4개월여가 흐른 지금 한맥을 두곤 “뜨뜻미지근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정판매 제품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괜찮은 성적표라고 말하긴 어렵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초반 실적’은 완전히 다른 셈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맥주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코로나19로 맥주 시장이 쪼그라든 만큼 한맥이 자리 잡는 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리 없이 시작된 녹색병 맥주경쟁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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