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탄소중립 가능할까

지난 10월 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한 조치다. 하지만 정부가 이 선언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도, 소비자도, 하물며 정부도 ‘탄소중립 현실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급출발만 하지 않아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사진=뉴시스]
급출발만 하지 않아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환경규제가 훨씬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강력한 환경규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정 재가입, 2035년 전력분야 탄소배출량 제로화,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등을 내세우고 있다. 수출 상품에는 탄소세도 부과할 방침이다. 수출이 기반인 우리나라로선 이런 국제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건 그래서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언과 현실에 괴리가 있어서다. 일례로 전력 산업에서는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화력발전이 되레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증가했다. 국내에서 신규로 짓는 석탄화력발전소만 7개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전체 에너지의 6%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친환경 차량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유럽에서처럼 내연기관차의 판매 중지를 선언한 건 아니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도 내연기관차 생산ㆍ판매 중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만들어놓은 설비를 활용하기 위해 디젤엔진을 탑재한 신차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은 차보다는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성향 역시 탄소중립 현실화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정부도 체계적인 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거다.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탄소중립 현실화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2018년 판매된 자동차의 탄소발자국(48억톤ㆍt)이 같은해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9%에 이른다는 통계(그린피스)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참고 : 탄소발자국은 자동차 생산부터 사용(10년간 20만㎞ 운행) 후 폐기까지 자동차 생애에서 발생하는 총 탄소배출량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대단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변화를 위해선 시간도, 준비도 필요하다.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홍보나 캠페인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5.73toe(석유환산 t)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4.10toe보다 약 40% 높다.

결국 에너지를 펑펑 쓰는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는 건데, 그러기 위해선 에코드라이브의 생활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8년 에코드라이브 운동이 시작된 이후 한동안 열심히 했지만 열기가 많이 식었다. 다시 한번 캠페인에 불을 지필 필요가 있다. 에코드라이브는 단기간에 효과가 나오는 데다 미세먼지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전습관만 바꿔도 탄소 감소

이를 입증할 만한 사례는 숱하다. 가령, 급출발ㆍ급가속ㆍ급정지 등을 하지 않으면 에너지 사용량을 약 30% 줄일 수 있다. 서울에 등록된 자동차 300만여대가 하루 공회전을 5분만 줄여도 연료비는 789억원, 온실가스는 9만3000t, 초미세먼지는 6.4t이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노력들을 체계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려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래야 향후 더 활발한 캠페인을 이끌어낼 수 있다. 친환경차의 보급이나 활성화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 20~30년 내에 현실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제어할 수 있는 최적의 기법을 당장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그 대상은 지금 길거리를 누비는 2400여만대의 내연기관차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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