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흔적과 기억
그들의 흔적과 기억
  • 김미란 기자
  • 호수 417
  • 승인 2020.12.04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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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개인展
➊예수, Oil on canvas, 77.4×1167.5㎝, 1994 ➋목련, Oil on canvas, 25.7×17.7㎝, 2020 ➌전봉준, Oil on canvas, 162×130㎝, 2018 ➍백두, Oil on canvas, 283×680.6×㎝, 2020
➊예수, Oil on canvas, 77.4×1167.5㎝, 1994 ➋목련, Oil on canvas, 25.7×17.7㎝, 2020 ➌전봉준, Oil on canvas, 162×130㎝, 2018 ➍백두, Oil on canvas, 283×680.6×㎝, 2020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한 필체를 화폭에 담아 온 권순철 작가가 4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흔적(Trace)’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지난 50년 한국인의 삶과 역사에 관여했던 사건과 인물을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오랜 시간 한국의 산과 강, 한국인의 얼굴을 반복적인 덧칠로 표현해왔다. 겹겹이 쌓인 오일페인트로 탄생한 얼굴은 누군가의 얼굴이 됐다가 모두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흔적 같기도 하다. 작가는 사라져가는 형상들의 흔적을 남기며 그들의 존재를 생각하고, 또 기억한다. 

제1전시장에선 한국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암시하는 ‘넋’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겪은 한국전쟁에 트라우마를 작품으로 승화해왔다. 마무리되지 않은 전쟁의 흔적을 화폭에 드러내는가 하면 고난 속에서도 인간정신을 잃지 않는 모습을 표현한다. 

테라코타(점토를 구운 것)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시장과 기차역·버스터미널·공원 등을 다니며 만난 인간군상을 스케치해 테라코타로 만들었다. 해학과 익살이 가득한 얼굴들은 민초의 모습과 닮았다.

제2전시장은 ‘위안부’ 시리즈로 이뤄져 있다. 작가는 일제강점기라는 거대한 역사에 묻힌 개인의 상처를 ‘위안부’라는 주제로 드러낸다.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성적 학대와 폭력을 당하지만 전쟁 이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존재들의 고통을 추상화 방식으로 그렸다. 9점의 ‘목련’ 시리즈를 통해선 인생의 봄을 훼손당한 그들의 삶을 위로한다.

제3전시장에선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대형 풍경화 ‘백두’와 ‘한라’를 만날 수 있다. 각각 1000호, 500호에 달하는 크기의 풍경화는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듯 웅장하다. 그와 더불어 오랜 시간 지속해온 ‘유관순’ ‘윤봉길’ ‘전봉준’ 등의 얼굴 시리즈도 소개되고 있다.

가나아트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대상 자체가 가진 질감 또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작가만의 해석을 한눈에 되짚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불러낸 대상들을 만날 수 있는 ‘흔적’ 전시는 오는 12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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