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호실적 오리온의 명암

올 3분기 코로나 국면에서도 성장을 일군 몇몇 기업이 조명을 받고 있다. 그중엔 오리온도 있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12.7%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초코파이와 꼬북칩이 국내외 시장에서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제는 지난해 출시한 먹는샘물 ‘제주용암수’가 여전히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오리온의 명암을 취재했다. 

오리온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사진=뉴시스]
오리온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사진=뉴시스]

“두마리 토끼(성장성과 수익성)를 다 잡았다” “74년생 초코파이가 선전했다”…. 제과업체 오리온을 두고 증권가에서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리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오리온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이하 연결기준)은 5974억원으로, 전년 동기(5299억원) 대비 1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 신장한 1078억원(2019년 3분기 1017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 기록을 새로 쓴 셈이다. 오리온 측은 “3분기는 중국ㆍ베트남 등에서 ‘명절’ 이슈가 없는 시기였던 만큼 우리의 ‘순수한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오리온이 호실적을 거둔 건 숱한 효자상품 덕분이다. 무엇보다 공전의 히트상품 ‘초코파이’가 제몫을 톡톡히 했다. 초코파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ㆍ베트남ㆍ러시아 등에서 대표적인 ‘K-푸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리온이 1993~1995년 이들 국가에 초코파이 수출을 시작한 데 이어 현지법인ㆍ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공을 들여온 결과다. 올해 3분기까지 전세계(한국ㆍ중국ㆍ베트남ㆍ러시아)에서 팔려나간 초코파이는 3301억원어치에 달할 정도다


특히 올해엔 초코파이를 새롭게 선보인 ‘시리즈’ 제품들이 매출 성장세를 이끌었다. 중국에선 올해 상반기 출시한 ‘초코파이 딸기’ ‘찰초코파이’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초코파이 매출액이 43.0%(3분기ㆍ전년 동기 대비 기준) 증가했다. 러시아에선 라즈베리ㆍ체리ㆍ블랙커런트ㆍ망고 등 잼이 들어간 초코파이를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당연히 현지법인 실적도 껑충 뛰었다. 러시아 법인의 경우,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1%, 영업이익은 46.2% 늘었다. 중국 법인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각각 14.4%, 1.6%를 기록했다. 3ㆍ4선 신흥도시로 시장을 확대한 게 성과로 이어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머무는 소비자가 늘면서 스낵 수요가 증가했다”면서 “여기에 신제품 효과로 현지법인의 실적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오리온이 초코파이 같은 ‘스테디셀러’에만 의지했던 건 아니다. 전에 없던 ‘현지화 상품’도 제몫을 해냈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양산빵 신제품 ‘쎄봉(C’est Bon)’에 이어 올해 상반기 쌀과자 ‘안(An)’을 출시했는데, 두 제품은 3분기에만 각각 40억원,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사이 국내에선 지난 9월 출시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이 ‘제2의 허니버터칩’ 열풍을 일으켰다. 이 제품은 오리온이 2017년 출시한 ‘꼬북칩’의 시리즈 중 하나인데, 네겹의 칩에 발린 초콜릿과 츄러스 특유의 슈가 토핑이 특징이다.

생수 사업도 빛 볼까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은 출시 직후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품귀현상을 빚었다. 일부 온라인 중고마켓에선 편의점 판매가격의 두배가량에 거래되기도 했다. 실제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은 출시 두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 350만봉을 기록했다. 지난 10월에만 매출액 67억원(꼬북칩 전체)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리온에서 초코파이, 포카칩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월매출 기록이다.  

이런 신제품들을 등에 업은 오리온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 많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제품 출시와 유통채널 확대 효과 등으로 오리온의 실적 상승세는 2021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오리온에도 ‘아픈 손가락’은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뛰어든 생수사업(제주용암수) 부문에서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거란 전망이 많다. [※참고: 오리온은 2016년 제주 현지의 생수제조업체를 21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3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제주용암수를 출시했다.] 

오리온의 미네랄워터사업이 성과를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많다.[사진=뉴시스]
오리온의 미네랄워터사업이 성과를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많다.[사진=뉴시스]

제주도 현무암에서 걸러진 용암수를 원료로 삼아 ‘프리미엄’을 표방한 이 제품은 론칭 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했다. 3월 중국과 베트남을 필두로 8월 러시아에 초도물량을 수출했다.  특히 중국에선 2030대 직장인이 많은 상하이上海ㆍ광저우廣州ㆍ베이징北京 등 대도시 편의점과 징둥닷컴(JD닷컴) 등 온라인몰에 입점했다. 

베트남에서도 하노이ㆍ호찌민 등 주요 도시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인 제주 용암수의 성과를 논하긴 이르다”면서 “프리미엄 생수 수요가 있는 주요 도시 유통채널에 계속해서 입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오리온의 주요 타깃인 중국 생수시장의 경쟁이 한껏 치열해졌다는 점이다. 중국 내 생수 관련 업체가 6만개(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차차차企査査 기준)를 넘어섰을 정도다. 여기에 중국  생수시장 점유율 1위(2019년 기준 26.4%ㆍ닐슨) ‘농푸산취안(夫山泉)’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농푸산취안이 자금조달을 통해 생수기업의 인수ㆍ합병(M&A) 제품 다변화 등을 계획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은 생수시장의 후발주자인 데다, 생수의 경우 제과류와 유통·판매 방식이 다른 만큼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리온이 제과류와 생수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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