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우리는 왜 개소리에 쉽게 넘어가는가

개소리꾼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하게 발언할 뿐 사실인지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소리꾼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하게 발언할 뿐 사실인지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매일 헷갈린다.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들을 어떻게 선별해 믿어야 할지 말이다. 각종 SNS 단체방, 카페 게시판 등에는 허위정보와 동영상이 넘쳐난다. 가짜뉴스가 판칠수록 팩트체크의 중요성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일일이 따져보기란 쉽지 않다. 미디어 역시 가짜뉴스를 비판하면서도 아무 검증 없이 그것에 휘둘리거나 재생산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이 합리적인 판단하에 뉴스나 의견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며 ‘착각’한다는 것이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팩트체크조차 할 수 없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사람을 유혹하는지 밝힌다. 저자는 대중이 믿는 사실 중 상당수가 개소리(bullshit)임을,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지 지적한다. 개소리가 우리의 가장 취약한 부분, 이를테면 사람이 ‘믿고 싶은 사실’을 건드려 판단력을 흐린다며, 이런 현상이 왜 우리 삶을 위협하는지, 얼마나 심각하게 퍼졌는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살핀다. 

저자는 다른 용어가 아닌 ‘개소리’를 논하는 이유로 ‘사실 와전’ ‘반쪽짜리 진실’ ‘터무니없는 거짓말’ 모두를 포괄할 용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해리 프랭크퍼트 프린스턴대 교수의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를 꼽는다. 저자는 “개소리꾼은 거짓말쟁이와 달리 진실의 권위를 거부하지도, 이에 맞서지도 않는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진실의 더 큰 적은 거짓말보다 개소리다”는 그의 말을 인용해 개소리꾼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하게 발언할 뿐 사실인지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고 강조한다. 

“‘개소리는 돈이 된다’는 명백한 사실은 언론과 미디어를 옭아맨다.” 저자는 미디어 환경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우후죽순 생겨난 매체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개소리라는 선정적 미끼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대중의 태도 또한 문제를 가중한다고 지적한다.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공유하는 대중 역시 ‘팩트’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소리는 주제도 영역도 가리지 않는다. 이미 퍼진 개소리는 막을 방법도 없다. 가짜뉴스란 게 밝혀졌을 땐 모든 관심이 사라진 후다. 정정 기사는 읽지 않는다. 더구나 사람들은 기성 언론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친구를 더 신뢰한다. 이 책은 이런 현상이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 기성 언론의 신뢰 하락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위해 개소리가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의 편향된 신념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정보를 섣불리 공유하기에 앞서 한번 멈추고, 각종 팩트체크 채널에 주목할 것을 권유한다. 이 모든 일이 번거롭다고 해서 주권자로서, 국민으로서, 개인으로서 권리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내 판단을 누군가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진정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 가지 스토리 

「다정한 매일매일」
백수린 지음|작가정신 펴냄 


소설 「거짓말 연습」 「폴링 인 폴」 등을 쓴 백수린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한 글을 수정·보완하고, 새로 쓴 글을 더했다. 소설가로서 살아온 10년의 성찰과 사유가 담겼다. 작가의 ‘소울푸드’인 ‘빵’을 매개로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문학 작품은 물론 ‘난민’을 주제로 한 그림책, 대중적으로 알려진 교양서까지…. ‘페이스트리의 겹’처럼 되살아난다.

「필립 코틀러 리테일 4.0」
필립 코틀러ㆍ주셉페 스틸리아노 지음|더퀘스트 펴냄


팬데믹 충격, 장기화한 경기불황,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일련의 사태가 가장 당혹스러운 이들 중 하나는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기업이다. 특히 소매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세계적 비즈니스 ‘구루’인 필립 코틀러는 지금을 ‘리테일 4.0’으로 규정했다. 리테일 업業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생태계를 바꿔야 할 때라는 거다. 이를 실천하고 있는 ‘아마존’ ‘시세이도’ ‘디즈니랜드’ 등의 사례와 전략을 소개한다.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오월의봄 펴냄 


작가이자 예술가, 장애운동가, 동물운동가로 활동해온 수나우라 테일러의 첫 단독 저작이다. 선천성  장애를 지닌 저자는 자신의 몸을 넘어서 동물이 겪는 억압과 폭력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 책에서 그는 동물이 겪는 억압과 장애인이 겪는 억압을 교차적으로 사유한다. 비장애중심주의ㆍ인간중심주의·종차별주의가 공모하는 폭력을 인지하고 ‘인간과 동물’ 각각의 고유성과 독특성을 놓치지 말자고 제안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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