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생활에 숨겨진 장점과 단점
셰어하우스 관점에서 살펴봐야

11월 30일은 호텔형 임대주택 안암생활의 입주가 시작된 날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호텔 현장을 직접 확인하라”고 말한 날이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 안암생활이 세상에 공개됐다. 기다렸다는 듯 좁고 주방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3~4인 가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안암생활은 셰어하우스다. 개인실에 주방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아직 평가하기 이르지만 시도만큼은 나쁘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안암생활을 셰어하우스 관점에서 살펴봤다. 

관광호텔이었던 안암생활은 셰어하우스 형 청년임대주택으로 재탄생했다. 사진은 안암생활 옥상에서 바라본 안암동 일대.[사진=더스쿠프 포토]
관광호텔이었던 안암생활은 셰어하우스 형 청년임대주택으로 재탄생했다. 사진은 안암생활 옥상에서 바라본 안암동 일대.[사진=더스쿠프 포토]

120명의 청년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공실이 많았던 관광호텔을 셰어하우스로 바꾼 ‘안암생활’이다. 11월 3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호텔형 임대주택을 향한 야권의 질책이 쏟아지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호텔형 임대주택에) 한번 가보시면 우리 청년들에게 굉장히 힘이 되는 주택을 정부가 공급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거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안암생활은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안암생활은 애초 호텔 리첸카운티가 있었던 건물이었다. 이를 LH가 사들인 후 지하 2층부터 지상 10층까지 리모델링해 공유공간·개인실 등을 만들었다. 만 19세부터 만 39세까지 입주민을 받았고 일반형과 복층형 개인실이 각각 45%, 55%를 차지한다. 여기엔 휠체어를 탄 입주민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개인실(2개)도 있다.

안암생활은 공개 직후 “주방이 없다”거나 “너무 비좁다”는 비판에 휘말렸다. 어떤 미디어는 한발 더 나아가 ‘3~4인 가구 생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내놨다.[※참고 : 국내 3인 가구(부부+자녀)의 최저 생활 기준 면적은 36㎡다. 공공주택은 청약 접수 시 이 기준에 따라 입주자를 모집한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안암생활에 적합하지 않다. 안암생활의 콘셉트는 1인 가구를 위한 ‘셰어하우스’다. ‘3~4인 가구 생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은 전제부터 틀렸다. 

 

‘셰어하우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좁은 것도 아니다. 안암생활에서 가장 작은 개인실의 면적은 13㎡(약 3.9평)다. 주택을 기준으로 하면 최저 주거 기준인 14㎡(약 4.2평)에 미달하는 게 맞다. 하지만 싱크대가 없는 셰어하우스를 최저 주거 기준에 끼워맞춰선 안 된다. 

국내에 셰어하우스 기준은 만들어지지 않아 명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셰어하우스 1인실 거주자가 선호하는 면적은 있다. ‘공유주택 공급을 위한 최저주거기준에 관한 연구(국토연구원·2018)’에 따르면 국내 셰어하우스 1인실의 평균 면적은 9.13㎡(약 2.7평)였고 희망면적은 17㎡(약 5.1평)로 현재 1인 최저 주거 기준(14㎡)보다 넓었다. 셰어하우스 1인실 침실 기준이 있는 영국의 최저기준도 10㎡(약 3평)다.

이런 맥락에서 ‘셰어하우스가 제대로 운영이 되겠냐’는 냉소는 차라리 합리적인 비판으로 보인다. 공유공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안암생활의 처음과 끝을 살펴보면 단언하기 어렵다. 

안암생활의 콘셉트를 정하고 운영을 맡은 곳은 사회주택기업 아이부키다. 이미 2017년부터 서울 금천구에 토지임대부형 주택(원룸 16세대)을 만들어 운영해왔고, 2019년에는 안암생활보다 앞서 동대문구 장안동의 ‘장안생활’을 셰어하우스로 선보였다. 그래서 안암생활은 ‘호텔형 임대주택’이지만 셰어하우스란 콘셉트를 전제로 봐야 한다.

‘셰어하우스’를 보지 못하면 안암생활도 보지 못한다. 더스쿠프(The SCOOP)는 11월 초 안암생활을 방문했다. 당시 내부 공사는 끝났지만 서류작업이 끝나지 않아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하 2층에서부터 옥상까지 천천히 올라가 보기로 했다.

안암생활의 가장 아래층인 지하 2층에는 공유주방, 테이블, 공유거실과 시세의 반값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유세탁방이 있었다. 공유주방은 인덕션 4개, 싱크대 4개가 엇갈린 형태로 배치됐다. 개인실에서는 싱크대를 사용할 수 없고 전자레인지·전기포트 등만 이용 가능하다. 화구를 사용한 요리를 하려면 공유주방을 이용해야 한다. 모든 입주자(120명)가 한번에 주방을 사용할 일이야 없겠지만 수요에 부합한 물량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공유주방 옆으로 천장을 터서 만든 계단식 서재는 지하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역할도 했다. 입주가 시작된 후에는 서재에 입주자들의 소개 문구와 좋아하는 책이 한권씩 놓였다. QR 코드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책을 빌릴 수도 있다. 책과 사람이 모두 소개되는 휴먼 라이브러리다.

안암생활 운영을 맡은 아이부키 관계자는 “입주 계약서를 쓸 때 앱을 설치해 커뮤니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입주민끼리 서로 친분을 쌓을 수 있거나 공유공간 이용에 도움이 되는 ‘퀘스트’를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셰어하우스 내에서 입주민 간 교류를 위해 ‘과제’를 준다는 것인데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➊지하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만들어진 ‘휴먼 라이브러리’는 강의실·도서관인 동시에 입주민 간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공간이다.➋셰어하우스에서 다른 입주민들과 상호 작용을 하고 받는 가상화폐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➌셰어하우스이기 때문에 개인은 침실과 욕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사진은 문턱 없이 만들어진 개인실.➍지하 1층에는 미팅룸과 오픈 데스크가 마련됐다.[사진=더스쿠프 포토]
➊지하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만들어진 ‘휴먼 라이브러리’는 강의실·도서관인 동시에 입주민 간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공간이다.➋셰어하우스에서 다른 입주민들과 상호 작용을 하고 받는 가상화폐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➌셰어하우스이기 때문에 개인은 침실과 욕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사진은 문턱 없이 만들어진 개인실.➍지하 1층에는 미팅룸과 오픈 데스크가 마련됐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 해답은 공유공간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공유주방 옆에 마련된 공유선반에는 QR 코드와 함께 1인 가구에 필요한 물건이 배치돼 있었다. ‘장안생활’에도 있던 시설이다. ‘퀘스트’를 마치면 주어지는 포인트로 공유선반에 있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일종의 ‘보상책’이다. 셰어하우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도 앱에서 풀 수 있다. 문제를 제기하거나 해결방안을 주고받는 방식을 통해서다. 오프라인 입주민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입주민 모두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휴먼 라이브러리’를 지나 지하 1층으로 향했다. 독립된 회의실 3곳과 스터디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택배기사들이 드나들 수 있는 무인택배함도 지하 1층에 배치됐다. 지하 1층에서 내부 계단을 통해 로비로 올라가면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1층 공유공간이 나타난다. 개인실로 가려면 1층 공유공간에서 따로 분리된 엘리베이터를 타면 된다.

개인실은 기본형과 복층형 모두 침대·수납가구 등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한다. 욕실·침실만 있고 주방이 없는 설계는 기숙사와 비슷했다. 언급했듯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입주민을 위해 설계된 개인실도 있었는데, 휠체어가 드나들기 편하도록 현관과 방 내부에는 턱이 없었다.

개인실을 지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입주민을 위한 야외 테이블 등을 배치해 휴식 공간으로 조성한 옥상에서는 안암동4가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겨울이기 때문에 아직은 사용할 일이 없는 야외 바비큐장도 옥상 한가운데 자리했다. 넓은 공유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시도로 보였다.

주택을 향한 평가는 자신이 처해 있는 입장마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1인 가구의 삶과 다인 가구의 삶이 다르듯 원하는 집도 같은 형태일 리 없다. 12월 말까지 이어지는 입주 후에도 만실이 유지될지, 해지되는 계약이 생길지, 공실에 들어오려는 입주민이 어느 정도 될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호텔형 임대주택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결국 공실률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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