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아이 교육비는 하루 이틀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감안하며 ‘장기 플랜’을 세워야 한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교육비는 10년 앞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이 부부의 아이도 중2다. 대학에 갈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자녀 교육비 설계를 도왔다.

자녀의 교육비를 마련할 땐 대학교 졸업까지 염두에 두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의 교육비를 마련할 땐 대학교 졸업까지 염두에 두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달에 100만원이 넘는 용돈을 쓰면서 ‘왕’처럼 살았던 신동준(가명·48)씨와 이 때문에 속이 탔던 아내 김선경(가명·45)씨. 직장 상사들의 골프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돈이라지만, 김씨는 남편의 지나친 소비습관이 불만이었다. 서로 아무리 대화를 해봐도 합의점을 찾을 수 없자 부부는 재무상담을 통해서 결판을 보기로 결정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그만한 돈을 쓰면서까지 모임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남편은 “지금 직장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수 있게 도와준 분들”이라며 골프 모임에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모임에 빠진다고 해서 멀어질 관계라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지가 의문이다.

더구나 신씨가 골프를 계속해서 치기엔 부부의 가계부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다. 신씨 부부는 한달에 731만원(남편 521만원·아내 210만원)이나 벌지만 특별한 저축을 하지 않음에도 매월 45만원씩이나 적자를 내고 있었다.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노후 준비·자녀 교육비 마련)를 달성하려면 저축할 돈이 필요했기에 부부는 지난 1·2차 상담에서 총 172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고, 127만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부부가 어떻게 재무목표를 세워야 할지 고민해 보자. 일단 적금(5만원)·2가지 예금(17만원·20만원)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저축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생각해 뒀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가전제품을 전부 바꾸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예산(1400만원)이 너무 커서 유보하기로 했다. 적금과 예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부부의 비상금으로 가전제품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먼저 부부의 노후에 대비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현재 부부는 부채가 없고, 조금 있으면 50대에 접어들지만 은퇴까지 아직 10년이란 준비 기간이 남아있다. 따라서 월 50만원씩 개인연금에 투자하는 것으로 노후를 대비하고, 추후에 다른 준비방법이 있는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

상품은 투자수익률을 고려해 비과세 상품이고 사업비가 낮은 ‘저사업비’ 변액연금상품을 추천했다. 이 상품은 보수금액이 저렴해 시간이 지날수록 펀드보다 높은 환급금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수익성 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부부는 다른 노후 대비책으로 지금 사는 집에 세를 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신들은 노후에 저렴한 땅을 사서 집을 지어 살겠다는 거다. 그러면 이를 위한 별도의 저축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부부에겐 그럴 여유가 없는 듯했다.

부부에게는 인터넷은행(10만원)도 활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요새 나오는 인터넷은행 상품은 보통 은행처럼 수시 입출금 기능과 이체·결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수익률도 적절해 사용하기 좋다. 하지만 김씨는 남편이 새로운 결제 카드를 갖길 꺼리고 있다. 예전처럼 남편의 카드빚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라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남편의 의지에 맡겨보기로 했다.

인터넷은행은 부부가 사용 내역을 공유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서로의 소비습관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부부는 여기에 모은 돈을 기반으로 나중에 노후에 살 땅을 알아보기로 했다.

자녀의 교육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비과세저축 상품을 활용한다. 농협·축협·새마을금고 같은 협동조합 금융기관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예금과 적금의 이자소득세를 감면해준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약간의 출자금을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총 3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세금이 감면되므로 이점을 잘 숙지해야 한다. 부부는 월 3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현재 자녀는 중학교 2학년인데, 고등학교에 진학을 앞두고 교육비가 갑자기 불어날 수 있으므로 1년 만기 적금으로 가입했다.

교육비를 마련할 또 다른 방법으로 적립식펀드(20만원)도 활용하기로 했다. 부부는 자녀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를 대비하겠다는 취지에서 가입했는데, 적립식 펀드는 장기간 투자할수록 빛을 보는 상품이므로 등록금을 마련할 용도로 적절하다. 물론 적립식 펀드도 원금 손실이 날 수 있으니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수다.

부부는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지금의 저축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학 등록금을 위해서다. 지금처럼만 돈을 모은다면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1~2년치 등록금은 마련할 수 있다. 나머지 등록금은 아이가 군에 입대해 제대할 때까지 만들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 대학생활을 마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렇듯 자녀의 교육비는 최장 10년까지 장기적으로 세워야 나중에 뒤탈이 없다. ‘교육은 백년대계, 교육비용은 십년대계’라고 이해하면 쉽다.

마지막으로 유보하긴 했지만 아내가 상담 내내 아쉬워했던 부분을 케어하기로 했다. 바로 가전제품 교체다. 김씨는 10년 넘게 쓰고 있는 세탁기와 냉장고만이라도 바꾸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남은 17만원은 가전제품을 바꾸는 데 쓰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상담이 모두 끝났다. 127만원의 여유자금은 부부가 계획했던 대로 노후 준비(개인연금 50만원·인터넷 뱅킹 10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비과세저축 30만원·적립식 펀드 20만원), 가전제품 교체비용 마련(예금 17만원)에 쓰였다. 기존에 부부가 하고 있던 저축(42만원)까지 합하면 부부로선 총 169만원을 미래를 위해 투자하게 된 셈이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부부가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관철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편의 직장 상사들과의 골프 횟수를 갑자기 줄이기란 분명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남편이 슬기롭게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hanmail.ne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