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덕수 ㈜디에스랩 대표

산업의 빠른 발전과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수많은 질병이 생기고 있다. 당연히 진화한 질병을 치료할 방법 또한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빛을 이용한 광光치료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해왔다. 최근엔 OLED를 활용한 치료법이 부상하고 있다. 대학에서 OLED를 전공한 조덕수(34) ㈜디에스랩 대표는 반려동물에 이 분야를 적용하고 있다.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진심’이 담긴 연구다.

조덕수 ㈜디에스랩 대표는 “반려동물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조덕수 ㈜디에스랩 대표는 “반려동물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마음이 시끄럽고 머리가 복잡한 날이면 거리로 나왔다. 우두커니 먼 산을 바라봤다가 괜히 맨땅을 발로 차보길 몇 번. 공허한 그의 시선 끝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언제부터였을까. 외출하는 그의 손에 사료 한 봉지가 들렸다. 혹여 식사시간을 방해할까 멀찌감치 떨어져 고양이가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고양이가 꼭 상처받아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 같았다. 조덕수 ㈜디에스랩 대표가 본인의 전공을 적용해 반려동물용품을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바로 그 고양이 때문이었다.

✚ 신소재·OLED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반려동물 용품을 개발하셨어요.
“최근 몇년 개인적으로 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어디 마음 둘 곳이 없더라고요. 그때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게 참 위안이 되더라고요.”

✚ 그러다 반려동물 용품을 개발하신 건가요?
“처음엔 사료였어요. 많은 캣맘·캣대디들께서 챙겨주시고 있긴 하지만 길고양이들이 질 좋은 사료를 먹긴 힘들거든요. 그러니 영양이 좋을 리 없죠. 길고양이들을 위한 영양제를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캣맘님과 ‘묘력 한스푼’이라는 면역보조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다음엔 고양이 사료를 민달팽이가 습격하는 것을 보고 소금물을 활용해 민달팽이 접근 방지 분무액 ‘소소분무’를 만들었고요. 그러다 고양이들의 사료그릇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왜 사료그릇이었나요?
“길고양이들을 챙겨주면서 각지에서 활동하고 계신 캣맘·캣대디들과 소통을 하게 됐는데요. 무엇보다 고양이들의 구내염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더라고요.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들은 호기심이 무척 많잖아요. 냄새를 맡길 좋아하고 쓰레기통도 뒤지고…. 그러다 보니 얼굴 쪽에 각종 질병이 나타나요. 구내염이 가장 많고 허피스·치주염·중이염·링웜 등도 앓죠.”

✚ 그게 사료그릇이랑 무슨 연관이 있나요?
“고양이의 특성을 알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질병이 생겼을 때 사람 손을 타는 강아지는 치료하기가 비교적 수월해요. 고양이는 다르죠. 곁을 잘 내어주지 않잖아요. 고양이를 괴롭히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사료를 먹으면서 치료를 한다면 어떨까 싶어 ‘루미펫 사료그릇(LUMI-PET Feed Bo wl)’을 만들게 됐습니다.”

✚ 어떻게 사료를 먹으면서 치료가 가능한 거죠?
“사료그릇에 OLED 패널을 적용했습니다. 반려동물이 사료를 먹으러 가면 센서가 작동해 OLED 패널에서 빨간빛이 발생합니다. 그걸 통해 사료를 먹는 동안 광치료를 하는 겁니다.”

광치료는 빛으로 인체 생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치료법이다. LCD나 LED는 발열 때문에 인체에 밀착시켜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OLED는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차세대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한 연구진이 피부에 부착해 빛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광치료 OLED 반창고를 개발하기도 했다.

✚ 빨간빛으로 치료를 한다고요?
“네, 맞습니다. OLED에서 발생하는 빨간빛은 염증 완화와 세포 재생 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효과는 확인이 됐나요?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그런 거라면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나요?
“OLED 광치료가 알츠하이머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계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고요. OLED 광을 더 많이 투여하면 뼈·골다공증까지 치료할 수 있습니다.”

✚ 놀랍네요.
“다만 바이오는 제 전공 분야가 아니라서 아직은 섣불리 손을 뻗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열심히 공부는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일단은 제가 잘 알고, 관심 있는 반려동물 쪽부터 하고 있습니다.”

✚ 흥미로운 제품인데, 언제 출시되나요?
“디자인 목업(mock-up)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의장 등록은 마쳤고요. 현재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년 2~3월께 제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후엔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다른 버전을 계속 선보일 계획입니다.”

✚ 제품을 만드는 데 학생들 도움도 많이 받으셨다고요?
“제 사업에선 산학연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 왜죠?
“아마도 제가 학교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겠죠.[※참고: 그는 현재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원(SAINT)의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교에 산학연계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그럴 수 있는 배경 중 하나이고요.”

✚ 좀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저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학생들과 공유를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그걸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해보죠. 그걸로 매년 한두 차례 경진대회에 나가기도 합니다. 덕분에 수상 실적도 꽤 많이 쌓았습니다. 특허를 등록할 땐 저와 학생들의 이름을 같이 올립니다. 그런 것들이 나중에 학생들이 취업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 일석이조군요.
“네. 묘력 한스푼이나 소소분무 같은 건 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루미펫 사료그릇은 혼자라면 절대 못했을 겁니다. 여러 사람들의 협력으로 가능했죠. 앞으로도 산학은 제 사업의 중심축이 될 것입니다.”

✚ 대표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바이오-OLED 사업인가요 반려동물 용품 전문기업인가요.
“바이오-OLED는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빛을 조절하는 것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료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당뇨병 치료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최근엔 한 업체와 관절 통증을 완화해주는 제품을 개발해보자는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건이 잘되면 ㈜디에스랩은 예상보다 빨리 안정궤도에 오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회사 차원의 목표이고요. 개인적으론 루미펫 사료그릇을 계기로 반려동물 건강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 반려동물 건강 플랫폼이요?
“네. 내년 초 출시할 루미펫 사료그릇 1단계 버전은 광치료를 하는 거고요. 2022년 출시 예정으로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은 AI 카메라를 장착해 어떤 동물이 얼마나 사료를 먹었는지 체크할 수 있는 버전입니다. 그후엔 인바디까지 체크할 수 있게 할 거고요. 그렇게만 된다면 사료그릇 하나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을 땐 동물병원 가기도 무섭잖아요. 이것으로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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