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리더학개론

▲ 리더라면 5분을 조문하기 위해 5시간 운전해야 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진:뉴시스>
부하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진정으로 드러날 때가 언제일 것 같은가. 바로 부하에게 닥친 위기 순간이다. 평화 시에는 용장이 활약하지 않듯이 진정한 상사의 힘은 부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드러난다. 부하가 사적으로 어려운 일을 당했거나 공적으로 과오를 저질렀을 때 상사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상사의 힘이 한 번에 빛나기도 하고,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부하의 실수와 고난에 대처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상사의 힘을 증명하는 ‘진실의 순간’이다. 

직원이 원거리에서 상을 치러야 한다면 비록 5분을 조문하기 위해 5시간 운전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서라도 얼굴을 비쳐라. 효율성만 따져서는 평생 부하를 감동시키기 힘들다. 살아가면서 눈도장이 단지 무성의한 ‘면피’ 전략이 아니라 성의의 표현임을 실감할 수 있다.

학교 수업도 그렇고, 행사 참여도 그렇고 뭐든 성의가 없으면 눈도장조차 찍기 힘들다. 오죽하면 출석 점수가 권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겠는가. 눈도장은 상사뿐만 아니라 부하에게도 유효하다.

모 회사 사장은 평상시 직원감동경영을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회사 직원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직원들이 회사 차원에서 함께 조문 가자고 했더니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얼굴도 모르는데, 나까지 굳이 갈 필요 있겠나”라며 뒤로 빼더란다.

아무도 사장 앞에서 토를 달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 부하들은 사장이 표방하는 직원감동경영의 진정성을 믿지 않게 됐다.

조직에서 한두번 큰 좌절과 위기를 겪지 않는 직장인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때 상사가 건넨 따뜻한 한마디의 말은 보약 한재보다 값지다. 칭찬보다 더 힘이 센 것이 실수에 대한 포용이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면 포용은 호랑이를 춤추게 한다. 위기를 감동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보라. 남들처럼 하는 칭찬 100마디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부하의 업무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충성스런 부하를 거느린 상사를 보고 다른 이들은 그의 ‘부하 복’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공짜로 얻어지는 충성심은 없다.

시세이도화장품의 마에다 신조 사장은 좌절감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자기에게 큰 용기를 준 상사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적이 있다.

“제가 직접 제안해 출범한 시세이도의 독자 브랜드 판매가 저조해 결국 본사로 소환됐습니다. 저로서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보직을 맡았지만 두달가량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실직 상태였죠. 참다못해 회사를 그만두려 했을 때 한 상사가 전화를 걸어와 술 한잔 하자고 하더군요. 그분은 같은 부서는 아니었지만 멀리서 저를 보시면서 ‘아, 저 친구가 이제 한계에 왔겠구나’라고 판단하고 전화를 준 겁니다. 술자리에 가서 그만두려 한다는 말을 꺼내기 전, 그분이 먼저 ‘그만두면 안 돼’라고 말하더군요. ‘아, 이렇게 부하의 고민을 자신의 일처럼 함께 고민해주는, 가슴이 따뜻한 상사가 계시는 곳에 더 있어야 겠다’란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회사에는 그런 상사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당신 주위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고민하고 있는 부하는 없나 둘러보라. 그에게 조용히 데이트를 청하라. 그리고 북돋워줘라. “인생은 마라톤이고, 나 역시 한때 인생의 진도표가 마음처럼 쭉쭉 안 나가 좌절한 적이 있었다”고, “때로 인생의 쉼표, 도돌이표는 숨 고르기 위해서 필요한 법”이라고. 따뜻하게 건넨
 
당신의 이 한마디가 사표 내고 싶은 마음을 되돌리고 사기를 높일 수 있다.

부하가 힘들어할 때 기댈 어깨와 손을 빌려줘라. 위기가 기회란 것은 거창한 전략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하들과의 관계에도 그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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