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로 산다는 것」
워킹푸어 시대 미아가 되다

워킹푸어 시대의 사람들이 액체 같은 사회를 미아처럼 떠돌며 허우적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워킹푸어 시대의 사람들이 액체 같은 사회를 미아처럼 떠돌며 허우적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먼저 깨닫는 규범은 ‘열공’이 아닐까 싶다. 열심히 공부해서 ‘인물’이 되는 것. ‘열공’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고위 공무원 또는 정치인, 의사나 법조인, 교수, 대기업 임원 등 ‘알아줄 만한’ 신분을 획득하는 것. 이것이 성공의 정석이라 여기며 자라서다. 

문제는 열공한 이들 중 대다수가 자신을 워킹푸어(Working Poor·근로빈곤)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젊은이들은 언제 그만둘지 모를 직장에 다니거나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빚투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사회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은 자기만의 집 없이 떠돌아야 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지친 그들에게 ‘연애’ 같은 장기적 관계를 유지할 에너지나 사색은 사치일 뿐이다. 가난과 고독이 일상 풍경처럼 된 워킹푸어 시대의 사람들이 액체 같은 사회를 미아처럼 허우적댄다. 

「미아로 산다는 것」은 새로운 가난, 관계 맺기 불능, 사색의 증발, 타자 혐오 등 불안과 가난, 고독을 감내하며 미아 아닌 미아가 된 지금의 시대를 들여다본다. 저자가 바라본 한국 사회는 대다수 구성원이 ‘집’ 없이 미아로 살아가는 사회다. 자기만의 자리를 찾을 여유 없이 노동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미아가 되어 연대가 아닌 혐오로 고립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우려한다.

또한 저자는 한국 사회를 ‘급級의 사회’로 규정한다. “노르웨이에 서열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서열밖에 없다”며 한국 사회에서는 상대가 사는 거주지의 크기ㆍ학벌ㆍ직업을 기준으로 관계의 친소親疏와 존대의 정도를 결정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다수를 미아 아닌 미아로 만드는 디스토피아 같은 세계에서 필요한 것은 ‘안으로부터 변화’라고 말한다. 각자 스스로에게 ‘나의 생각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가장 혁명적인 발상이라며, 혁명은 결국 나와 우리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경쟁이 아닌 연대의 길을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집을 ‘공감과 연대, 협력’을 통해 지어야 한다”면서 다른 삶을 보고 ‘우리 중 누가 학벌이 더 좋고 실력 있느냐’ 같은 비교의식이 아닌, ‘어떻게 그를 도울 수 있는가’란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한국에 귀화했지만, 노르웨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자가 왜 탈로脫露(탈러시아)와 탈남脫南을 택했는지, 그로 인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2장에서는 가족 질서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은 ‘산업화 국가 중 가장 반여성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나라’다. 저자는 한국의 ‘성난 남성들’에게 왜 “강자에게 얻어맞고 약자를 때리는지” 묻는다. 

3장은 ‘급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회 구성원의 존엄 문제를 다루고, 4장은 역사적 차원에서 한국 사회가 겪은 상처들을 조명한다. 5장에서는 전쟁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조명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불평등과 격차 문제도 논한다.

세 가지 스토리 

「일하는 개들」
안승하 지음|책읽는곰 펴냄 


개들도 일을 한다고?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견’의 세계를 조명한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 ‘독서 도우미견’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일상의 소리를 전하는 ‘청각 도우미견’ 사람의 땀 냄새를 맡고 병이 더 커지지 않도록 미리 알리는 ‘의학견’…. 출근하는 개들을 통해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되짚어 보게 한다.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전범선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미국 유명 대학교를 졸업하고 국제 변호사를 꿈꾸던 청년이 있다. 엘리트 코스를 줄줄이 밟아나갔을 법하지만 그는 뜻밖의 선택을 했다. 폐업 위기의 33년 된 해방촌 책방 ‘풀무질’을 인수한 거다. 록밴드 ‘양반들’의 보컬이자 서점 풀무질 대표 전범선의 이야기다. 그는 왜 로스쿨 대신 로큰롤을, 옥스퍼드 대신 해방촌을 택한 걸까. 이 책은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역설적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저자의 여정을 담았다.

「가장 단호한 행복」
마시모 피글리우치 지음|다른 펴냄


이 책은 불안한 오늘을 돌파하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오로지 ‘이성理性’뿐이라고 강조한다. 판단, 의견, 목표, 가치관, 결심 등만을 스스로 좌우할 수 있다는 거다. 반면 직장, 돈, 인간관계와 같은 외부 요소는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태도는 뭘까. 저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재해석해 제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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