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모호한 거리두기 방역지침

코로나19 일일 감염자 수가 500명대를 넘어 680명대(10일 기준)까지 늘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의 전조로 충분하다. 추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즉각 대처에 나섰다. 지난 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전국적으로 격상(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했다. 이번 방역지침은 지난 8~9월 2차 대유행 당시의 지침과 달라진 부분이 많다. 지침은 달라졌는데 혼란이 일어난 건 똑같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거리두기 방역지침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지난 8일부터 3주 동안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부터 3주 동안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일 찾은 서울 중구의 카페 밀집 거리. 이곳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만 5개가 넘고, 곳곳엔 작은 개인 카페가 들어서 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카페의 매장 운영이 중단돼 거리는 조용했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졌지만 인근 식당가도 한산했다. 오후 5시가 지나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하나가 문을 닫았다. 이 때문일까. 맞은편 개인카페는 영업시간이 오후 8시까지인데도 마감 준비로 분주했다. 

이 거리에서 활기가 도는 곳은 단 두곳, 패스트푸드점과 브런치 카페다. 샌드위치가 주메뉴인 브런치 카페에는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람, 도란도란 대화 나누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쉼 없이 사람이 오가는 패스트푸드점의 테이블은 70% 정도 차 있었다. 주변의 텅 빈 카페들과는 대조적이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정부는 지난 8일부터 3주간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11월 2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실행 방안에 따르면 2단계에선 모든 카페의 매장 영업이 금지된다. 사람들이 앉은 채로 장시간 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번과 달리 프랜차이즈·개인 상관없이 제한했지만 이번에도 ‘형평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카페 중 음식을 파는 곳은 매장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다. 다만 이들 카페에서도 디저트나 음료만 주문할 경우엔 매장을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파스타·샐러드 등을 급하게 메뉴에 추가하는 카페가 곳곳에서 등장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지난 8~9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2.5단계를 한차례 겪었음에도 또다시 논란이 이는 건 이번에도 방역지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모든 카페’에 착석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브런치 카페는 허용한 게 대표적인 예다. 식사대용 음식이 대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음식과 디저트를 구분하지도 않았다. [※ 참고 : 일부 지자체는 ‘파스타·오믈렛 등 불을 사용해 만든 음식’을 식사 대용식으로 안내한다. 서울시의 경우 ‘총 매출액 또는 메뉴의 80% 이상이 식사류’일 때 매장 영업을 허용한다. 이처럼 현장서 필요한 기준은 제각각이다.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거리두기 실행방안에도 각종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아 시민들은 알 길이 없다.] 

영업 제한 기준의 ‘구멍’ 

구멍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차 대유행 때와 마찬가지로 룸카페·동물카페 등 특수한 형태의 카페는 여전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방역지침에 형평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의 한 소규모 개인카페 사장은 “모여서 얘기하는 건 똑같은데 왜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나”라며 “업주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헷갈리는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오후 9시’라는 매장 운영 제한 시간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가 ‘모임과 약속을 최대한 중단시키기 위해’ 임의로 정한 시간이라서다. 자영업자들은 “업종별, 판매품목별로 손님이 오는 시간에 차이가 있는데 오후 9시에 일괄적으로 매장을 닫으면 손해가 크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오후 9시 전후로 사람이 더욱 몰리는 풍선효과에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후 9시 제한 기준을 두고 혼란을 빚는 이유는 또 있다. 지자체마다 운영 제한 시간을 별도로 정해서다. 예컨대 충남·대전 등의 지역은 매장 운영 제한 시간을 오후 10시로 정하고 있다. 9일 기준 하루 감염자가 한자릿수였던 대구는 시간제한을 하지 않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수도권에 비해 확진자가 적어 10시로 정했다”며 “지역경제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단계를 시행 중이지만 비수도권 지자체가 각각 방역지침을 정한 것도 혼란을 키웠다. 지역만의 지침이 지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대표적인 차별 지침은 규모 50㎡ 미만의 매장 영업 제한 유무다. 수도권에선 규모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제한했지만, 일부 지자체에선 50㎡ 미만 식당·카페의 영업을 제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좁은 가게에 사람이 더 몰려 위험하다” “소형 매장 영업을 허용하면 방역 효과가 떨어진다”며 지역민 사이에서 항의가 나왔다. 

결국 부산(1일부터 2단계 시행)은 4일부터, 충북·충남은 10일부터 규모와 상관없이 식당·카페의 영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대전은 기준 변경을 검토 중이다(10일 현재).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영업제한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하다 보니 항의가 좀 들어온다”며 “일반 시민과 자영업자의 반응이 다른 것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모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두고 자영업자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두고 자영업자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본은 이번 3차 대유행이 “지금까지의 유행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장기적”이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해 이르면 2021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백신을 보급한다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면 4차 대유행이 몰려올 수도 있다. 

중대본은 지난 6일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시설 운영 중단·제한 조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하고 효과적인 건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민의 자발적 노력과 실천”이라고 밝혔다. ‘답답한’ 방역지침을 내고도 국민에게 방역의 책임을 지운 셈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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