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여기 땅을 물려받은 부부가 있다. 모두가 이들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두사람의 속은 타들어 갔다. 상속받기 이전부터 땅 위에 집을 짓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어 부지를 활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땅 때문에 재산세만 수백만원을 낸 상황. 부부는 어찌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부동산을 재테크로 활용하려면 세금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을 재테크로 활용하려면 세금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은희(가명·42)씨는 요즘 부동산 세금 공부를 하느라 어깨가 무겁다. 얼마 전 갑자기 남편 황대승(가명·49)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물려받은 땅의 세금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부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박씨의 속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물려받은 부지는 강원도에 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인근 주민들이 집을 지으며 살 수 있도록 남편의 선조들이 편의를 봐 줬다고 한다. 그렇게 몇십년이 지나서 받은 이 땅엔 현재 황씨 가족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황씨 부부도 딱히 땅에 손을 댈 수 없는 상태다.

내야 할 세금도 어마어마했다. 부부는 땅을 상속받으면서 취등록세만 500만원 가까이 냈다. 박씨는 “어쩌지도 못하는 땅 때문에 돈만 쓴 것 같다”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쓰려고 모은 돈이었기에 더 그랬다.

박씨는 또 언제 어떤 세금 폭탄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해왔다. 박씨의 마음 한구석을 괴롭히는 부분은 부동산 말고도 또 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 황씨가 아내에게 자신의 월급 액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생활비 명목으로 박씨에게 매월 300만원씩만 쥐여준다.

그렇지만 박씨는 이 문제에 관해 남편과 속 시원하게 얘기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엔 나름의 사정이 있다. 황씨는 10년 전 운영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엄청난 좌절감을 겪은 후 3년 만에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 온 박씨는 왠지 남편의 자존심을 긁는 것 같아 월급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그대로 둬선 제대로 된 솔루션을 세우기 어렵다. 무엇보다 부부에겐 월급 외에 돈 나올 구석이 없다. 박씨가 올해 초부터 주식판에 뛰어들긴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박씨는 안전성을 고려해 우량주와 테마주에 절반씩 돈을 넣었지만 둘 다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결국 손절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주식차트를 살펴보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언제든지 주식판에 뛰어들 수 있도록 매월 100만원이 넘는 목돈도 저축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에서 부부의 가계부를 체크해 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590만원. 남편이 생활비 300만원을 지급하고, 아내가 290만원을 번다. 소비성 지출로는 공과금 16만원, 식비 70만원, 생활용품비 10만원, 통신비 14만원, 교통비 20만원, 대출 상환금 17만원, 아내 용돈 50만원, 자녀 용돈 8만원, 자녀 학원비 60만원, 모임비 20만원, 보험료 72만원, 부모님 용돈 30만원 등 총 387만원이다.

비정기 지출은 1년 기준으로 명절비·경조사비(150만원), 휴가비(150만원), 의류비(300만원) 등 총 600만원이다. 한달에 50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펀드(2만원), 적금(총 30만원), 주택종합청약저축(2만원), 주식(120만원) 등 총 154만원이다. 모두 합하면 부부는 한달에 591만원을 쓰고 1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부부의 재무상태는 일단 합격점이다. 부부는 총 4개의 적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자동차 세금(10만원), 재산세(5만원), 자동차 보험료(5만원), 대출상환(10만원) 등 적금을 붓는 목표가 분명했다. 적자 규모가 1만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칭찬할 만한 요소다. 자세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특별히 과소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부부는 현재 지출을 더 줄일 필요가 있다. 자동차 교체비, 주택담보대출금, 자녀 대학 학자금 등 이번 상담에서 부부가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또 부부가 물려받은 부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관건이다.

부부의 긴 사연을 들은 뒤 남은 시간엔 박씨의 용돈(50만원)을 줄여보기로 했다. 용돈을 주로 어디에 쓰는지 묻자 박씨는 “5분의 1은 식비에 쓰는 것 같다”면서 “회사 인근의 식당들 점심값이 대부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값이 저렴한 식당이 없는지 살펴봤다. 박씨 회사 주변엔 아파트형 공장이 있는데, 그곳의 구내식당 가격이 꽤 저렴하고 메뉴도 매일 바뀐다는 장점이 있었다. 조금 멀더라도 박씨는 앞으로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월 50만원씩 내던 용돈은 30만원으로 20만원 절감됐고, 1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도 19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월급 액수를 공개하지 않는 남편을 설득해야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남편 황씨가 자신의 월급에 콤플렉스가 있는 듯했다. 과거 사업을 할 때와 비교하면 액수가 형편없이 적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소득액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제대로 된 재무 솔루션을 세우기는 힘들다. 박씨는 “가능하면 월급 액수를 공개하는 쪽으로 남편을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과연 성공적으로 재무 설계를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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