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점포 양극화

국내 은행의 점포 통·폐합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사라진 은행 점포만 157개에 이른다. 문제는 노인·저소득층의 금융소외 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고객에 비해 인터넷뱅킹 이용률이 낮기 때문이다. 은행이 잘사는 동네의 점포는 남겨두고 서민이 많은 곳의 점포부터 줄이고 있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시중은행 점포의 양극화 현상을 꼬집어 봤다. 

국내 은행의 점포가 최근 1년 사이 157개나 감소했다.[사진=뉴시스] 

“당초 금융당국이 추진하던 모범규준보다 강제성이 낮은 공동절차가 시행됐다. 점포 폐쇄 1개월 전 통보는 기존에도 시행하던 내용이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권의 최우선 정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인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중심으로 한 통·폐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월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은행권 점포 폐쇄 시 고객 불편 최소화 추진’ 발표 이후 은행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전망이다. 
이 전망은 현실화하고 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6741개였던 국내 시중은행(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7개) 점포는 올해 6월 6584개로 157개 감소했다.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6개의 점포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시중은행의 점포 통·폐합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 점포가 가장 많았던 2015년 6월 7186개과 비교하면 602개의 점포가 사라졌다. 17개 국내 은행 중 점포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점포는 2019년 6월 750곳에서 올해 6월 676곳으로 74곳 감소했다. 지난 1년간 사라진 은행 점포 157개의 절반에 달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이후 미뤄뒀던 지점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폐쇄한 점포가 늘었다”며 “코로나19로 확산한 비대면 거래의 증가와 모바일뱅킹의 상용화로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점포를 무조건 폐점하는 건 아니다”며 “고객이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5년 사이 은행 점포 602개 사라져


하나은행 다음으로 점포를 많이 줄인 곳은 KB국민은행으로 같은 기간 29개의 점포를 통·폐합했다. 이밖에도 우리은행 6개, NH농협은행 5개, 신한은행 3개 등이 감소했다. 국내 은행 중 점포가 늘어난 곳은 광주은행(3개)과 전북은행(5개) 두곳밖에 없었다. 시중은행들은 점포가 감소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 이용자가 크게 증가한 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점포를 찾는 고객이 감소했다는 게 이유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모바일뱅킹이 일상화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고객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여전해 은행으로선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현재로썬 인건비와 점포 관리비 등이 전부”라고 말했다.

설득력이 없는 주장은 아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2015년 월평균 172만명이던 은행 점포 방문 고객은 올해 6월 100만명 수준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반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은행 창구의 업무 처리 비중(입출금·자금 이체 기준)은 2015년 11.3%에서 올해 6월 7.4%로 감소했다.

반대로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은 같은 기간 34.1%에서 64.3%로 두배 가까이 높아졌다.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은 2015년 6479만1000명에서 지난해 1억6479만명으로 2.5배 이상 늘었다(한국은행 자료 기준).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대세가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은행 점포 통·폐합으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외 계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마트폰 이용이 익숙지 않은 노인층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20대 79.7%, 30대 87.0%, 40대 67.2%를 기록했던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이 60대 32.2%, 70대 8.9%로 급격하게 떨어져서다.

뒷전으로 밀려난 은행 공공성

비대면 거래가 이용률이 낮은 것은 노인층뿐만이 아니었다. 학력 수준이 낮을수록, 소득이 적을수록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비율은 낮았다. 중졸 이하 고객의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은 4.6%(2016년 기준)로 대학원 이상 졸업의 61.2%와 비교해 턱없이 낮았다. 또한 연소득 2000만원 미만 금융소비자의 모바일뱅킹 비용 비율은 19.3%에 불과했다. 이는 연소득 6000만원 이상에서 기록한 72.5%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저소득층의 5명 중 4명은 은행 창구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2018년 8.5%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은행이 고객의 편의성은 무시한 채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춰 점포를 줄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자동네인 강남구의 점포는 유지하면서 그렇지 않은 지역은 급격하게 줄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은행권에 모바일뱅킹 경쟁이 본격화한 2017년 243개였던 강남구의 5대 시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KB국민은행·NH농협은행)의 점포는 올해 6월 235개로 8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강북구의 은행 점포는 24개에서 20개로 4개 줄었다. 점포 숫자로 보면 강남이 더 줄었지만 비중으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남구 은행 점포 수가 3.2% 감소할 때 강북구는 16.6% 줄었다. 은행 점포를 이용하는 데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들이 수익성만 앞세워 점포를 폐쇄하고 있다”며 “은행의 중요한 역할인 공공성은 뒷전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한 거점 점포는 남겨둘 필요가 있다”며 “서울에서도 잘사는 동네인 강남에 점포가 집중되는 걸 보면 은행 이용률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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