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공업도시 안산, ‘공생의 장’ 되다
척박한 공업도시 안산, ‘공생의 장’ 되다
  • 이지원 기자
  • 호수 419
  • 승인 2020.12.17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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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안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사례 2년 연속 최우수상
“사회적기업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

세계와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둥지를 튼 곳. 경기도 안산시다. 안산시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부문 통합 성과 공유대회’에서 2년 연속(2019~2020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원동력이 뭘까.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폭발하지만, 영세한 공업도시의 그림자가 드리운 안산시. 더스쿠프(The SCOOP)가 그곳의 비밀을 최현수(53) 안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을 만나 들어봤다. 

최현수 안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사회적경제가 특별한 ‘소수의 것’이 아닌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최현수 안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사회적경제가 특별한 ‘소수의 것’이 아닌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사례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2년 연속 수상인데요. 
“감사합니다. 사실 지난해 최우수상을 받았던 만큼 올해에도 (상을) 받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요.” 

✚ 어떤 점을 높은 평가를 받은 걸까요. 
“안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는 2012년 설립됐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그사이 안산에 사회적경제가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고 봐요. 지난해엔 그 점을 좋게 평가받았다면 올해엔 사회적경제에 ‘공유경제’를 접목한 시도를 인정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어떤 시도인가요. 
“사회적경제기업(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중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도 이를 알리거나 판로를 개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아요. 그래서 제품을 공동으로 전시·판매하는 공간인 ‘공유상회(8월)’를 열었어요.”

✚ 대상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었나요. 
“그런 제한적 공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지역주민도 일원으로 참여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죠.” 

공유상회엔 사회적경제기업 8곳이 입점해 있다. 가죽공예품, 친환경먹거리, 나무공예품 등을 만드는 작은 공방들이 이곳에 둥지를 텄다. 여기엔 ‘공정무역카페’ ‘에너지마켓’ ‘공구대여소’도 있다. 지역주민들이 사회적경제조직의 제품을 구입하고, 여유도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 공구대여소는 뭔가요. 

“공구대여소 역시 공유경제의 일환이에요. 안산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생활용품부터 캠핑용품, 일반공구, 전동공구까지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죠.” 

✚ 지역주민들도 사회적경제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인 셈이네요. 
“맞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경제·사회·문화·환경적 니즈를 사회적경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어요. 실제로 마을기업들도 자리 잡고 있고요. 지역주민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합니다.” 


✚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이 나타났네요.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죠. 하지만 저희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어요.” 

✚ 어떤 노력인가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1세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3000만원가량의 기금을 조성했어요. 일종의 ‘사회적경제 재난기본소득’인 셈이죠.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경제기업들에 소정의 금액을 두 차례에 걸쳐 지급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덴 부족한 금액일지 몰라도 함께 힘을 내자는 응원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 1세대 사회적경제기업이란 누구인가요. 
“공식 명칭은 아니에요. 2007년 사회적경제 육성법이 제정됐어요. 초창기 창업해 지금은 안착한 사회적경제기업을 의미하죠.” 

✚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자금이 아닌 협동기금이라는 데 뜻깊겠네요. 
“맞습니다. 이전에도 자체 기금을 출연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 ‘안산사회적경제대학’ 과정을 개설(2018년)하는 데 힘을 보탰어요. 지역 내 사회적경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으로, 3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 그만큼 안산의 사회적경제가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겠네요. 
“그렇죠. 본연의 사회적 목적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두가지 과업을 달성한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1세대가 2세대, 3세대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게 안산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안산에는 현재 사회적기업 48개, 마을기업 11개, 협동조합 196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산에선 1490여개(이하 2019년 기준)에 이르는 일자리가 창출됐다. 그중 취약계층 고용 비율은 62.0%에 이른다. 

✚ 하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장기 전략도 필요할 듯해요. 
“혼자 하면 어렵죠. 그래서 ‘콜라보’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 어떤 콜라보인가요. 
“안산에는 교육이나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경제기업이 특히 많아요.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이기도 하죠. 이들을 안산에 있는 의료 분야 사회적경제기업과 이어주면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예컨대 노인돌봄의 경우, 의료적 접근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서로 다른 두 조직이 콜라보를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 안산에 유달리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경제기업이 많은 이유가 있나요. 
“안산은 제조업이 발달한 도시예요. 그러다 보니, 제조업은 진입장벽이 꽤 높은 편이죠. 반면 문화·예술적 자원은 풍부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안산시엔 100여개국 출신의 외국인 9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은 도시로 꼽힌다. 지난 2월에는 한국 최초로 유럽평의회가 주관하는 ‘상호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다양한 문화와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도시라는 의미다. 

✚ 안산시는 외국인이 가장 많은 도시로 꼽히기도 하죠.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터전을 찾아온 고려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사실 국내 이주민도 많아요. 충청도 지역 수몰민이나 강원도 폐광촌 분들이 안산으로 이주해왔습니다.” 

✚ 다양한 문화의 용광로인 셈이네요. 
“그러니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각자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의 문화적 욕구와 재능이 빛날 수밖에 없는 곳이죠.” 

 

✚ 그만큼 사회적경제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겠네요. 
“맞아요.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그동안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은 ‘다양성을 수용하자’는 캠페인이나 언어 교육 정도에 머물렀죠. 사회적경제 측면에서 더욱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예요.” 

✚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을 사례로 꼽을 수 있어요. 이 협동조합은 중국·베트남·일본·캄보디아 등 다양한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비슷한 맥락에서 ‘아버지’ ‘할아버지’의 나라에 건너온 고려인들의 고용창출을 돕는 사회적기업 ‘코리아클린체인지서비스’도 있습니다.” 


✚ 실제로 일자리 창출도 사회적경제기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죠. 
“우리 센터의 목표는 사회적경제를 통한 ‘숨은 일자리’를 10% 늘리는 겁니다. 특히 안산엔 영세한 제조업체가 많아요. 대표적 공업 도시이지만 걸출한 대기업보단 영세한 제조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죠. 이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국면에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들을 사회적경제 테두리로 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 시장경제가 할 수 없는 일을 사회적경제가 하는 셈이네요. 사회적경제가 활성화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제정된다면 더 탄력을 받을 거예요. 사회적경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사회적기업의 발굴·육성·성장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죠. 센터도 좀 더 고도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고요.” 

✚ 관련 법안의 처리 상황은 어떤가요. 
“19대 국회에 처음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어요. 21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입니다.” 

✚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더욱 공론화할 필요성도 있겠네요. 
“저희의 노력이 더 필요한 부분이죠. 사회적경제 인식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중단됐지만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인식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회적경제가 ‘특별한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을 더 알리고자 해요.”  

✚ 센터장님이 추구하는 ‘화두’는 뭔가요. 
“사회적경제기업이 오래 버티고,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성공률이나 안착률과 같은 ‘숫자’로만 평가받지 않았으면 해요. ‘미션(mission)’으로 정한 가치를 얼마나 성취하는지, 구성원이 얼마나 만족하고 행복한지 등을 함께 추구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가 한발 더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사진 = 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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