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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리얼
‘좋은 아침 좋은 생~각 포스트’라는 짤막한 노래를 아는가. 동서식품 포스트의 로고송이다. 배우 신애라가 아이에게 아침으로 시리얼을 주는 모습과 함께 대중의 뇌리에 박혔다. 경쟁자인 농심켈로그도 호랑이 마스코트 ‘토니’와 함께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는 재치 있는 문구를 내걸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두 업체의 경쟁적인 마케팅 덕분인지 플레이크 시리얼은 ‘간편하고 든든한 대용식’의 대명사가 됐다. 주요 타깃인 아동뿐만 아니라 아침을 챙겨 먹기 힘든 성인층까지 흡수한 결과였다. 이런 시리얼의 입지가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다. ‘간편하고 든든한 대용식’이라는 타이틀을 빼앗길 처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대용식의 인식이 달라져서다. 실제로 HMR의 수준이 크게 높아진 지금 ‘한 상’을 차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없어도 그럴듯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대용식의 중심이 시리얼에서 HMR로 바뀌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엔 ‘밥’을 선호하는 식습관도 한몫했다. 허벌라이프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이상적인 아침식사’ ‘건강한 아침식사’로 모두 ‘밥(각각 60.0%·62.0%)’이 1위에 올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맛있고 원물도 잘 살린 죽·볶음밥 HMR이 많지 않나”라며 “아침에도 기왕이면 밥을 먹으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느 식품들이 그렇듯 세대 변화도 시리얼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 소비층인 아동이 줄어서다. 반면 소비층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플레이크나 초코 시리얼 특유의 강한 단맛을 꺼리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시리얼 업체들이 프로틴·저당·통곡물·영양소 등을 강조한 제품 위주로 출시하는 이유다. 시리얼 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그래놀라(통곡물을 꿀이나 시럽을 이용해 뭉쳐 구운 뒤 과일, 견과류와 함께 먹는 시리얼)’를 꼽는다. 재료가 주는 건강한 이미지로 성인 소비자를 붙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런 시리얼 시장은 사실상 정체된 상황이다. 동서식품과 농심켈로그가 양분한 이 시장은 10년 가까이 2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용식이 무궁무진해지는 상황에 시리얼이 곡물이나 영양만으론 소비자를 다시 끌어오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리얼은 과연 ‘좋은 아침’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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