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아인스랩의 도전❷] 아빠가 목욕시키다 개발한 ‘교구’의 비밀
[Start-up 아인스랩의 도전❷] 아빠가 목욕시키다 개발한 ‘교구’의 비밀
  • 김미란 기자
  • 호수 419
  • 승인 2020.12.17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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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창혁 아인스랩 대표

‘미디어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미디어에 의존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잦은 미디어 노출은 아이들에게 독일 수 있다. 반면 전통적인 아날로그 교구들은 아이들의 근육을 적절히 움직이게 하고 창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열공학 연구에 빠져 있던 한 아빠가 미디어에 노출돼 있는 아이들을 위해 교구를 만들었다. 첨단기술이 들어간 아날로그 교구인데, 어떤 모습일까. 

이창혁 아인스랩 대표는 열공학 전문가 노하우에 아빠로서의 경험을 녹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이창혁 아인스랩 대표는 열공학 전문가 노하우에 아빠로서의 경험을 녹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기계공학의 꽃’이라는 열공학을 전공한 아빠는 오랜 시간 연구실에서 지냈다. 그곳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열공학 연구자로서 업적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러던 아빠는 어느 순간부터 궁금해졌다. ‘왜 연구결과는 연구성과로만 끝나야 하는가’ ‘뛰어난 연구 실적들은 왜 하드드라이브 속에서 잠을 자야 하는가’…. 

아빠는 연구성과들이 연구실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나가보자. 나가서 연구실적을 시장에 내보자.” 그렇게 아빠는 2017년 9월 굳게 닫힌 연구실 문을 열고 나와 창업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창혁(40) 아인스랩 대표는 열공학 연구기술과 노하우에 아빠의 경험을 보태 목욕놀이 스티커 ‘싸이바스 파이몽’을 출시했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낱말카드와 컬러체인징 보드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어떻게 이런 제품을 떠올리신 건가요?  
“두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제 전공을 살려 가장 쉽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분야가 무얼까 생각해봤습니다. 어린이 교구·완구시장이 블루오션이겠더라고요. 두번째 이유는 육아를 할 때 떠올랐어요. 아들만 둘인데, 목욕시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재미있게 목욕시킬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싸이바스 파이몽’을 만들게 됐습니다.” 

✚ 목욕놀이 제품이군요. 
“네. 온도 감응에 따라 색이 변하는 서모크로믹(thermocromic) 기술을 활용한 스티커입니다. ‘싸이바스 파이몽’은 목욕을 하면서 소방교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물을 뿌리면 불꽃이 사라지게 만든 스티커입니다.” 

✚ 불꽃이 사라지면 끝인가요? 그럼 연속성이 떨어질 것 같은데요.  
“네, 그 부분이 바로 기술입니다. 따뜻한 물을 뿌리면 불꽃이 사라지고, 시원한 물을 뿌리거나 온도가 내려가면 불꽃이 나타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온도에 따라 색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원리입니다. 단순한 원리 같아 보이지만 우리만의 특허 기술이 담긴 제품입니다. 아이들이 목욕할 때 적정한 36도에 반응해서 색이 사라지고, 30초 정도 냉각이 되면 다시 살아나는 방식으로 설계를 했습니다.” 

✚ 양산까지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을 존재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시제품 제작을 맡아 줄 업체를 찾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습니다.” 

✚ 아무도 제작해주려 하지 않던가요? 
“좋은 설비를 갖춘 업체는 발주금액은 적은데 새로운 공정을 시도해야 하니까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영세업체는 너무 열악해서 제대로 된 제품을 제작하기 어려웠습니다.” 

✚ 우여곡절이 많으셨군요. 첫 제품을 출시하는 데까진 얼마나 걸린 건가요? 
“약 1년 걸린 것 같습니다. 기술에 콘텐트를 녹여내는 작업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 없던 제품이라 고충이 많았겠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으시겠어요. 
“요즘엔 3세 이하 어린이들도 동영상에 많이 노출됩니다. 그러다 보면 전통적인 아날로그 교구에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죠. 반대로 부모님들은 아날로그 교구를 선호하고요. 우리 제품은 이미지 변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아날로그 타입의 교구를 선호하는 부모님의 니즈까지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 그것이 기존 제품들과 가장 큰 차별점인가요? 
“기존 제품들은 아무래도 수동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스티커를 붙여놓고 관찰하는 것으로 끝이죠. 반면 우리 제품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동형 제품입니다. 아이들 집중력도 높일 수 있고요.” 

✚ 그래도 몇번 하다 보면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다양한 차기작을 구상 중입니다. 동물이나 숫자를 활용한 것들로요. 교육 콘텐트를 접목해 재구매율을 높이는 방법도 꾸준히 연구 중입니다.” 

✚ 판매는 좀 되고 있나요? 
“쿠팡 로켓배송, 네이버 스토어팜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곳은 쿠팡입니다. 내년부턴 좀 더 다양한 오픈마켓에 입점하고 B2B(기업대 기업간 거래)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 B2B 시장에 진출하려면 박람회 등에 참가해야 기회가 있을 텐데, 최근엔 아무래도 그런 기회가 많이 없죠? 
“네,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내년엔 좀 가능하지 않을까요? 교육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는 교구로 진입해볼 생각입니다. 열심히 문을 두드려 봐야죠.” 

✚ 다른 제품도 출시 계획이 있나요? 
“목욕놀이 스티커는 아무래도 장소와 시간에 제약이 있잖아요. 욕실 말고 다른 실내공간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낱말카드와 컬러체인징보드를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 시제품까지는 나왔고요. 출시를 위한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낱말카드는 올해가 가기 전에 나올 예정입니다.” 

✚ 모두 색이 변하는 원리를 적용했나요? 
“그럼요. 그게 우리만의 기술인 걸요. 낱말카드는 자체 개발한 아이스펜을 활용해 단어를 익힐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체온을 접촉하면 글자가 사라지고, 아이스펜으로 문지르면 글자가 나타나는 식입니다. 각 단어마다 스토리를 담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만들고 나니 무척 뿌듯합니다. 컬러체인징보드는 아이들 소근육 발달이나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 유치원이나 보육시설에서 교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 연구실에서 실험만 하다가 창업을 해보니 어떠신가요?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아이들 목욕시킬 때 도움이 많이 된다는 후기들을 보면 기분도 좋고요.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걸 보면 제가 더 배우기도 합니다. 아마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와도 저는 창업을 택할 겁니다.” 

✚ 스타트업은 매순간이 위기이자 도전이잖아요. 
“맞습니다. 저도 연구직에만 오래 있다 보니 기술 개발은 수월했는데 마케팅과 판로 확보하는 건 너무 어렵더라고요. 마치 안드로메다 영역 같았어요. 그래도 정부의 이런저런 제도들을 활용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올해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고요. 다만 정부 지원 시스템은 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어떤 부분에서요? 
“주관기관이나 테마별로 지원 양식이 제각각이라서 지원을 하고 싶어도 서류작업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스타트업은 1~2명이 힘을 모아서 하는 건데, 서류 작업에 맨파워의 상당부분을 사용하니 지원할 엄두가 안 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어느 정도 통일성이 갖춰진다면 맨파워가 중요한 스타트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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