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소 개인展

➊무제 975000, Photography, 53×38㎝, 4 pieces, 1975 ➋0201012 무제(left), 0200815(right), Newspaper, ballpoint pen, pencil, 57.5×73×1㎝, 2020
➊무제 975000, Photography, 53×38㎝, 4 pieces, 1975 ➋0201012 무제(left), 0200815(right), Newspaper, ballpoint pen, pencil, 57.5×73×1㎝, 2020

5·16 군사정변과 유신체제에 있던 1970년대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억압의 시간이었다. 일부 개방된 문호를 통해 국제미술의 실험적 미술경향을 접할 순 있었지만 실험적인 작업과 전시들엔 어김없이 제재가 가해졌다. 공인된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추상미술뿐이었고 모노톤의 단색화가 주를 이뤘다. 당시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활동을 시작한 최병소 작가 역시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예술가들의 실험정신만은 잃지 않으려 했다. 단색화와 실험미술 사이에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나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 사진을 이용해 작업한 ‘무제 975000-1’, 의자 위에 사물을 놓고 촬영한 사진과 문자를 결합한 ‘무제 975000-2’는 사진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언어로 해석해 놓은 작품들이다. 작품 속에서 사진의 이미지는 문자와 만나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한다.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차이에서 나타나는 우연과 필연의 어긋남을 의도한 작업이다. 

‘무제 975000-3’은 여러 개의 의자를 나란히 또는 개별적으로 배치해 의자가 놓인 바닥을 흰색 테이프로 표시했다. 의자 없이 테이프만 두른 곳도 있다. 학교의 교실에서 착안한 이 작품은 질서에 순응한 집단과 그로부터 이탈한 개인을 표현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신문 지우기’ 연작에선 그가 평생을 매진해온 실험적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탄압의 대상이었던 신문을 까맣게 지우며 사회에 저항했다. 최근엔 자신을 지우는 작업으로 그 의미가 바뀌고 있다.

신문지·볼펜·연필·잡지·안개꽃·의자 등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는 세탁소 철제 옷걸이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무제 016000’ 작품은 옷장에 걸린 옷걸이를 즉흥적으로 구부려 보는 것에서 시작됐다. 작가는 무려 8000여개의 옷걸이를 구부려 세로 7m, 가로 4m 면적을 채웠다. 불규칙하게 쌓인 옷걸이는 마치 얽히고설킨 하얀 실처럼 보인다.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조명하고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 열린 가능성을 탐색하는 최병소 작가의 ‘意味와 無意味 SENS ET NON-SENS: Works from 1974 to 2020’ 전시는 2021년 2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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