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70만원 버는 간호사 재무설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 때문인지 희망 급여액이 지난해 같은 조사 때보다 되레 줄었다. 그렇다고 취업에 성공한 모든 이들이 200만원이 훌쩍 넘는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니다. 3년차 간호사 김은경(가명ㆍ26)씨의 월급은 170만원이다. 월급은 쥐꼬리인데, 돈 나갈 곳은 많기만 하다. 혼자 계신 어머니의 노후부터 결혼자금 마련까지…. 김씨는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까.

월급이 얼마인지 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급이 얼마인지 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에 ‘취업문’을 통과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자연스레 취업준비생들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알바몬이 취업준비생 1393명을 대상으로 ‘희망급여’를 조사한 결과, 첫 월급 희망 급여액은 246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조사 결과(248만7000원)보다 1만8000원 적은 액수다.

하지만 이 역시 희망일 뿐이었다. 취준생들이 예상한 ‘취업 후 실제 급여’는 희망 급여액보다 더 적었다. 이들의 생각한 첫 월급 급여액은 희망 급여액보다 26만원가량 적은 221만원이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253만2000원, 외국계 기업 240만8000원, 중소기업 202만6000원이었다.  

간호사 김은경(가명ㆍ26)씨도 한때 기대했던 희망 급여가 있었다. 하지만 취업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눈높이를 한참 낮춘 후에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사 3년차인 김씨의 월급은 170만원, 연간 상여금은 30만원이었다. 월급봉투는 넉넉하지 않은데, 돈 나갈 곳은 많았다. 어머니와 둘이 생활하는 김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다. 집에서 뒷바라지를 해줄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결혼자금도 김씨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부모님에게 섭섭한 마음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훗날 자신이 결혼한 후 혼자 남을 어머니가 더 걱정이었다. 그래서인지 김씨는 자신의 학자금 대출 상환, 결혼자금 마련과 함께 어머니의 노후자금도 준비하길 원했다. 문제는 적은 급여였다. 김씨는 월급 170만원으로 모든 재무목표에 대비할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먼저 김씨의 지출구조를 살펴봤다. 언급했듯 김씨의 월급은 170만원, 연간 상여금은 30만원이었다. 상여금은 별도의 통장에 비상금 명목으로 모아두고 있었다. 지금까지 모은 비상금은 100만원가량이었다. 급여는 많지 않았지만 씀씀이가 알뜰한 덕분에 매달 잉여자금이 생겼다.  

먼저 소비성지출로는 통신비 6만원, 개인용돈 20만원, 생활비 20만원, 교통비 10만원, 문화생활비 10만원 등 66만원이었다. 생활비는 살림을 도맡아 하시는 어머니에게 매달 드리고 있었다. 여기에 쇼핑비, 경조사비, 휴가비 등으로 쓰는 비정기지출은 연간 135만원으로 월평균 11만원이었다. 비정기지출을 더한 소비성지출은 총 77만원(66만원+11만원)이었다.  


비소비성지출로는 보장성보험 7만원, 적금 20만원, 학자금대출상환액 6만원 등 33만원이었다. 월평균 지출이 총 110만원으로 잉여자금 60만원은 통장에 그대로 모아두고 있었다. 말했던 것처럼 김씨의 재무목표는 ▲ 3년 이내 결혼자금 1500만원 마련 ▲ 어머니 노후자금 마련 ▲ 남은 학자금 대출 500만원 청산 등 세가지다.  

Q2 문제점

김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적금 20만원’ 외엔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매달 잉여자금 60만원이 생기는데도, 통장에 남겨둔 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내집 마련’의 필수조건인 주택청약통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매달 11만원가량 쓰는 비정기지출도 문제였다. 어림잡아 11만원으로 계산했지만, 이따금씩 초과 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잉여자금이 통장에 그대로 남아있는 탓에 계산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숱했기 때문이다.       

Q3 해결점

소비성지출은 손볼 게 없었다. 들쭉날쭉한 비정기지출(월 평균 11만원)은 바로잡기로 했다. 일단 별도의 비정기지출통장을 만들어 매달 10만원씩 모은 다음 활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1만원을 절약했다. 여기에 잉여자금 60만원을 더한 61만원으로 재무설계를 다시 했다.  


가장 먼저 단기목표인 결혼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씨는 3년 이내 1500만원을 모으길 원했다. 3년 이내 단기재무목표의 경우 물가 변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금리에 따른 수익성의 차이도 크지 않다. 이에 따라 금리가 낮더라도 안정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적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3년 내에 1500만원을 모으기 위해선 매달 42만원씩 모아야 한다. 기존 적금의 납입금을 20만원에서 42만원으로 22만원 늘렸다.

김씨가 목표로 삼진 않았지만 내집 마련 계획도 함께 세웠다. 내집 마련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통장에 가입했다. 납입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최소금액(2만원)으로 가입했다. 훗날 결혼자금 마련, 학자금 대출 상환이 끝나면 납입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두번째 목표는 학자금 대출 상환이다. 현재 남은 대출금은 500만원으로, 3년 후 일시상환하기 위해선 매달 14만원씩 모아야 했다. 적금계좌를 하나 더 개설해 14만원씩 납입하도록 했다.  마지막 목표는 어머니의 노후자금 마련이다. 현재 50대인 김씨의 어머니는 식당일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는 “앞으로 20년은 거뜬히 일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딸인 김씨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김씨는 어머니가 가입해둔 국민연금을 포함해 매달 100만원가량의 노후자금을 마련해드리고자 한다.  김씨의 어머니는 30년간 국민연금을 납입(월 5만6000원)해 왔다. 국민연금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예상수령액 자료에 따르면, 어머니가 10년 더 국민연금을 납입할 경우 매달 56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김씨가 원하는 월 10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부족한 어머니의 노후자금은 김씨의 개인연금(20만원)을 통해 대비하도록 했다. 이 역시 추후에 여유가 생기면 납입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남은 3만원은 채권형펀드, 배당형펀드, 부동산펀드 세가지 상품에 각각 1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 경험이 쌓이면 안전한 종목 위주로 투자 규모를 늘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렇게 여유자금 61만원을 고루 투자해 재무목표에 대비했다. 물론 납입 규모를 늘릴 항목이 꽤 있지만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무설계도 첫걸음이 중요하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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