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우수사원이자 7년 차 직장인 ‘정은’은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받는다. 정은이 퇴사를 거부하자 회사는 전기 송신탑 수리 하청업체에 1년간 파견 가면 복귀시켜 준다고 제안한다. 잘리고 싶지 않은 정은은 이를 승낙한다. 하청업체에 간 정은은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 하지만 만만치 않다. 현장 일은 낯설고, 하청업체 사람들은 정은을 적대시한다. 정은은 어떻게든 1년을 채워 원청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틴다. 각박한 환경에서 정은에게 손을 내미는 건 ‘막내’뿐이다. 그 또한 잘릴 처지지만 막내는 정은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고용 불안에 놓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정은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부당해고’ ‘성차별’ ‘원치 않는 파견’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서게 된다. 영화는 성실한 사람들의 설 자리를 뺏는 세상에 통쾌한 메시지를 던진다. 좌절할 만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정은의 투지도 관객에게 에너지를 준다. 

회사의 압박에도 치열하게 살아남는 정은 역은 영화 ‘혜화, 동’ ‘속물들’과 드라마 ‘출사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유다인이 맡았다. 유다인은 ‘혜화, 동’으로 제31회 영화평론가협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 받았다. 유다인은 완전히 낯선 환경 속에서도 제자리를 찾기 위해 도전하는 정은을 리얼하게 연기한다. 막내 역의 배우 오정세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다. 오정세는 두 드라마에서 재치 있는 밀착 연기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영화에서 맡은 막내 역할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단편 영화 ‘복수의 길’ ‘소년 감독’을 연출한 이태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복수의 길에서는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주 노동자 문제를 다뤘다. 이번 영화에서 노노勞勞 갈등과 원청-하청 갈등 등 각종 노동문제를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 감독은 두 주연배우의 연기를 두고 “유다인은 말론 브란도, 오정세는 스타니슬랍스키 같았다”며 “유다인은 내공 있는 내면 연기를 보여줬고, 오정세는 촬영 준비부터 현장에서까지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갔다”며 극찬했다. 영화는 2021년 1월 개봉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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