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의 노후준비 ‘우습게 생각하기’

‘노후준비를 잘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덜컥 겁부터 먹는다. 노후준비를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있다. 바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는 사실이다. 노후준비를 못했다고 비관할 이유는 없다는 거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지금도 늦지 않다. 

많은 이들이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안해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이들이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안해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갑내기 부부인 주지원(가명ㆍ43)씨와 정서희(가명)씨. 8살과 5살 남매를 키우는 이들 부부의 살림살이는 요즘 힘겹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 줄어든 탓에 아내가 어쩔 수 없이 퇴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부가 워낙 알뜰한 편이고, 나름 소액투자도 병행하고 있어 살림은 그럭저럭 꾸려가는 중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은 답답하다.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자녀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생각하면 노후준비는 더더욱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주씨가 꾸준히 적립하고 있는 퇴직연금과 정씨가 10년간의 직장생활 끝에 받은 퇴직금 3000만원이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어쨌거나 이대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아내는 ‘영끌’이라도 해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사자며 남편을 설득하는 중이다.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증가 효과를 노려보자는 거다. 아내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진 후 재취업할 뜻을 갖고 있지만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요즘 분위기를 봐선 아내가 다시 취업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남편은 집을 사는 게 옳은 선택일지 심사숙고 중이다. 혹여 아내가 재취업에 실패하고, 코로나19 국면이 더 악화하면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얻는 것 없이 손해만 볼지도 모른다. 

주씨 부부의 고민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주택 마련은 한국 직장인의 지상 최대 과제나 다름없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교육은 늘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혹하긴 하지만 노후 계획도 짜야 한다. 혹자는 “아직 젊은데 너무 걱정이 많은 것 아니냐”고 쏴붙일지 모른다.

문제는 요즘 ‘노후’가 70~80세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났기에 퇴직 후 30년 이상을 버텨야 한다. 그러려면 계산상 7억원 이상(월 200만원×30년=7억2000만원)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노후 대비를 뒤로 밀어놓으면 어떨까. 그럼 스트레스라도 덜 받진 않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주씨 부부는 현명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 필요가 있다. ‘불안한 노후’가 찾아올 것임을 알지만 현실을 회피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서다. 다만 미래를 고민하되 노후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게 먼저다. 

그렇다고 연금을 매월 얼마씩 넣겠다거나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얼마나 모아야겠다는 식의 계획을 처음부터 세워보라는 게 아니다. 언제부터 노후 대비를 시작할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노후를 지낼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등 노후의 계획을 그려보라는 거다. 그래야 부부가 자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월평균 생활비를 계산할 수 있다. 

어떤 노후 보낼지 설계해야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 부속연구소들이 내놓는 조사 자료를 참고해도 좋고, 주변 동년배들과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그래야 쉽게 감이 잡히기 때문이다. 이것마저 어렵다면 지금 노후생활을 하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봐도 추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구체적인 그림만 그려봐도 노후준비의 첫 단추는 잘 끼운 셈이다. 

다음으로 할 일은 ‘지금 내가 노후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따져 보는 것이다. 이렇게 조언하면 많은 이들이 ‘개인연금도 못 넣고 있다’ ‘작은 오피스텔 하나 없다’면서 자신들의 삶을 탓한다. 그럴 필요 없다. 당신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다는 뜻이고, 기본적인 노후준비를 했다는 거나 다름없다. 

물론 국민연금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소득대체율이 형편없다’는 주장과 함께 ‘곧 고갈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연금수급 나이가 65세로 늦춰지기도 했다. 개인마다 급여와 근속연수에 차이가 있으니 부익부 빈익빈 논란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적당한 시기에 반드시 노후준비 자금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된’ 훌륭한 노후준비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20~30년 후의 노후 자금을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급전이 필요할 때 해약하고 싶은 충동을 수시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후 대비는 부담이 안 되는 수준에서 자신도 모르게 반강제적으로 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이런 전제에 잘 부합한다. 특히 모든 법적인 권리행사(채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액 차이가 있더라도 국민연금은 서민의 노후생활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 주요 소득원임에 분명하다. 그러니 스스로 노후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국민연금이 얼마나 쌓이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장 국민연금 홈페이지부터 열어 국민연금을 확인해보자. 주씨 부부처럼 직장생활을 열심히 했다면 ‘평균적인’ 수준의 노후준비는 돼 있을 것이다. 

그다음 생각할 것이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이다.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고, 부족한 부분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메워야 한다. 말하자면 ‘3층 연금’ 구조를 만들라는 얘기다. 주의할 점은 매월 불입액을 무리해서 잡지 말라는 거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없어도 없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금액이 적당하다. 목적자금을 정하고 무리하게 불입액을 정하면 결국 골인 지점까지 이어가지 못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노후 자금 마련에 실패한다. 

어떤 금융상품을 선택할지는 다음 문제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무작정 아파트를 구입하자는 건 바람직한 노후준비 전략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단 보통예금 통장에라도 매월 일정액을 모아보자. 부담 없는 수준이라는 확신이 들면 6개월이나 1년 후 적당한 금융상품을 선택해도 된다. 

4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노후준비에 너무 늦은 것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노인’이 되려면 아직 20년은 더 남았다. 더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노후준비를 했으니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노후 자금이라는 꼬리표만 잘 붙여 조금씩 시작한다면 나중에 큰 힘이 될 노후 자금이 주씨 부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글=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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