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대 고기능 원격학습 프로젝트

“선생님, 칠판 안 보여요” “화면이 끊겨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보편화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대부분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탓에 원활한 수업이 어려워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대는 고기능 원격학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칠판 글씨가 선명하게 화면에 둥둥 떠다닌다. 학생들은 ‘필기 압박’에서 벗어나 수업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코로나19로 원격수입이 보편화하면서 에듀테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보편화하면서 에듀테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학교’ 모습을 180도 바꿔놨다. 대면 수업이 어려워지면서 화상회의 시스템 등을 이용한 원격수업이 속속 도입됐다. 학교와 교사, 학생 모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문제는 원격수업이 대면 수업을 대체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시스템이 고도화하지 못한 탓에 학생들이 화면에 뜬 수업 콘텐트를 읽지 못하거나 칠판에 판서한 내용을 교사가 가리는 문제가 왕왕 발생했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던 일본에선 히로시마대 교육자들이 해결에 나섰다. 고기능 원격학습 시스템을 통해서다. 히로시마대에선 현재 3개 캠퍼스의 강사와 학생들을 가상사설통신망(VPNㆍvirtual private network)으로 연결해 동시에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강사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들과 손쉽게 교류하고, 영상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답은 ‘인공지능(AI)’에 있다. 히로시마대 원격학습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젯슨 엣지(Jetson Edge)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한 소니 ‘REA- C1000 엣지 애널리틱스 어플라이언스(Edge Anal ytics Appliance)’를 활용한다. 

이 어플라이언스는 값비싼 영상 장비나 복잡한 소프트웨어 앱이 없어도 역동적인 영상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어플라이언스 내에 소니 고유의 AI 알고리즘이 구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전문가라도 딥 러닝모델들이 제공하는 자동추적(automatic tracking), 줌(zooming), 크로핑(cropping·사진 등의 불필요한 부분 다듬기) 등의 기법을 활용해 고품질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엣지 애널리스틱 어플라이언스를 팬·틸트(상하 각도 조절)·줌 기능이 가능한 카메라와 PC, 디스플레이, 녹화기기와 연결해주면 끝이다. 히로시마대의 예를 들어보자. 설치된 다수의 카메라가 강사의 판서, 학생들의 질문, 참여 내용 등을 캡처해 강의실 크기에 맞춘 풀 HD 영상으로 제공한다. 작동도 손 쉽다. 터치 스크린 패널을 이용해 직관적으로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건 ‘필기 추출(hand writing extraction)’ 기능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강사가 칠판에 판서를 하면 카메라가 그 텍스트, 숫자, 도표 등을 녹화해 화면에 즉시 그려낸다. 마치 글자가 강사 앞에 떠다니는 듯 보여준다. 이 기능 덕분에 학생들은 필기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강의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그동안 강사의 판서가 불명확하거나 가려져 겪던 불편함을 해결한 셈이다. 

크로마키 없이 어디서나 


이뿐만이 아니다. 강사는 필기 추출 기능을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화면에 떠다니는 글자의 투명도를 조절하거나, 중요한 글자의 색을 강조할 수도 있다. 이처럼 칠판에서 화면으로 전환이 자유자재로 가능해진 건 엔비디아의 ‘젯슨 TX2’와 소니의 ‘오브젝트 감지 테크놀로지’의 결합 덕분이다. 

또 한가지 장점은 ‘크로마키’와 같은 대규모 영상 편집 장비가 없이도 흥미로운 콘텐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동작 오브젝트 감지 알고리즘을 활용한 CG 오버레이(CG Overlay) 기능 덕분이다. 크로마키 없이도 발표자를 추출해 원하는 배경에 덮어씌울 수 있다. 또한 발표하는 내용과 관련한 애니메이션, 도표, 그래프 등을 배경에 매끄럽게 띄울 수도 있다.

기존에는 동작 오브젝트 감지 알고리즘이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특수 분야 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고성능 컴퓨터)에서만 구동됐지만 딥 러닝 기술 개발로 엣지 애널리틱스 어플라이언스에서도 활용이 가능해졌다. 

그 외에도 이 어플라이언스에는 원활한 원격수업을 위한 ‘똑똑한’ 기능들이 많다. ▲강사의 동작을 자동으로 추적해 강사가 화면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PTZ 오토 트래킹 기능’ ▲녹화 영상 일정 부분을 잘라내고 다듬어 다른 카메라로 녹화한 것 같은 효과를 주는 ‘초점 영역 크롭 기능’ ▲질문하는 학생을 자동으로 줌하는 ‘동작에 따른 클로즈업 기능’ 등이다. 

그렇다면 원격학습 시스템을 도입한 히로시마대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교소 쿠리스 히로시마대 국립대학법인 책임자는 “판서 내용을 선명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토론이 가능할 만큼 사실적이고 편안한 학습환경을 구현했다”면서 “추가 인력 투입 없이도 강사가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은 학교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원격수업 관련 기술이 고도화하면 학교의 모습은 어떻게 또 달라질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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