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어디까지 갈까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난 4일(7만1500원) 사상 처음으로 7만원대를 넘어섰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난 4일(7만1500원) 사상 처음으로 7만원대를 넘어섰다.[사진=뉴시스]

국내 주식시장의 대장주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7만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에선 주가가 7만원을 넘어 9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리스크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전자 주가의 호재와 악재를 살폈다.

21.09%.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11월 6일(6만1000원)부터 지난 7일(7만2900원)까지 한달 동안 기록한 주가 상승률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2416.50포인트에서 2745.44포인트로 13.6% 올랐다는 걸 감안하면 코스피지수를 웃도는 상승세를 기록한 셈이다.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된 11월 2일로 기준 시점을 앞당기면 상승률은 27.0%로 치솟는다.

삼성전자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코스피지수가 올해 최저점을 기록했던 3월 19일 1457.64포인트에서 4월 20일 1941.53포인트로 33.1% (483.89포인트) 상승할 때 삼성전자의 주가는 4만2950원에서 5만1400원으로 19.6% (845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렇게 삼성전자는 이례적인 폭등세를 경험하면서 주당 7만원(7만전자)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견인한 건 외국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11월 6일부터 지난 7일까지 한달 동안 1조7275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시장 전체 순매수 금액은 5조3034억원이다.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의 3분의 1 이상이 삼성전자로 몰렸다는 의미다. 반대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는 각각 9715억원, 6611억원의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8만전자’ ‘9만전자’로 뛰어오를 수 있을까. [※참고 :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6일 7만3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9일 7만3900원을 기록한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전망은 일단 장밋빛으로 가득하다. 주요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7만원대에 안착한 지난 7일 이후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목표주가를 9만~9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KB증권은 11월 16일 8만원이던 목표주가를 지난 11일 9만2000원으로 올렸다. 12월초 목표주가가 7만8000~9만원 사이였다는 걸 감안하면 일주일 사이에 목표주가가 최대 21%나 상승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상승세를 전망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D램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도체 부문이 삼성전자 매출의 31.1%(2020년 3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RAM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8Gb) 현물가격은 3.2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8일 3.02달러를 기록한 이후 6개월 만에 3달러대를 회복했다.

D램 업황과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DXI 지수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D램 가격 하락으로 8월 1만6898포인트까지 떨어졌던 DXI 지수는 15일(현지시간) 2만1334포인트까지 상승했다. 반도체 시장이 2017~2018년 기록했던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에 다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둘째, D램의 공급부족 가능성이다. 글로벌 3위 업체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대만에선 최근 반도체 생산중단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4일 정전에 이어 10일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D램과 같은 반도체는 연속적인 공정이 필요한 데다 생산하는 데 3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2013년 9월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불이 났을 때에도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이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대만에서 시작된 D램 공급부족 문제가 삼성전자엔 반사이익을 누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시작되나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 대만 공장의 정전 사태가 D램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계에서 재고부족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1분기 D램 가격 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대만발 공급차질 이슈가 발생해 협상의 주도권이 수요처에서 공급사로 넘어갔다”며 “이번 공급차질 사태가 D램 수급 개선과 업황 턴어라운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부터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사진=뉴시스]

셋째 이유는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가능성이다. 삼성전자가 연말 정기 배당 외에 특별 배당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수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올해까지 추가 현금배당을 하거나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며 “올해는 6조6000억원의 추가 배당 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상 자사주 매입보다는 특별배당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6조6000억원의 배당 여력을 감안하면 주당 1000원 내외의 특별배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 만한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걱정거리다. 지난 3일 1100원을 밑돌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1090.5원(12월 16일 기준)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1100원은 중소기업의 환율 마지노선으로 불린다(한국무역협회).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마지노선은 1000원이지만 환율 하락은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수출이 늘어도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란 점이다. 미국의 경기부양정책,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1050원까지 하락하면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수출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점도 우려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내년 낸드플래시 가격이 10~1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과잉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앞도적인 시장점유율 33.1%(올 3분기 기준)로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에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특히 이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9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점유율 2·3위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공동 대응(낸드플래시 공장 합작 증설)에 나선 건 대표적 사례다. 2007년과 2009년 발생했던 D램 치킨게임이 낸드플래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도 삼성전자로선 짚고 넘어가야 할 변수다. 현재로썬 조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처럼 화웨이 압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데,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17.0%(2010년 기준 2위)라는 걸 감안하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게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 9월 15일 미국 정부가 자국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기업을 향해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하면 제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D램 고정가격은 9월 3.13달러에서 10월 2.85달러로 8.95% 폭락했다.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미중 갈등이 D램 시장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시장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점치는 장밋빛 전망과 우려 섞인 전망이 혼재돼 있다. ‘주식시장에 100%란 없다’는 말 그대로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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