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 2] 부실 초래한 경영자 엄단하는 미국

▲ 시위대가 미국에 해를 끼치는 기업(Bank of bad for America)이라는 표어를 들고 있다. 미국 사회는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소재와 질책을 확실히 한다.
체리피커(cherry picker). 케이크의 체리만 집어간다는 뜻으로 실속만 챙기는 얌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체리피커와 같은 경영인이 넘친다. 경영자의 자리에 앉아 이득만 챙기고 부실에 대한 책임은 도외시하는 모습은 한국사회의 고질병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의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꼼수를 부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 추궁 과정도 생략됐다. 어물쩍 책임을 피하는 경영진의 행태는 선진국에서는 벌어지기 힘든 일이다. 미국의 경우 거대한 산업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더라도 경영진의 부실 경영만은 엄하게 처벌한다.

2009년 미국 할리우드에 칼바람이 불었다. 글로벌 영화제작업체 유니버설 픽처스는 매출 부진의 원인이 경영자에 있다고 판단했다. 주요 사업인 영화 티켓 판매에서 메이저 영화업체 가운데 하위권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동 경영자 마크 슈무거와 데이비드 린데는 단칼에 교체됐다. 영화산업계가 침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월트디즈니와 파라마운트 영화사 역시 경영 악화의 책임을 물어 경영진을 해고했다. 여기에 MGM까지 해리 슬로언 CEO를 퇴진시켰다. 물론 기업의 오너가 경영까지 맡는 국내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오너와 별개로 전문 경영인이 CEO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다고 국내의 오너이자 CEO인 경영자가 책임을 피해갈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경영 부실상의 책임은 경영 구조를 막론하고 칼같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을 전에 없이 성장시킨 경영자일지라도 실패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한 사례도 있다. 켄 루이스 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는 수년간의 인수•합병(M&A)을 통해 2006년 BoA를 미국 최대은행으로 키웠다.

그러나 2008년 인수한 메릴린치와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이 부실 모기지 증권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BoA의 이익을 갉아먹었다. 심지어 루이스 CEO는 증권사기 혐의로 뉴욕검찰에 기소되기까지 했다.

그러자 BoA의 기둥뿌리가 흔들렸다. BoA는 자산규모 기준 미국 최대은행 자리를 JP모건체이스에 내줬다. 2011년 3분기 기준 JP 모건체이스의 자산규모는 2조2900만 달러로 BoA의 2조200만 달러를 앞질렀다. 루이스 CEO는 8년간 BoA를 고속성장시킨 수장이었지만 2009년 말 초라하게 사퇴했다.

리보(영국 은행간 금리) 조작 스캔들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영국 2위 은행 바클레이스의 사례도 비슷하다. 바클레이스 은행은 리보를 인위적으로 낮게 조작해 9월 28일 영국과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벌금 4억5300만 달러를 부과받았다. 그 결과, 마커스 에이지스 회장과 다이아몬드 CEO가 업무과실에 대한 책임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 사임에 대한 여론은 국내와는 현저히 다르다. 런던 소재 쇼어캐피털 그룹은 “다이아몬드 CEO의 퇴진은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라며 “다이아몬드 CEO의 입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옹호 받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경영권을 부실하게 운영한 경우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낸 결과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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