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혁신 뒤 도사린 리스크 잡아라
전기차, 혁신 뒤 도사린 리스크 잡아라
  • 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정덕 기자
  • 호수 420
  • 승인 2020.12.25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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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의 과제

인류 역사에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마도 ‘말보다 빠른 탈것’이란 기대감과 ‘사고 위험이 크다’는 우려를 동시에 가졌을 거다. 자동차 발전의 역사는 그런 기대감을 충족하고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었고, 꽤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다가올 전기차 시대의 과제도 마찬가지다. 획기적인 변화 뒤에 숨은 위험성에 제대로 대응할 때다.

화재사고 관련 난제를 풀어야 기분 좋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화재사고 관련 난제를 풀어야 기분 좋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내년부터 전기차 경쟁시대가 본격 열린다. GMㆍ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고, 수십 종의 전기차를 생산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년에 양산하겠다고 밝힌 전기차 종류만 100종이 넘는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시대의 중심에 있다. 현대차는 내년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4~5개 기종의 가성비 좋은 전기차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런 경쟁을 통해 전기차의 성능이나 디자인은 한층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면 배터리ㆍ모터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부품을 차 바닥면에 설치할 수 있어 차 공간이 넓어진다. 또한 무게 중심이 낮아짐과 동시에 불필요한 배선도 70% 이상 줄어들어 주행 성능이 좋아진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생산 단가를 낮출 수도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차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배터리 제조업계의 의지도 실현가능한 목표가 돼가고 있다. 아울러 전고체 배터리나 배터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면서 등판 능력을 강화해줄 전기차 전용 변속기의 등장도 앞두고 있다. 

물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연간 판매량 약 9000만대)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아직 300만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규모가 매년 1.5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연기관차 시장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자동차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내연기관을 더 이상 배우지 않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제는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력이 되면 전기차가 안고 있는 난제들이 더 크게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전기차 화재사고가 대표적이다. 이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지만, 배터리에 그 원인이 있다는 건 부인하기 힘들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로는 ‘리튬이온배터리’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 배터리의 가장 큰 약점은 열이 많이 발생한다는 거다. 화재사고의 원인과 무관할 수 없다. 배터리 셀의 불량이냐 아니면 무리한 과충전 반복에 의한 열폭주냐 등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혹여 배터리 셀 제조와 관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배터리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화재사고’는 차가 충돌한 후 프레임이 밀려 바닥에 장착된 배터리가 압력을 받으면서 발생했다. 전기차에선 구조상 언제든 화재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리튬이온배터리보다 훨씬 안정적인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되면 지금보다야 낫겠지만 화재사고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물에 의한 감전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3~4중의 안전장치가 돼 있다고는 해도 과속방지턱 등을 만나면 바닥에 설치된 배터리 쪽에 충격이 가해질 수도 있다. 여름철 홍수 때 바닥 표면이 상한 상태에서 차의 하부가 물에 잠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전기차도 난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다양한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여기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모두 있다. 가령, 전문가들이 ‘외부 충전소에 비를 막아줄 별도의 덮개가 없어 비 오는 날 충전 시 위험할 수 있다’고 숱하게 경고했음에도 여전히 덮개를 설치하지 않고 운영하는 충전소가 많다. 반면 전기차 화재사고에 대비해 119 대원들의 화재 진압장비가 달라진 건 긍정적이다. 새롭게 재편되는 전기차 시대가 기분 좋은 변화가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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