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기어 전문업체 앱코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이 불황인 요즘, 게임 산업은 유례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집에서만 생활하는 ‘집콕족’이 늘면서 실내 오락인 게임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더 좋은 게임 장비를 갖추고 싶은 소비자들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트렌드 덕분인지 최근 게이밍 기어 전문업체 앱코에 투자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게이밍 기어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게이밍 기어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1년째 세계를 뒤덮으면서 대부분의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3월 삼정KPMG가 ‘코로나19에 따른 산업별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요 산업에 미친 코로나19의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 금융·자동차·휴대전화·디스플레이·패션 등이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유통·화장품·영화·영상미디어 등 비대면으로 사업 영위가 가능한 사업군도 ‘일부 부정적’ 딱지를 받았다.

그런데 그중에서 유일하게 ‘일부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은 산업이 있다. 게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PC·모바일 게임의 이용시간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국내 안드로이드 게임의 다운로드 건수가 지난해 하반기 대비 17% 증가한 260억건에 달했을 정도다. 같은 기간 소비자 지출도 11% 늘어난 360억 달러(39조3552억원)를 기록했다(시장조사업체 앱애니).

게임 관련 사업도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마우스·키보드·헤드셋 등 게이밍 기어(게임용 주변기기) 산업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소비자 대부분이 PC방 대신 집에서 게임을 즐기면서 PC방과 동일한 고사양의 게이밍 기어를 구매하려는 수요층이 생겨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월 기준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그래픽 카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난 것을 보면 그 수요를 짐작할 수 있다.

게이밍 기어 산업이 급성장하는 요인은 또 있다. e스포츠 산업이다. e스포츠에 참가하는 프로 게이머들이 쓰는 게임 장비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자연히 게이밍 기어 수요가 늘고 있다. 2015년 325만 달러(35억6005만원)였던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올해 1488만 달러(163억252만원)까지 성장할 거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뉴주).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관객 동원이 불가능해지면서 타격을 받긴 했지만, 게임 특성상 비대면으로 대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거대 기업 제친 토종 브랜드

이에 따라 게이밍 기어 업계의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이밍 기어 전문업체 ‘앱코’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1년 창업한 이 회사의 사업 비중은 게이밍 기어가 74.7%로 가장 높고, 이어 소형가전(19.2%), ICT 사업(5.9%) 등의 순이다.

게이밍 기어 브랜드는 앱코(대표 브랜드), 해커(중저가 라인), 엔코어(PC케이스 전문) 등이 있다. 1인 가구에 특화된 소형가전 브랜드 ‘오헬라’, 음향기기 브랜드 ‘비트토닉’도 보유 중이다. 고가의 해외브랜드 대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게 앱코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투자 포인트는 크게 세가지다. 무엇보다 앱코는 국내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다져나가고 있다. 2013년에 게이밍 기어 시장에 발을 들인 앱코는 PC방을 타깃으로 한 B2B(기업대 기업간 사업)를 집중 공략해 몸집을 불려나갔다. 그 결과, 7년 만에 ‘국내 PC방에서 쓰는 키보드의 10대 중 9대는 앱코 제품’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엔 토종 브랜드로서의 명성도 드높였다. 지난 1분기 국내 게이밍 키보드 매출의 49%를 기록해 글로벌 기업 로지텍(24%)을 밀어내고 업계 1위를 차지했다(다나와리서치). 게이밍 헤드셋(51%), 게이밍 PC케이스(65%)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또다른 투자 포인트는 성공적인 해외 진출이다. 앱코는 지난해 11월부터 글로벌 쇼핑몰 아마존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2개월 만에 9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해외매출(상반기 41억6366만원)이 게이밍 기어 관련 매출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현재 앱코는 미국·영국·인도 아마존에 입점해 있는데, 내년에 입점 국가를 늘릴 계획을 세웠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앱코의 해외 매출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성장동력도 탄탄

마지막 투자 포인트는 매력적인 신사업이다. 앱코는 2017년부터 초등학교·중학교에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는 정부 시범사업(스마트 단말기 충전함 제작)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충전함 부문에서 1~5차 모두 단독으로 선정돼 총 1만2374여대를 공급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른다면 앱코의 충전함이 전국 초·중·고등학교 38만곳에 1대씩 배치된다.

시장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앱코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참고 : 앱코는 태블릿PC 32대를 동시충전하고 자료를 동기화하는 소프트웨어 등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앱코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12월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앱코의 주가는 14일 기준 3만2600원으로 고점(3만4800원·9일) 대비 약간 빠졌지만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제는 게이밍 기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내년 해외 판매루트의 확장이다. 이런 가능성을 반영해 앱코의 목표가를 5만원으로 제시한다.

글=이종현 하이투자증권 대구WM 과장
langers79@naver.com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