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국내 증시의 호황으로 주식판에 뛰어드는 직장인도 덩달아 늘고 있다. 만만찮은 분야임에도 치솟는 주가에 현혹됐는지 이들은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주식 초보자’들이 가장 잃기 쉬운 때다. 자신이 투자에 소질이 없다면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하루빨리 안전한 재테크 상품으로 옮기는 게 ‘답’일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주식으로 끙끙 앓던 부부를 위한 솔루션을 짜봤다.

자신이 주식으로 계속 손해를 보고 있다면 빠르게 다른 재테크 상품으로 바꾸는 것도 답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이 주식으로 계속 손해를 보고 있다면 빠르게 다른 재테크 상품으로 바꾸는 것도 답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생활 7년간 자신의 월급 내역을 꽁꽁 숨겨왔던 황대승(가명·49)씨. 10년 전 사업을 운영했을 때보다 확 줄어든 소득이 콤플렉스가 된 탓일까. 황씨는 아내 박은희(가명·42)씨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건네는 300만원 외에 자신의 월급이 얼마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이 점이 박씨는 늘 불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황씨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도 골칫거리가 됐다. 취등록세만 500만원을 냈는데도 땅을 어찌 할 수 없었다. 그 땅에서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문제였다. 오래전부터 황씨 부모님들이 이들의 편의를 봐줬기 때문에 부부는 주민들을 내쫓을 수 없었다. 이렇게 금전적인 문제가 계속해서 생기자 두 사람의 관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부부는 상담을 통해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남편의 소득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지난 상담에서 황씨는 자신의 월급 액수를 모두 공개했고, 앞으로는 월급 전액을 가계부에 보태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590만원(남편 생활비 300만원+아내 290만원)이었던 부부의 소득은 720만원(남편 430만원+아내 29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황씨 부부는 앞으로 매월 가계부를 쓰고 통장을 공유하면서 서로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기로 결정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재무 솔루션을 해보자. 먼저 부부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부터 확인해 봤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소비성 지출(72만원)과 의류비(월평균 8만원) 등 8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남편이 밝힌 추가 소득(130만원)에 새로 만든 지출항목(남편 용돈 30만원)과 기존 적자(1만원)를 빼면 여유자금은 총 179만원이 된다.

필자는 부부의 ‘실탄’을 더 늘리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이를 위해 매월 주식(120만원)에 쓰는 비용을 없애자고 조언했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증시가 호황을 맞고 있어 “지금 주식으로 돈 못 벌면 바보”란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아내는 주식 원금의 절반 가까이 까먹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재테크 분야에서 계속 손실이 나고 있다면 한번쯤 스스로의 재테크 실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재능이 없다면 빨리 손절하는 것도 용기다. 아내도 이 점을 인정하고 주식 투자비용을 없애는 것에 동의했다. 또 원금만 회복하면 조만간 남은 주식(300만원어치)도 전부 처분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총 30만원에 달하는 기존 적금도 모두 정리했다. 이에 따라 부부는 여유자금을 179만원에서 329만원(여유자금 179만원+주식 120만원+적금 30만원)으로 늘릴 수 있었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가 세운 재무 목표는 자동차 교체→대출금 상환→자녀 대학자금 마련→땅 처분 순이다. 5200만원에 달하던 대출금은 남편이 그간 모아온 돈 4500만원과 예금 600만원, 주식 300만원 중 100만원을 처분한 돈으로 전부 상환했다. 땅 문제는 당분간 보류했다.

애당초 아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땅을 빨리 팔고 싶어 했지만 황씨 일가가 수십년간 애착을 갖고 있었던 땅이란 남편의 설명을 듣고 뜻을 접었다. 그러면 부부가 신경 써야 할 건 자동차 교체비와 자녀 대학자금뿐이다. 필자는 여기에 부부의 노후를 위한 대비책과 비상금도 추가하자고 조언했다. 내년이면 남편이 50대에 들어서지만 부부가 지금까지 별다른 노후준비를 하고 있지 않아서다.

따라서 부부는 월 60만원씩 연금보험에 넣기로 결정했다. 상품은 사업비가 낮은 저사업비 변액연금상품으로 준비했다. 증권사에 내는 판매보수금액 등이 저렴해 시간이 지날수록 펀드보다 높은 환급금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이 상품의 장점이다. 다만, 투자상품인 만큼 손실 리스크가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자녀 학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비과세저축상품을 활용키로 했다. 간단한 가입금만 내면 20세 이상 해당 지역 거주자라면 누구든 농협·축협·새마을금고 등에서 만들 수 있다. 예·적금 모두 이자소득세가 감면되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게 가능하다. 총 3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운용할 수 있지만 이를 대학 학자금을 모으는 용도로 활용할 계획인 부부에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부부는 월 60만원씩 적금하기로 결정했다.

적립식 펀드(50만원)에도 투자했다. 내년이면 자녀가 고3이 되는데, 50만원짜리 적금만으론 대학 등록금을 준비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단기간에 준비하는 상품인 만큼 부부는 수익률보단 안전성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뉴딜펀드’에 투자할 예정인데, 이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고 세금 공제 혜택까지 있어 여러모로 부부에게 이득이다.

차량 교체 비용으로는 일반 시중은행의 적금(80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비대면 상품 중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골라 4년간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비상금 용도로는 인터넷은행(69만원)을 활용한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이체·결제기능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계좌를 조회할 수 있어 재테크 초보가 경제관념을 익히기에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기존 2만원이었던 주택종합청약저축 금액을 12만원으로 10만원 늘렸다. 이 금액 또한 나중에 부부의 노후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가 확보했던 329만원은 차량 교체비(80만원)·자녀 대학 학자금(110만원)·노후 준비(70만원)·비상금(69만원)에 골고루 분배됐다. 그렇다고 한숨을 쉬기는 아직 이르다. 계획한 대로 실천해야 비로소 재무상담도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의지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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