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제자리 찾을 가능성 높아

올 하반기 수요 쏠림 현상으로 해상운임이 전례 없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 하반기 수요 쏠림 현상으로 해상운임이 전례 없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해운업이 오랜만에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유류비(비용)는 떨어지고 해상운임(수익)은 급등하면서 벌이가 짭짤해졌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특수를 누린 덕이다. 문제는 이런 호황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21년에도 코로나 특수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2021년에도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해운업에 2020년은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세계 시장에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작됐고, 국내에선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중간 성적표가 나오는 해였다. 올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해운업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는 거다. 결과는 어땠을까. 표면적 성적만 보면 해운업은 변곡점을 잘 통과했다.

하지만 찝찝한 구석이 적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해운업에 특수特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게 해운사의 유류비를 절감해주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IMO 환경규제로 해운사들은 친환경 선박을 운용하거나 값비싼 저유황유를 써야 했는데, 유가가 떨어지면서 저유황유와 기존 벙커C유의 가격차가 줄어든 건 결정적 호재였다. 

비용만 절감한 게 아니다. 공교롭게도 해상운임을 끌어올리는 데도 코로나19가 한몫했다. 이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상반기엔 세계 공장들이 셧다운되고 경기 악화를 우려한 해운사들이 선박 수(공급량)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변했다. 공장들이 재가동됐고, 연말 특수를 타고 수요가 조금씩 살아났다. 기업들도 주문량을 늘렸다. 상반기 뚝 끊겼던 물동량(물자의 이동량)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해운사들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수요가 넘친 셈이다.

그 결과, 12월 18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FCI)가 2411.82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SFCI가 800~900대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엄청나다. 국대 대표 해운사 HMM이 9년 만에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고, SM상선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중요한 건 해운업이 2021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무엇보다 일시적 수요쏠림 현상으로 급등한 해상운임이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호재로 작용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최건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문연구원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보복소비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그 반대 국면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업은 2021년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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