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소음 왜 문제일까

건설사가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만들 때 ‘사전인정’을 받아야 할 게 있다. 층간소음을 막아주는 ‘완충재’의 성능이다. 문제는 사전검증을 통과해도 층간소음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껏 인정까지 받아놓고 시공을 부실하게 하거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완충재를 바꿔치기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부는 2년 후 사후검증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기존 주택은 어떻게 하느냐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해결하기  힘든 층간소음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7월부터 사전 인정제도를 사후검증제도로 바꾸기로 했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는 2022년 7월부터 사전 인정제도를 사후검증제도로 바꾸기로 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서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를 알긴 어렵지만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층간소음센터ㆍ환경부 운영)’에서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층간소음 문제로 상담을 신청한 건수는 7697건에 이른다(온라인ㆍ전화상담 포함). 단순하게 계산하면 2020년 1분기 일평균 상담 건수가 85건에 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일 최소 85가구가 층간소음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단 얘기다.

층간소음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것부터 짚어보자. 층간소음센터에서 2012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현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층간소음 원인 1위는 ‘아이들의 뛰는 소리나 걷는 소리’였다. 5만1290건 중 3만5231건으로, 전체의 68.7%를 차지했다. 

물론 소리가 난다고 모두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건 아니다. 바닥에 직접 닿아 발생하는 소음을 기준으로 주간(오전 6시 이후)엔 1분간 평균 43㏈, 야간(오후 10시 이후)엔 1분간 평균 38㏈을 넘어야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참고 : 일반적으로 데시벨은 상대 단위로 쓰인다. 조용한 도서관을 기준으로 할 때 사람 발걸음 소리가 40㏈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해결법도 간단하지 않을까. 층간소음 기준을 넘지 못하도록 ‘완충재’를 시공하면 되지 않을까. 실제로 많은 건설사가 층간소음을 완화하기 위해 대안을 만들고 있다. 최근 ‘층간소음 연구소’를 설립한 삼성물산은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신공법ㆍ소재 등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건설사들도 층간소음을 줄일 목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다. 현대건설은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고성능 완충재를 2021년부터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6월 3중 구조의 새로운 층간소음 완충 방식을 내놨는데, 이는 특허까지 받았다. 공통점이 있다면 자재 수준을 높이거나 두껍게 시공해 층간소음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참고 : 소음을 줄여주는 완충재와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재 등이 완충재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획기적인 완충재를 만들더라도 층간소음 문제가 100% 해결되는 건 아니다. 완충재의 기준을 결정하는 제도에 태생적 결함이 있어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만들 땐 ‘사전인정제도’를 거친다. 

이는 공동주택을 준공하기 전 완충재의 성능을 검사하고, 성능 기준을 만족한 자재만 공사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사전에 검증을 마친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부실하게 공사하면 대책이 없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입증하는 통계도 있다. 

감사원이 사전 검증을 거친 완충재가 사용된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2019년 4월)에 따르면, 191세대 중 114세대가 최소 성능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전인정제도를 통과한 자재라도 실제 현장에 시공된 후에는 ‘차음 효과’가 부족할 수 있다는 거다. 공사 후 검증하는 과정이 없어 기준 미달 주택을 찾아내기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전에 성능검사를 통과한 완충재를 부실하게 시공하거나 원가를 더 낮추기 위해 하급자재로 바꿔치기하면 층간소음 문제를 잡을 수 없다. 사전검사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2022년 7월 완충재 사후검증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후검증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현재 사전인정제도에 사용되는 완충 기준을 강화할 계획도 있다. 

하지만 사후검증제도도 역시 한계가 있다. 기존 주택은 ‘층간소음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층간소음센터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층간소음이 발생한 주택 중 준공연도를 확인할 수 있는 건 60.1%였는데, 그 중 65.0%가 지금 기준(210㎜)보다 더 얇은 완충재(120~180㎜ㆍ2009년 이전)를 사용한 노후 공동주택이었다. 완충재는 소모되기에 시간이 갈수록 중량 충격음 흡수 성능이 떨어질 공산도 크다. 

노후 공동주택의 부실한 완충재 

그렇다고 보강 공사를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 건축물 층간소음 저감공법 적용 효과 분석(송태협ㆍ2018)’에 따르면 기존 주택에 보강공사를 할 때 필요한 비용은 1㎡당 5만~6만원이다. 전용 면적 59㎡ 주택이라고 가정할 경우 295만~354만원의 공사비를 들여야 한다. 층간소음을 막고 싶다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건데, 다른 집주인이 이를 쉽게 허락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택의 층간소음을 없앨 수 있는 지원책을 만들거나 완충재의 개선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없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사각지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새 기준이 마련되는 데까진 2년이 남았다. 기존 주택 문제도 함께 풀릴 순 없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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