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 세가지 생존전략

바야흐로 ‘모바일 시대’다. 흥미로운 점은 모바일 시대가 열린 지 고작 4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모바일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마크 햄블턴 Arm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은 세가지 관점을 제안했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기기는 80억개에 달한다. 이들을 모두 인간이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기기는 80억개에 달한다. 이들을 모두 인간이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바일로 뉴스를 보고, 쇼핑을 하고, 화상회의까지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토록 모바일 사용에 익숙해졌을까. 모바일 시대가 열린 건 불과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모바일은 PC를 제치고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중은 전체의 51.2%(2016년 10월)로 사상 처음으로 PC 접속 비중(48.7%)을 넘어섰다. 

이후 모바일은 거의 모든 분야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엔 ‘쇼핑’ 분야에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엔 모바일(스마트폰)에 음악재생·카메라 기능이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모바일이 각종 미디어들을 위한 ‘매체’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게임’까지 품었다. 올해 기준 모바일 게이머는 260억명에 달하고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는 770억 달러(약 85조원)로 게임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증강현실(AR) 기술까지 더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모바일 기술은 이제 더 넓은 영역을 향하고 있다. 자동차부터 집, 도시를 혁신하는 데 모바일이 활용되고 있다.

당연히 개발자들의 관심도 모바일에 집중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에반스데이터그룹의 최신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2400만명의 전문 개발자 중 54%가량(약 1300만명)이 모바일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점점 더 발전하고 또 복잡해지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과제를 풀어야 할까. 

■기기가 기기를 관리 = 모바일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OTA(Over The Airㆍ무선통신 시스템에서 시스템 등록에 관한 정보를 송수신하기 위한 표준)’에 주목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기가 기기를 관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흥미로운 데이터를 살펴보자. IT 분석회사 451리서치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기기는 79억개(2019년 기준)로 지구촌 인구를 넘어섰다. 2024년엔 140억개에 달할 전망이다. 

이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지능형’ 기기가 증가하면서 인간이 아닌 기기가 기기를 관리하는 게 필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AI가 내장된 애플리케이션(앱)의 경우 자체 바이털 사인(vital Sign)을 모니터링해 위험을 감지할 경우 또다른 시스템에 ‘조난 신호탄’을 보내는 방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소프트웨어에 의해 작동되는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필자는 이를 ‘지능형 생태계’라고 부르고자 한다. 지능형 생태계에선 인간 관리자 없이도 단순작업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디지털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상하이上海 고층 아파트 단지의 에어컨이나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위치한 풍력발전기의 터빈을 감시하는 센서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거다. 여기에 OTA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적용할 경우 더욱 수월하게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 OTA가 표준 관행인 모바일이 지능형 생태계를 구현하는 기본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속가능성 확보 =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한마디로 지속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 미국의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3.17년(스태티스타ㆍ2020년 기준)이다. PC와 서버의 교체 주기도 길어 봤자 각각 3년, 5년이다. 다른 종류의 기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기가 짧은 셈이다. 유럽과 그리스의 자동차 평균 사용기간은 각각 10.8년, 19년에 달한다. 백색가전 중 하나인 냉장고의 사용기간은 14년가량이다. 산업용 기기들의 사용기간은 이보다 더 길다. 그리드(전력망)를 관리하는 대형 변압기의 평균 수명은 45년에 달할 정도다. 

PC는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기기임에 틀림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PC는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기기임에 틀림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때문에 모바일이나 PCㆍ서버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고 싶다면 ‘빠른 기기교체’에도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기기를 바꿔도 보안패치는 수십년 사용 가능해야 하고, 업그레이드판도 제공해야 한다. 

■최우선은 언제나 보안 = 보안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기기가 다양해질수록 해커들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Arm은 보안 설계 원칙을 지켜 시스템을 개발하고 IoT 제품 개발자를 위한 플랫폼 보안 아키텍처(PSA) 등 인증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해커의 공격을 막아내는 메커니즘에 집중하고 있다. Arm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영국 연구혁신처와 함께 진행 중인 ‘모렐로’ 프로젝트가 완성될 경우 모바일 칩 단계에서 해커의 공격을 발빠르게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렐로 프로젝트의 결과는 머지않아 공개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모바일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살펴봤다. 필자가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고 100% ‘모바일 시대’라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PC는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기기임에 틀림없다. 모바일 기기가 기술을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기술을 ‘생산’하는 플랫폼으론 PC가 꼽히기 때문이다. PC를 그저 ‘유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PC를 이용해 모바일 앱이나 게임을 만드는 경우 한단계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 불만을 내비친다. 프로세스가 모바일에 최적화하도록 컴파일(고급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기계어로 번역하는 것) 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rm 기반의 노트북을 활용하면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트리서치에 따르면 다수의 개발자들이 “Arm 기반의 노트북으로 작업할 경우 개발 단계를 줄여 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다”고 답했다. 모바일과 PC를 상호보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구축돼 있다는 거다. 어쨌거나 모바일 시대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모바일을 활용해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까. 

마크 햄블턴  Arm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