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들려오는 ‘살려달라’는 외침

코로나19 조기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경기침체와 민생안정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국정운영이 긴요하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조기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경기침체와 민생안정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국정운영이 긴요하다.[사진=뉴시스]

“살려주세요.” 서울 동부구치소 수용자가 쇠창살 틈으로 손을 내밀어 이 문구가 적힌 쪽지를 흔드는 장면은 대한민국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대변한다. 살려달라는 호소는 누적 확진자가 900명을 넘어선 동부구치소 수용자들만의 외침에 그치지 않는다.

집단감염이 나타나자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간 요양병원들에서도 진료 및 간병 시스템이 와해되며 의료진과 환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연말연시 대목을 잃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가슴도 타들어간다.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오르내릴 정도로 방역 위기가 심각하고 경제가 악화하는 시기에 정부 여당의 안정감 있는 국정 운영과 정책 대응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 5년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 정부 정책은 방역과 민생 안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백신을 조기에 충분히 확보하고 접종을 서둘러 집단면역 형성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 그래야 민생이 안정을 찾고, 경제 회생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2020년 12월 중순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2021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3.2%로 제시했다. 하지만 백신 확보가 늦어지고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2020년에 이어 2021년까지 2년 연속 역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한국경제연구원 ‘백신 도입 지연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

선진국처럼 백신 접종이 1분기부터 진행되고 집단면역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2021년 성장률은 3.4%로 반등할 수 있다. 상황이 악화돼 하루 확진자 증가세가 1200명 수준에 이르면 성장률은 제로(0)를 기록하고, 백신 접종이 지연돼 확진자가 더 많아지면 -2.7%~-8.3%까지 추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더해 기업인들의 투자심리도 냉랭하다. 통상 경제단체장들 신년사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화두나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며 1년을 헤쳐나갈 도전과 각오를 다지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2021년은 기업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입법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염려가 많았다.

2020년 총선에서 여당에 압도적 과반을 몰아준 민의는 코로나 난국 극복을 위한 유능하고 겸손한 권력 행사와 책임정치다. 다수 의석을 무기로 밀어붙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4월 서울ㆍ부산시장 재보궐선거나 2022년 3월 대선을 의식하는 포퓰리즘이나 경제정책의 정치화까지 용인한 것도 아니다.

경제회생과 민생 안정의 전환점은 코로나19 백신 조기 접종과 집단면역 형성으로, 투자ㆍ고용 확대 및 소비 활성화는 과감한 규제혁파를 통한 활발한 기업활동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제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 제정하지 말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규제완화 입법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등 청와대 핵심 실장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후임 비서실장은 곧바로 임명됐는데, 김상조 정책실장 사표는 반려됐다. 집값ㆍ전셋값 폭등과 코로나 백신 도입 지연 등 민생과 방역 현안에 책임이 적잖은 만큼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일신해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부총리와 경제팀을 포함한 큰 폭의 개각도 필요해 보인다.

임기를 1년 4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 아래로 내려갔고, 부정평가는 현 정부 들어 최고치다. 코로나 난국을 방어하고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임기 말 레임덕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대통령은 민생 최우선 원칙에 맞춰 코드보다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두루 찾아야 할 것이다. 화합ㆍ통합형 인사가 절실하다. 청와대와 내각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정책 실행에 앞서 건강한 토론이 이뤄져야 정책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당도 의석수에 취해 있지 말고,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어디가 아프고 어디를 고쳐야 할지 국민을 더 살피고 소통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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