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주식 시장이 호황기를 맞은 덕분인지 최근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주식판에서 모두가 ‘승자’일 순 없다. 섣불리 뛰어들었다 손실만 낸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도 올해 주식으로만 1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그런데 목돈을 날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씁쓸한 사연을 들어봤다.

충분한 학습 없이 투자상품에 손을 대면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충분한 학습 없이 투자상품에 손을 대면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소기업 임원인 양원석(가명·52)씨는 요새 주식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회사에서도 주식 차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최근 몇개월간 주식으로 어마어마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양씨가 주식을 시작한 건 동학개미운동(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현상)이 열풍을 일으켰던 2020년 초다. 평소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양씨는 매번 상한가를 치는 주식 차트를 보며 “지금 주식시장에 뛰어들면 몇년 뒤엔 노후자금을 넉넉히 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동료들도 양씨를 부추겼다. “주식으로 재미 좀 봤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 양씨는 스마트폰에 주식 앱을 설치하고 계좌를 만들었다. 재테크라곤 해본 적 없는 ‘주식 초보자’였음에도 자신이 갖고 있던 비상금 7500만원을 선뜻 투자했다. “모두가 돈을 따는데 설마 나만 잃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 돈은 지금 모두 사라지고 없다. 주식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어째서인지 양씨에겐 버는 날보다 잃는 날이 더 많았다. 다급해진 양씨는 손해를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5000만원을 긴급 투입했지만 이마저도 32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주식으로만 총 9300만원을 잃은 셈이다.

돈도 돈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양씨가 그동안 주식을 해온 걸 아내 신미나(가명·47)씨에게 비밀로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내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유는 하나다. 이미 몇년 전 양씨가 부동산 투자를 하다 사기를 당해 자금 5000만원을 날린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신씨는 남편에게 “앞으로는 투자를 할 때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자”고 말했지만 사기의 후유증이 컸던 탓인지 양씨는 앞으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죄책감에 빠진 양씨는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기 힘들었다. 더구나 빌렸던 5000만원의 원리금을 혼자서 갚으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참다못한 양씨는 결국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차분한 성격인 아내는 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요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자신의 모습도 떠올랐다.

자녀들 학원비라도 벌어볼까 시작한 일인데, 일이 고됐는지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쯤이면 아내는 한쪽 팔이 늘 저렸다. 이렇게 자신은 부족한 돈을 메우느라 고생하는데 정작 ‘원인제공자’인 남편이 또다시 거액을 날렸다는 생각이 들자 아내는 화를 참기 어려웠다. 며칠 뒤 아내는 남편에게 “이참에 재무상담을 받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함께 상담실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럼 부부의 재무상황이 어떤지 한번 살펴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총 700만원이다. 양씨가 590만원을 벌고, 신씨가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110만원을 번다. 정기 지출로는 공과금 37만원, 통신비 34만원, 식비 160만원, 자녀 학원비 155만원, 유류비 35만원, 교통비 30만원, 대출이자 16만원, 남편 용돈 70만원, 아내 용돈 30만원, 보험료 85만원 등 총 652만원이다.

비정기 지출은 1년 기준으로 명절비(100만원), 각종 세금(210만원), 경조사비(180만원), 여행비·휴가비(100만원) 등 총 590만원이다. 월평균 49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자녀 교육비 명목의 예금 20만원과 인터넷전문은행 10만원 등 30만원이다. 부부는 총 731만원을 쓰고 31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대한민국 4인 가구의 중위소득이 622만원(통계청·2020년 기준)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두 자녀를 키우는 부부(월소득 700만원)는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부부는 월 31만원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비단 대출금을 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출항목 이곳저곳에서 과소비를 한 흔적이 보였다.

남편의 은퇴가 10년이 채 남지 않았음에도 부부가 노후를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보유한 자산은 비상금 1100만원과 앞서 언급한 주식 3200만원이 전부인데, 남편의 주식 성적대로라면 이마저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일단 남편의 주식은 모두 매도해 현금으로 환급하기로 했다.

부부의 긴 사연을 듣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1차 상담에선 남편의 용돈(70만원)만 손보기로 했다. 작은 기업이라곤 하나 임원직인 만큼 남편은 평소 부하 직원들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쓴다. 경조사비도 만만찮아서 가끔은 양씨 용돈에서 빼서 낸다고 한다.

필자는 남편의 용돈을 확 줄이면 남편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내에게 많이 미안했는지 용돈을 줄이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다. 이렇게 남편 용돈은 70만원에서 30만원으로 40만원 절감됐고, 가계부도 적자 31만원에서 흑자 9만원으로 전환됐다.

부부의 가계부는 고칠 곳이 많다. 월 85만원씩 내는 보험료도 그렇고, 식비를 160만원이나 쓰는 것도 문제였다. 따라서 대대적인 ‘지출 다이어트’는 필수다. 그 방법은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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