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창업보육센터장 3人 “창업 노하우 우리 손에 있소이다”
[Start-up] 창업보육센터장 3人 “창업 노하우 우리 손에 있소이다”
  • 김미란 기자
  • 호수 422
  • 승인 2021.01.0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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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보육센터장 간담회

창업의 지원 단계는 크게 창업 준비 → 창업 초기 → 도약·성장기로 나뉜다. 이중 스타트업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시설·기술·경영·자금 등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는 창업 초기 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생존해야만 다음 단계인 도약기로 넘어갈 수 있어서다. 이렇게 중요한 창업 초기를 지켜온 건 ‘창업보육센터(Business Incubator)’다. 수십년간 스타트업의 요람 역할을 해온 덕분에 경험도 노하우도 쌓였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민간기업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정부의 창업지원예산이 여기저기로 분산되면서 창업보육센터의 경험과 노하우는 빛을 잃고 있다. 창업시장만큼이나 창업보육센터를 둘러싼 환경도 하루가 다르게 어려워지고 있다는 거다.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창업보육센터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낡은 잔재’쯤으로 밀어둬야 할까. 창업보육센터장 3명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더스쿠프(The SCOOP), 경기도 내 5개 창업보육센터, 사회적기업 마리에뜨가 공동기획한 ‘스타트업 열전’ 마지막 편이다. 

창업보육센터는 스타트업에게 든든한 울타리이자 좋은 친구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성욱 한양대 ERICA 창업보육센터장, 김용원 중진공 안산 POST-BI센터장, 김세훈 경기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장.[사진=천막사진관]
창업보육센터는 스타트업에게 든든한 울타리이자 좋은 친구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성욱 한양대 ERICA 창업보육센터장, 김용원 중진공 안산 POST-BI센터장, 김세훈 경기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장.[사진=천막사진관]

“코로나19라는 악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모두 파이팅 하시라고 창업 동기의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2020년 6월 화장품 수출업체 ㈜유리코스를 창업한 김선미 대표가 최근 전해온 메시지다. 그는 더스쿠프, 경기도 내 5개 창업보육센터, 사회적기업 마리에뜨가 공동기획한 ‘스타트업 열전’의 첫번째 주자였다. 인터뷰 이후 유리코스는 ‘우수기술 기업인증’ ‘2020년 최고브랜드대상’ 등의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해외 여러 나라의 바이어들과 ‘브랜드 론칭’ ‘제품 수출’ 이슈를 두고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유리코스뿐만이 아니다. 라돈안심 층간소음매트를 제조하는 글라글라의 김경태 대표는 경쟁업체들이 하나둘 늘어도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천연원료를 개발·생산하는 로터스블랑의 진지영 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늘도 새로운 원료와 아이템이 쉴 새 없이 떠오른다. 

이렇듯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타트업들은 내일 한발 더 도약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 든든한 기반이 돼주고 있는 곳이 바로 창업보육센터다. 김세훈(62) 경기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 센터장은 중기부에서 오래 일했던 경력을 살려 하나부터 열까지 입주기업들의 면면을 살핀다. 김용원(68) 중진공 안산 POST-BI센터 센터장은 8년차 베테랑 센터장이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아버지처럼 입주기업 대표들과 소통한다.

이성욱(60) 한양대 ERICA 창업보육센터 센터장(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은 학생들이 더 많은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창업을 적극 권한다. 그들 모두 입주기업이 성공해 품을 떠나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코로나19라는 몹쓸 바이러스가 창궐한 창업 생태계도 그렇지만 창업보육센터를 둘러싼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 간단하게 센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용원 센터장 : “안산 POST-BI센터는 각 창업보육센터에서 졸업했지만 아직 자체 공장이 없는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생산형 보육센터입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POST-BI가 전국에 4군데 있는데, 우리가 그중 하나죠. 제조 기반의 기업들이 사업장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해옵니다.”

김세훈 센터장 : “경기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에는 28개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그중 17개 기업이 부설연구소를 갖추고 있어요. 부설연구소 설립을 적극 지원한 결과입니다.”

✚ 부설연구소 설립을 강조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김세훈 센터장 : “중진공에서 자금을 융자받는다고 가정해볼까요? 정부는 기업을 선정할 때 사업성, 기술성, 경영능력, 사업계획 타당성, 미래성장가능성 등을 평가합니다. 여기서 기술성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막연하게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내세울 순 없잖아요.”

✚ 부설연구소로 그걸 증명한다는 건가요?
김세훈 센터장 :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죠. 부설연구소는 그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 평가에서 훨씬 유리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런 생리를 잘 모릅니다.”

✚ 단순히 시설만 지원해주는 게 아니군요.
김세훈 센터장 : “그럼요. 제가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꽤 오래 해왔거든요. 입주기업들에 그 노하우를 최대한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성욱 센터장 : “경기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가 김세훈 센터장의 경력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지원해주고 있다면 한양대 에리카 창업보육센터는 초기 스타트업부터 POST-BI기업들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단계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 이를테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성욱 센터장 : “2019년에 캠퍼스 혁신파크사업 학교로 지정받았습니다. 캠퍼스 내 산학연협력단지사업과 한양대 ERICA 부지와 시화MTV 일부 부지를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받기도 했고요. 이를 통해 초기창업기업은 창업보육사업에서, POST-BI기업은 산학연협력단지조성사업에서 사업화 등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거죠.”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은 대학 캠퍼스 내 활용하지 않는 땅에 첨단산업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해 전국 32개 대학이 공모에 참여해 한남대, 한양대 에리카, 강원대가 선정됐다.

✚ 스타트업에는 좋은 소식들이네요.
김용원 센터장 : “그렇긴 한데, 정작 센터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네요.”

✚ 무슨 말씀인가요?
김용원 센터장 : “젊은 세대들이 안산까지는 잘 안 오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우리 센터는 안산에서도 더 안쪽에 있다 보니 직원 구하기가 어려워요.”

이성욱 센터장 : “그건 우리 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있던 사람들도 서울과 좀 더 가까운 지역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산학연협력단지사업과 강소연구개발특구 등의 지원사업을 통해 그나마 붙들고 있긴 한데, 인력난은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김세훈 센터장 : “연구인력들은 수원까지도 오지 않습니다. 판교가 딱 경계선인 것 같아요. 수원으로 오면 밀린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일반 직원은 그래도 쉬운데 연구인력은 구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 단순히 거리 때문일까요?
이성욱 센터장 : “연구인력을 끌어당길 만한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한양대 에리카는 2003년 산학협력중심대학으로 가자고 결단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이대로 가다간 도태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거든요. 그후 지난 17년간을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수행해 2020년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연구인력 유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뛰어난 연구인력들이 캠퍼스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는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군요.
김세훈 센터장 : “사실 더 큰 어려움은 예산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창업관련 예산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어째 창업보육센터 예산은 많지 않네요.”

이성욱 센터장 : “많지도 않는데 갈수록 줄어드는 게 문제죠.”

✚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용원 센터장 : “창업보육센터와 유사한 업종이 너무 많죠. 민간 공유오피스만 봐도 엄청 생기고 있잖아요. 문제는 정부가 그런 형태의 것들을 자꾸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새로운 사업에 지원을 해야 하니까 기존 센터들에 가야 할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거죠. 정부도 옥석을 가려서 예산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욱 센터장 : “창업보육센터는 창업지원의 기반입니다. 우리 센터는 1999년도에 시작해 그 역사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하우가 쌓였겠어요. 그걸 활용해 스타트업을 도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정부 예산이 줄어드니 갈수록 힘들어지는 거죠. 지금 정부 지원사업을 보면 ‘초기창업패키지’ ‘도약패키지’ 등 소프트한 사업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초기 창업패키지는 지원규모가 큰데 정작 창업보육센터는 예산이 적습니다.”

김세훈 센터장 : “스타트업 수에 따라 예산 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전혀 안 되고 있어요. 스타트업은 수도권에 50% 이상이 몰려 있는데 예산 배정은 수도권 30%, 지방 70% 비중으로 이뤄지고 있으니까요. 융자자금이나 직원 배정도 마찬가지고요. 정부가 정책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쉬운 점이 많으시겠네요. 
김용원 센터장 : “우리 센터들은 이미 검증이 됐잖아요. 그걸 인정해주고 더 키워줘야 하는데 예산이 자꾸 빠져나가니 아쉽죠. 그래도 입주기업들이 센터의 역할에 충분히 공감해주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김세훈 센터장 : “입주기업들끼리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하더라고요. 서로 홍보도 해주고요. 사소하지만 그런 것들이 센터 입주기업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용원 센터장 : “맞아요. 오늘 오전엔 센터를 졸업한 업체 대표가 와서 후배들에게 화상으로 강의를 해줬습니다. 그게 BI센터의 장점이죠. 선배나 동료들에게 배우는 게 많거든요.”

✚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고 계실 텐데요. 뭘 가장 힘들어하나요?
김용원 센터장 : “아무래도 자금 문제가 가장 힘들죠. 투자 유치도 어렵고요. IR 행사도 꽤 있는데 초기 투자는 잘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온 다음에야 투자가 이뤄집니다.”

이성욱 센터장 : “스타트업에 필요한 건 제품개발이나 판로개척 단계에서의 자금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기반을 마련해 놓은 기업들에 투자를 하려고 하죠. 우리 센터에선 제조 기반의 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를 운영하는 기업을 유치해 초기단계부터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세훈 센터장 : “저는 경쟁 시스템을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 경쟁 시스템이라면?
김세훈 센터장 : “정부에서 수출기업을 지원할 때 수출 실적이 있는 기업과 실적이 없는 기업들을 나눠서 그들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해놨거든요. 창업지원금도 그렇게 해보자는 거죠. 전국의 모든 스타트업이 경쟁할 게 아니라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로 한정해서 경쟁하면 어떨까요. 기술혁신 개발과제 같은 건 경쟁률이 꽤 높아요. 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이 그 경쟁률을 뚫고 과제를 따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이성욱 센터장 : “좋은 아이디어네요. 정부과제를 수행하는 기업들을 보면 이미 예산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2중 3중으로 수혜를 받는 거죠. 그러니 한번도 못 받는 기업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김세훈 센터장님이 주장한 것처럼 하면 정부 지원금을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있겠네요.”

✚ 그래도 잘돼서 나가는 기업들 보면 뿌듯하시죠?
김세훈 센터장 : “그럼요. 입주기업이 공장을 지어서 나가고, 오피스를 사서 나갈 때가 가장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는 입주기업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인데, 우리의 인프라와 노하우로 하나하나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무엇보다 뿌듯합니다.”

이성욱 센터장 : “교수가 본업이라 그런지 제 수업을 듣고 창업에 관심을 갖게 돼서 창업동아리에 가입을 하고, 거기서 창업을 해본 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매출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게 참 보람되더라고요.”

김용원 센터장 : “7년 넘게 센터장직을 맡고 있다 보니 정말 이런저런 입주기업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잘된 기업들을 보면 좋지만, 반대의 경우도 어쩔 수 없이 봐야 할 땐 마음이 아프죠.”

✚ 실패하는 기업도 많이 보셨겠어요.
김용원 센터장 : “저는 잘 안된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을 때 손잡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제가 이곳에 온 이후에 서로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 말이 참 좋더라고요.”

✚ 코로나19로 다들 어렵습니다. 이런 위기에도 창업을 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응원 한마디 해주시죠.
이성욱 센터장 :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버텨오셨습니다. 2012년에도 희망을 가지고 조금만 더 버텨봅시다.”

김세훈 센터장 : “코로나19로 경영 환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정부 사업도 비대면으로 하고, 자기 부담률도 예전에 비해 줄었더라고요. 어떻게든 살아남으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겁니다.”

김용원 센터장 : “격변의 시대입니다. 비대면 시대에서 스타트업이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변화하는 시대에서 변화의 기류를 잘 탈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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