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빠진 4대그룹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자동차 전장사업 강화에 나섰다. 자동차그룹인 현대차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나머지 3개 그룹은 무슨 이유에서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더욱이 그룹 오너가 전면에 나섰다.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리스크 또한 크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4월 충북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공장 준공식에서 전기차 배터리 충전을 시연하고 있다.
LG그룹은 전장(電裝•전기 전자장치)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룹 미래를 걸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심에는 LG화학이 있다.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지 오래다. LG전자는 전기차 모터제조기술, LG CNS는 배터리 충전 시스템, LG이노텍은 조향장치 모터와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LG만이 아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자동차 전장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완성차업체인 현대차는 물론 삼성•SK 등 주요 대기업이 모두 뛰어들었다. 전장은 자동차에 쓰이는 전자장치•시스템 부품을 말한다.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전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연구•개발(R&D) 단계에머물러 있지만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LED 램프,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삼성전기는 전기차모터, 삼성SNS는 카인포테인먼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와 LED는 그룹 신수종사업으로 미래전략실에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올 4월 현대오트론을 설립했다. 부품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있지만 모비스는 모듈화 생산을 맡고, 오트론은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현재 오트론은 차량용 반도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년 내 연구개발 인력을 1000여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SK그룹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9월 충남 서산에 전기차배터리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7월에는 부품업체인 콘티넨탈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SK-콘티넨탈 이모션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2020년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4대 그룹이 전장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미래 시장가치가 높아서다. 맥킨지 컨설팅은 2015년 자동차 전장사업의 시장규모를 230조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단순 수치에 불과하다. 업계는 전장사업 규모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제조원가 중 전장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현재 30%에서 2015년 4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자동차 시대가 열리는 약 10년 뒤에는 90% 이상까지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그룹이 전장사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삼성은 반도체, LG와 SK는 에너지•화학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자동차가 주력사업인 현대차는 말할 것도 없다. 또 전장사업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용 배터리, LED, 자동차와 IT의 결합 등 미래사업의 필수조건인 친환경•스마트•융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4대 그룹의 전장사업 추진에는 공통점이 있다.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LG는 구본무 회장, SK는 최태원 회장, 삼성은 이재용 사장(이건희 회장 장남),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정몽구 회장 장남)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는 전장사업이 그룹 미래 사업으로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너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신속한 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반대로 사업에 실패한다면 그룹 차원에서나 오너 개인에게나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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