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자원개발주 투자주의보

▲ 2008~2011년 자원개발 사업에 착수했다고 공시한 후 2~3년 내 상장폐지돈 기업은 23곳에 달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 정책으로 코스닥 시장에는 해외자원개발 사업붐이 일었다. 문제는 해외자원개발업체 대부분이 공시로 주가를 띄워 놓고 3년 이내 상장폐지된 ‘먹튀’라는 점이다. 이번에도 눈물을 흘린 건 개미들이었다.

카드제조사 GK파워는 2008년 코스닥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기업 중 하나였다. 2008년 4월 카자흐스탄 생산유전 지분 1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공시하자 GK파워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주가는 수시로 상한가를 치며 급등했다. 연초 1만원이었던 주가는 전반기가 마칠 무렵 2만915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08년 12월 1일 자원 개발 사업에 관한 마지막 공시를 한 후 더 이상 관련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GK파워는 2009년 5월 카자흐스탄 ‘아이란꼴’ 생산유전 지분인수 협의를 중단한다고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피해자는 대부분 소액 개인투자자였다.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와는 달리 이들은 공시가 없던 기간에 해외자원개발 사업진행 경과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GK파워는 2010년 4월 상장폐지됐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자원개발 사업에 착수했다고 공시한 상장법인들이 공시 후 3년도 안 돼 줄줄이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원개발 사업의 진행경과와 사업추진 여부 등에 대해 공시의무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먹튀’ 행위를 일삼았다는 지적이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건네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2011년 자원개발 사업을 시작했다고 공시한 뒤 2〜3년 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은 23곳이었다. 그중에는 자원개발 사실을 공시하고 나서 불과 3개월 만에 상장폐지된 업체도 있었다. 자원개발업체 네오리소스는 2009년 6월 “경상북도 영덕군에 8개의 광구 광업권을 소유한 큐빛바이오의 지분을 인수해 광산을 공동개발하겠다”고 공시했으나 3개월 후 상장폐지됐다. 케너텍도 2009년 1월 “인도네시아 자원개발 및 기타 수익사업 진행에 착수한다”고 공시했으나 11개월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한국거래소의 뒤늦은 대책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주도로 ‘자원외교 강화’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코스닥 업체들이 정부의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노리고 너도 나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업체들은 사업 초기에는 계약체결 예정일, 지분인수 진행상황, 기대수익 등을 공시해 주가를 띄웠다. 하지만 자원개발사업의 진행 경과와 실제 사업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공시 의무 규정이 없다는 허점을 이용해 투자금만 축내는 ‘먹튀’행위를 일삼았다. 지금은 대다수 업체가 상장폐지됐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한국거래소는 올해 4월에야 ‘공시규정시행 세칙’을 개정해 자원개발 진행 상황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했으나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다. 조원진 의원은 “자원개발 사업은 착수 소식만으로 주가 변동이 심해 상장법인이 사용하기 좋은 카드”라며 “그간 거래소는 이런 폐단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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