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LED 사업
철수 타이밍 갑론을박

LG이노텍이 만년 적자인 LED 사업을 종료했다. LG이노텍이 야심 차게 밀어붙였던 UV(자외선) LED 사업도 함께 종료할 계획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UV LED의 사업성이 재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UV LED를 접목하려는 건설사들이 부쩍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LG이노텍이 사업 철수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LG이노텍 UV LED 철수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취재했다. 

LG이노텍은 한때 UV LED 사업을 야심 차게 밀어붙였다.[사진=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은 한때 UV LED 사업을 야심 차게 밀어붙였다.[사진=LG이노텍 제공]

2020년 12월을 기점으로 LG이노텍의 LED 사업이 막을 내렸다. 파주에 있던 LED 공장 설비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2020년 3분기에 예고했던 플랜 그대로다. 당시 LG이노텍 측은 LED 사업 종료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것이다. LED 사업은 조명용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했고, 수익성은 나빠졌다. 수익성과 성장성 등 여러 측면에서 LED 사업을 지속하는 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부가 제품인 차량용 조명 모듈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할 것이다.” 

LG이노텍의 LED 사업은 2009년 별도 사업이 된 이후 10년간 흑자(연 기준)를 낸 적이 없다. 2015년 이후부터는 조 단위였던 매출도 급격히 꺾였다. 2019년말 기준 LED 사업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546억원과 -837억원이었다. LG이노텍이 LED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는 얘기다.[※참고 : LG이노텍은 2019년 이후 LED 사업의 실적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기타사업과 함께 묶어 공시했다. 당시부터 사업은 축소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LG이노텍이 LED 사업을 종료하면서 UV(자외선) LED 사업도 함께 접는다는 거다. UV LED란 쉽게 말해 인공 자외선을 만들어내는 램프다. 자외선의 파장 길이에 따라 UV-A, UV-B, UV-C로 나뉜다. ▲UV-A는 산업용 수지 코팅, 위조지폐 감별, 수질 정화 ▲UV-B는 건선, 백반증, 습진 등 피부질환 치료 ▲UV-C는 물과 공기, 소재표면의 살균ㆍ정화 등에 쓰인다. 바이오 산업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고, 환경 규제가 갈수록 심화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을 만한 분야였다. 

 

시장조사업체 ‘욜 디벨롭먼트’는 UV LED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LG이노텍이 2016년부터 UV LED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꼽고, 본격적인 UV LED 기술 개발에 힘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취임했던 박종석 LG이노텍 사장은 “LED 사업의 본질을 개선하겠다”면서 ‘LED 사업의 부활’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성과도 냈다. 

LG이노텍은 2017년 2월 칫솔 살균용보다 70배 강한 자외선을 방출하는 UV-C LED 광원을 개발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의 핸드레일(손잡이)용 UV LED 살균기(99.9% 살균)를 출시했고, 11월에는 업계 선두에 있던 일본보다 한발 앞서 흐르는 물을 살균할 수 있는 100㎽급 UV-C LED를 개발(업계 전망을 2년 단축)하기도 했다. 

모두 세계 최초였다. 당연히 시장점유율 순위도 2016년 4위에서 2017년 2위로 올라섰다.[※참고 : 당시 글로벌 LED 전문매체 LED인사이드에 따르면 2017년 1위는 일본 니치아, 3위는 서울바이오시스, 4위는 일본 나이트라이드 세미컨덕터즈, 5위는 독일 오스람이었다. UV LED 시장은 선진국 기업들의 영역이었고, 고부가가치 시장이었다는 방증이다. 현재는 서울반도체의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UV LED 사업에서 흑자를 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시장조사기관의 예측과 달리 UV LED 시장은 생각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않았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은 2020년 UV LED 시장 규모가 3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2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2016년 시장 규모가 1억6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너무 느렸던 거다. LG이노텍의 UV LED 사업 종료 결정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중요한 건 최근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살균 제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식기세척기, 빨래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위생가전제품 판매량은 전년보다 적게는 50%, 많게는 280% 늘어났다. 

‘2021 CES(국제가전제품박람회)’에서도 위생은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축물에 세균과 바이러스를 잡아주는 UV LED 기술을 적용하는 건설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가 UV LED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안팎에서 UV LED 칩을 생산하는 서울바이오시스가 2021년 코로나19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자본에 매각될 수도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UV LED 분야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중국 LED 생산업체들이 접근하기엔 진입장벽이 있다”면서 “국내 UV LED 시장점유율 1위인 LG이노텍이 UV LED 사업을 접으면 서울바이오시스나 세미콘라이트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이 기술 투자를 해놓고도 정작 기회가 왔을 때 사업을 접는 우를 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LG이노텍이 LED 설비를 중국계 자본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LG이노텍 측은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애써 키워온 UV LED 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LED에 이어 UV LED까지 접는 LG이노텍의 결정, 과연 괜찮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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