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거품과 치명적 위험요인
한국경제, 거품과 치명적 위험요인
  • 강서구 기자
  • 호수 423
  • 승인 2021.01.11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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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4人의 버블 진단
금리인상 그 순간 ‘저주’를 막아라
한국경제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을 풀면 시장에 활력이 감돈다. 유동성의 힘이다. 반대 사례도 있다. 돈을 뿌렸음에도 경기침체가 계속될 때다. 이런 경우 돈은 십중팔구 실물경제가 아닌 자산시장에 몰려있다. 실물경제는 침체에 허덕이는데 증시·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과열되는 경우가 이런 케이스다. 우리는 이를 ‘거품경제’라 부른다. 거품경제가 불러일으킬 리스크는 적지 않다. 

그중 거품이 꺼지는 순간 경제가 무너진다는 속설은 치명적 위험요인이다. 적지 않은 경제전문가들이 한국경제가 2021년 이런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침체일로를 걸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었는데 자산가격만 치솟고 있어서다. 지금은 대체 어떤 상황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경제의 거품 가능성과 리스크를 살펴봤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물경제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자산시장만 끓고 있다는 건데, 이는 심각한 문제다. 2021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경제학자 4인에게 한국경제의 버블 가능성을 물었다. 경제학자들은 한목소리로 “금리인상 시기에 대응하는 정책이 중요해졌다”고 꼬집었다.

# “국내 주식시장은 하이먼 민스키의 ‘신용순환의 5단계’ 이론에서 3단계에 해당하는 ‘희열’ 국면에 들어섰다. 주가 상승세에 취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무시하고 있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만 쏟아내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가 국내 증시의 상황을 보고 내린 진단이다.

하이먼 민스키는 미국의 경제학자다. 그는 자산에 버블이 끼고 붕괴하는 과정을 분석한 ‘신용순환의 5단계’ 이론을 창안했다. 이 이론의 다른 이름은 ‘버블의 5단계’다. 한 경제전문가가 언급한 ‘희열’의 다음 단계는 ‘차익’과 ‘공포’다. 우리나라 증시가 ‘버블’로 향해 가고 있다는 거다.

초저금리와 재정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자산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20년 세계 각국 정부는 경기부양정책을 쏟아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다. 부양책은 2021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출범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침체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주요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확진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21년 3분기에야 전국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정부 당국자에게 고민을 안긴다. 돈을 풀 대로 풀고 있는데, 경기침체가 이어진다면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증시와 부동산은 실물경제와는 반대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쉽게 말해 ‘유동성의 저주’가 시작된 셈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량은 2020년 10월 3152조8116억원(평균잔액·원계열 기준)을 기록했다. 4월(3015조8163억원)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한 후 6개월 만에 137조원가량 더 늘었다. 

가계부채도 증가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가계부채는 1682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72조5000억원) 대비 6.9 %(109조6000억원) 증가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가계부채+판매신용)은 101.1%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가계신용이 GDP를 앞선 건 2007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더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유동성이 풀리고 부채가 증가하는 동안 자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2020년 1월 8억6997만원에서 12월 10억4299만원으로 19.8%(1억7302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5억2802만원이었던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도 6억2845만원으로 1억원 넘게 상승했다.

국내 증시의 상승세는 더 가팔랐다. 코스피지수는 2020년 3월 19일 1457.64포인트에서 12월 30일 2873.47포인트로 치솟으며 2배(97.1%) 가까이 올랐다. 2020년 초 83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 7일 4400만원을 돌파했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산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도 같을까. 흥미롭게도 경제전문가들의 거품이 아니라는 의견에서부터 곧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의견으로 다양하게 나뉘었다.

3100조원 넘어선 유동성

홍석철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자산가격의 상승을 거품이 끼는 징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에 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이유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일 수 있다. 주식시장은 수출 회복세와 반도체 등 증시를 이끄는 산업이 나쁘지 않은 덕분에 상승한 것이다. 단순히 거품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거품이 꼈다고 진단하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부동산이 문제라는 주장과 주식시장에 거품이 꼈다는 견해가 충돌했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자산시장별로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주식시장은 거품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사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5%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증시는 2400포인트대라는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겨우 25% 정도 상승한 셈이다. GDP가 증가한 만큼만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탄다고 가정하면 코스피지수는 3400포인트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버블이 맞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4년 동안 2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경제의 펀더멘털을 넘어선 수치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부동산보단 주식시장에 거품이 꼈다는 의견도 나왔다. 빚으로 버티던 기업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세돈 숙명여대(경제학) 명예교수는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이 무너질 수 있다”며 “시장금리가 반등하는 시점이 이를 촉발하는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 행정부가 민주당으로 바뀌면 금리 정책이 인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 밖으로 나가고, 기업 대출이 부실화한다면 2021년 중 주가 5000포인트 이상이 빠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진단을 내렸지만 한국경제의 위기가 ‘금리인상’에서 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선 한목소리를 냈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만든 부채의 역습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2021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세돈 교수는 미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도 1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상봉 교수는 이보다 많은 2차례의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2021년 3분기와 경기반등이 확인되는 4분기 등 2번의 금리인상이 예상된다”며 “2020년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2021년은 경제성장률이 반등하면 물가가 쫓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코로나19로 약해진 한국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부채 부실화 우려돼

기업은 물론 빚으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에겐 치명상을 안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부채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소영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정부 지원으로 버티던 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계속될 수 있다”며 “매출과 소득이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유동성을 조절하는 정책을 펼치더라도 속도조절을 잘해야 한다”며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 시장이 충격을 받고 천천히 끌어올리면 거품이 끼는 걸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에 끼고 있는 거품을 조심스럽게 거둬낼 방안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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