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260일의 기록
롯데 계열사 7개 쇼핑몰 통합
“사용 불편” 앱 평가점수 낮아

롯데쇼핑이 2020년 4월 선보인 롯데온은 쿠팡보다는 넷플릭스를 참고했다고 알려진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다. 막강한 데이터를 무기 삼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건데, 론칭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기가 애매하다. 롯데온은 우려를 걷어내고 목표대로 온라인 쇼핑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롯데온의 260일을 기록해봤다. 

2020년 4월 출범한 롯데온은 롯데 계열사 7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한 플랫폼이다.[사진=롯데쇼핑 제공]
2020년 4월 출범한 롯데온은 롯데 계열사 7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한 플랫폼이다.[사진=롯데쇼핑 제공]

“단 한 사람만을 위한 퍼스널 코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2020년 4월 28일 롯데쇼핑이 2년여 동안 공들여온 ‘롯데온(ON)’을 정식 출범하면서 내걸었던 목표다. 롯데온은 롯데의 유통 계열사 7개의 쇼핑몰(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홈쇼핑·롯데닷컴·롯데하이마트·롯데슈퍼·롭스)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다. 

롯데쇼핑은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에 관심을 기울여온 롯데쇼핑이 ‘롯데온’으로 방점을 찍겠다는 각오였다. 

그만큼 롯데쇼핑은 자신 있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유통업계 강자로 군림하며 쌓아온 데이터가 있었다. 롯데쇼핑 측은 2020년 롯데온을 론칭할 당시 “롯데멤버스와 협업해 국내 인구의 75%에 달하는 3900만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특화된 온라인 쇼핑공간을 선보이겠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게다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국 1만500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할 수 있다는 점도 롯데온만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은 롯데온의 생각처럼 만만치 않았다. 이미 시장에선 네이버와 이마트(쓱닷컴), 쿠팡 등이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네이버는 막강한 집객력을 무기로 국내 최대 유통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한 지 오래였다. 쓱닷컴은 신선식품 경쟁력으로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었다. 쿠팡은 두말할 필요 없는 e커머스의 공룡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롯데온을 론칭했으니 기대보단 “뒤늦게 왜?” “또?”라는 반응이 나왔던 거다. 

이런 기대와 우려 속에 모습을 드러낸 롯데온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당초 2020년 4월 28일 10시에 롯데온을 론칭할 예정이었지만 트래픽 과부하로 오픈이 약 2시간 미뤄졌다. 시작부터 시스템의 약점을 노출했는데,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은 여전히 받고 있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지 않다. 롯데온의 성장 속도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한참 더디다. 롯데온이 출범한 2020년 2분기 온라인 쇼핑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하지만 롯데온은 같은 기간 1.2% 성장하는 데 그쳤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던 롯데온을 벼랑 끝에서 살려준 건 ‘할인행사’였다. 롯데온은 2020년 9월부터 매월 첫번째 월요일마다 ‘퍼스트먼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10월엔 롯데 유통 계열사 통합 행사인 ‘롯데온세상’, 11월에는 ‘롯데온 블랙프라이데이’ 등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선보였다. 12월엔 고객 감사 의미로 ‘롯데온 어워즈’를 개최해 2020년 베스트 상품을 할인 판매했다. 

대규모 할인행사 덕분에 롯데온의 실적은 회복세를 보였다. 롯데쇼핑 측은 “론칭 직후인 지난해 5월과 6개월이 지난 11월을 비교했을 때 방문 고객은 68.7% 증가했고, 고객 한명당 월평균 결제 금액도 25.6% 늘었다”며 “방문자와 객단가 증가로 롯데온 11월 결제 금액은 6개월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셀러도 늘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11월 기준 롯데온에 등록된 셀러는 약 2만개다. 매출이 발생하는 셀러는 2020년 5월과 비교해 34.8% 증가했다는 게 롯데쇼핑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에도 롯데온을 향한 우려는 여전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롯데온이 외연을 확장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고객을 잡아두는 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위를 갖기가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롯데쇼핑은 온라인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은 온라인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사진=롯데쇼핑 제공]

박 애널리스트가 지적한 한계는 크게 4가지다. 롯데의 백화점과 마트, 슈퍼, 하이마트, 홈쇼핑까지 한데 모았지만 쿠팡의 상품 다양성(sku·stock keeping unit)을 따라가기 어렵고, 온라인 유통의 핵심 경쟁력인 가격 역시 롯데온과는 먼 얘기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롯데온 론칭 당시 “최저가를 위해 비용을 쓰는 것보다 오프라인의 디지털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애초에 방향을 최저가보다는 적정가와 최적가에 뒀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격 경쟁력은 롯데온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박 애널리스트는 “네이버 쇼핑이 가격 비교 시스템을 도입해 트래픽을 유입시켰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품 카테고리의 차별성과 배송 경쟁력도 롯데온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꼽았다. “쓱닷컴과 마켓컬리가 식품 온라인을 주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만큼 신선식품은 반복적인 트래픽을 유도할 수 있다”며 “쿠팡이나 11번가에서 제공할 수 없는 프리미엄 신선식품 카테고리(롯데백화점)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신선식품 전체로 확장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배송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미 쿠팡 등 여러 경쟁업체들이 당일·익일 배송 인프라를 확보했기 때문에 외연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앱 평가가 5점 만점에 2.8점에 그칠 정도로 기술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앱 사용자들은 “롯데온으로 통합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오류가 왜 이렇게 많냐” “이전 롯데닷컴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쇼핑할 의지가 안 생긴다”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한 게 2018년인데, 여전히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 

롯데온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할인’이란 뻔한 카드로만 고객을 끌어들이면 그저  그런 온라인 쇼핑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눈앞에 산적한 문제를 풀면 차별화된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롯데온은 과연 어떤 길을 택하게 될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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