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업계 만년 2위 롯데칠성음료
한발 앞선 친환경 전략 빛볼까

롯데칠성음료는 생수시장의 ‘만년 2위’다. 부동의 1위 제주삼다수(제주개발공사)보다 1년 빠른 1997년 아이시스를 론칭했지만, 앞서간 건 제주삼다수였다. 그런데 최근 롯데칠성음료가 한발 앞선 친환경 전략을 내놨다. 업계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에코)’를 선보였다.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한 셈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업계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를 선보였다.[사진=뉴시스]
롯데칠성음료는 업계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를 선보였다.[사진=뉴시스]

“생수 페트병 라벨 떼고 버리세요.” 2020년 12월 25일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시행됐다. 페트병 내용물을 모두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후 버리는 게 골자다. 소비자로선 페트병에 붙은 비닐 라벨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 셈인데, 흥미롭게도 이 때문에 덕을 본 제품이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먹는샘물 ‘아이시스 8.0 ECO(에코)’다. 

이 제품은 2020년 1월 출시됐다. 국내 생수 브랜드로선 최초로 ‘무라벨’ 생수를 지향했다. 페트병 겉면에 붙이던 라벨을 없애고, 생수 관련 의무표시 사항은 뚜껑을 덮는 비닐에 게재했다. 라벨 사용량을 줄임과 동시에 소비자가 라벨을 떼내버리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소비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주부 김가영씨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특히 생수 페트병은 하루 한병 이상 버리게 되는 만큼 라벨이 없는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한발 더 나아가 아이시스 8.0 에코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했다. 2020년 1.5L 제품을 처음 출시한 데 이어 6월 500mL와 2L 제품을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아이시스 8.0 에코 관련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판매처를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해 올해 180만 상자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참고 : 롯데칠성음료는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기존 라벨 붙은 아이시스 제품도 판매하는 투 트랙 전략을 택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친환경 행보’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롯데칠성음료의 생수 시장점유율은 19.0%(이하 2020년 11월 누적 기준‧업계 추정치)로 업계 2위다. 이중 아이시스 8.0 에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관련 매출액도 16억원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로썬 성장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부동의 1위 ‘제주삼다수(제주개발공사)’의 시장점유율이 다소 주춤한 것도 롯데칠성음료엔 기회요인이다. 제주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44.7%에서 2020년(11월 누적 기준) 40.6%로 하락했다.

하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생수시장에 ‘무라벨’ 경쟁이 불붙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환경부가 지난 4일 ‘먹는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를 개정하면서 ‘병마개(뚜껑) 라벨 제품 낱개 판매’ ‘무라벨 제품 소포장 판매’ 등을 허용‧권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제주삼다수 역시 친환경 TF팀을 꾸리고 라벨 없는 제품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샘물업체들이 아이시스 8.0 에코와 비슷한 라벨을 만들고 나서면 한발 앞서 라벨을 떼어 낸 롯데칠성음료의 도전은 말짱 도루묵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무라벨 생수제품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럴 경우 아이시스 8.0 에코의 차별점이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라벨을 던진 롯데칠성음료는 소비자를 잡고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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