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장 보는 횟수 줄이고
식비 예산 미리 짜 둬야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 시작하면 ‘식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완제품인 데다, 간편하게 고급요리를 먹을 수 있어 가격을 따지는 게 쉽지 않아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식비가 부쩍 늘어난 가계가 많은 이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월 160만원을 식비로 쓰는 양씨 부부의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봤다.

미리 예산을 짜두면 과도한 식비 지출을 막을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리 예산을 짜두면 과도한 식비 지출을 막을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어마어마한 손해를 본 양원석(가명·52)씨. 자신이 갖고 있던 비상금 7500만원은 사라졌고,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대출 받은 돈 5000만원도 32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내 신미나(가명·47)씨는 남편의 이런 상황을 알지 못했다. 남편이 주식 투자 이야기를 꺼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출금마저 날려버릴 위기에 처하자 남편은 모든 걸 아내에게 털어놨고, 고민 끝에 부부는 필자를 찾아왔다.

양씨 부부처럼 50대에 접어든 이들이라면 누구나 노후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직장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지만 동시에 은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끼기 때문이다. 보통 이때쯤이면 자녀들도 대학생활을 하고 있어서 양육비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만 양씨 부부는 그렇지 않다. 남편은 40대 중반에 결혼했다. 그래서 슬하의 두 자녀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2020년 기준)으로 아직 어리다. 전업주부였던 아내가 브랜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도 불어나는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부부의 가계부는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1차 상담 결과에 따르면 부부의 소득은 남편이 590만원, 아내가 110만원 등 총 700만원에 달했지만 가계부는 마이너스였다. 부부는 정기 지출 652만원, 비정기 지출 월평균 49만원, 금융성 상품 30만원 등 총 731만원을 쓰고 31만원 적자를 보고 있었다. 1차 상담에서 남편의 용돈을 70만원에서 30만원으로 40만원을 줄여 9만원 흑자로 돌리긴 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그래서 2차 상담에선 대대적인 지출 다이어트를 해보기로 했다. 먼저 부부의 통신비(34만원)부터 살펴보자. 부부는 휴대전화 할부금이 없는데도 통신비에 꽤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 결제 내역을 살펴보니 소액결제가 유난히 많았는데, 이는 아내가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와 동영상 다시보기 콘텐츠에 적잖은 돈을 쓴 결과였다.

남편과 자녀들이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일단 남편과 두 자녀의 요금제를 데이터 사용 수준에 걸맞게 조정하고, 아내는 유선방송과 OTT 서비스 1개만 이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통신비는 34만원에서 19만원으로 15만원 줄어들었다.

다음은 식비 160만원이다. 4인 가구치고 액수가 꽤 큰 편이다. 물론 부부만의 탓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횟수가 늘면서 식비도 덩달아 불어났다. 아내가 이따금 냉장고를 비우거나 밑반찬을 사 먹는 등 식비를 줄이려 노력했지만 성장기 자녀들을 둔 탓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필자는 부부에게 일단 식단을 짜고 장 보는 횟수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장을 보면 먹지 못하고 버리는 식재료가 꼭 생기기 마련이다. 식단을 짜는 게 어렵다면 하루 식비에 쓸 돈을 못 박아버리는 것이 좋다. 부부는 평일엔 3만원, 주말엔 4만원씩만 식비에 쓰기로 결정했다. 외식비도 정해 놓은 비용 안에서만 쓰기로 했다. 이런 노력 끝에 부부는 식비를 1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40만원 절감했다.

35만원에 달하는 자동차 유류비도 문제였다. 양씨 가정에서 운전을 하는 사람이 남편뿐인 데다 유류비를 회사에서 지원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많았다. 대체 누가 35만원씩 쓰고 있었던 걸까. 남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유류비를 비상금처럼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이 이 돈을 자신만을 위해 쓰진 않았다는 점이었다. 카드 내역을 살펴보니 주로 자녀들이 원하는 물건을 사는 데 써온 걸 알 수 있었다. 부부는 자녀들에게 지금까지 용돈을 준 적이 없는데, 이번 상담을 통해 자녀들에게 돈을 관리하는 법도 가르칠 겸 ‘자녀 용돈’을 예산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35만원 유류비를 항목에서 제외하고 자녀들 용돈(15만원)을 새 항목으로 추가했다. 총 20만원을 절감한 셈이다.

늘 그렇듯 보험료(85만원)도 손볼 필요가 있었다. 부부가 가입한 보험 중 진단금·입원비·수술비가 나오는 보험들은 자녀 건강보험을 빼곤 전부 납입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지출 액수가 어마어마했다. 원인은 남편의 종신보험에 있었다. 양씨는 30만원·20만원짜리 총 2개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몇년 전 “투자상품이라고 생각하시라”는 보험설계사의 제안을 곧이곧대로 믿은 채 중복가입했다. 종신보험은 어디까지나 종신보험이지 투자상품이 될 수 없다. 부부는 곧바로 종신보험 2개를 모두 해지했고, 보험료를 85만원에서 35만원으로 50만원 줄일 수 있었다.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1600만원)은 대출금을 갚는 데 쓰기로 했다. 부채를 지렛대 삼아 자산을 늘릴 수 있다면 빚도 도움이 되겠지만, 매번 손해를 보는 양씨 부부에겐 해당사항이 아니다. 어쨌거나 부부는 주식을 전부 팔고 받은 돈(3200만원)과 비상금(1100만원)의 일부(200만원)에 보험 해지 환급금(1600만원)을 합쳐 5000만원의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 이에 따라 월 16만원씩 내던 대출 원리금도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비정기 지출에 기존에 없던 미용비·의류비(연 200만원·월평균 16만원)를 추가했다. 여기엔 남편의 염색 비용과 아내의 헤어펌 비용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부부는 기분을 내기 위해 무작정 헤어숍을 찾아가 머리를 손질하곤 했는데, 예산을 잡아두면 충동적인 지출을 막을 수 있다.

부부의 가계부 조정이 모두 끝났다. 이번 상담에서 부부는 통신비(15만원), 식비(40만원), 유류비(35만원), 대출 원리금(16만원), 보험료(50만원) 등 156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새롭게 만든 지출항목(자녀들 용돈 15만원·의류비 및 미용비 16만원)의 금액을 빼고 지난 상담에서 만든 잉여자금 9만원을 더하면 부부는 총 134만원을 투자금으로 확보한 셈이 된다.

이제 부부는 재무 솔루션만을 남겨두고 있다. 과정은 꽤 어려울 듯하다. 남들과 다르게 은퇴를 앞둔 시기임에도 자녀들 교육비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노후를 잘 준비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자식들에게 손을 벌려야 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똑똑한 솔루션을 짤 수 있는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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