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투자위험종목 29개
펄펄 끓는 증시의 경고음
증시 과열 국면 들어섰나

국내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을 사상 최고치인 2874.47포인트로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를 돌파했다. 문제는 가파른 상승세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20년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종목 수가 전년 대비 141%나 증가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20년 국내 증시에서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29개에 달했다.[사진=뉴시스]

“어제의 고점이 오늘의 저점이다.” 이 위험한 투자 격언이 2020년 주식시장에서 현실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만든 폭락장이 주식투자 열풍으로 이어진 탓이다. 2020년 3월 19일 1457.64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코스피지수가 12월 30일 역사상 최고점인 2873.47포인트로 1415.83포인트(97.1%) 상승하며 한해를 마감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수가 최저점을 기록한 후 8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셈이기 때문이다.

2020년 증시가 새롭게 작성한 기록은 한두개가 아니다.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1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 증가율은 115.2%(전년 대비)에 달했다. G20(주요 20개국) 가운데 터키(168.2%), 사우디아라비아(145.1%) 다음으로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초 2936만개였던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연말 3548만개로 20.7%(612만개)나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국내 증시를 이끌었다는 얘기다.

뜨거운 주식투자 열풍에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도 숱하다. 2020년 코스피 시장에서 상한가(전일 대비 30% 상승)를 기록한 종목은 766개(중복 포함)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종목이 930개라는 걸 감안하면 82.3%가 상한가를 경험했다.

2020년 주식 거래일인 247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3.1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한 셈이다. 반대로 2020년 한해 하한가(-30.0%)를 기록한 종목은 42개에 불과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2020년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전체(1493개)의 78.0%에 이르는 1166개(중복 포함)에 달했다.

하지만 증시 폭등의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이 숱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올 3월 15일까지 금지했던 공매도를 예정대로 풀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주가가 상승한 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급등은 언제든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주가가 상승하는 것만 보고 주식을 매수한 대다수의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주가 급등의 문제점은 각종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테마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참고 : 한국거래소는 투자자에게 투기나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과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투자주의종목→투자경고종목→투자위험종목 단계로 상향하는 시장경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위험종목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고 3일 후 주가가 45% 이상 상승하거나 15일 후 100% 이상 상승했을 때 지정된다. 투자위험종목이 되면 당일 주식 거래가 1일간 정지되고 이후 주가가 3일 동안 연속해서 상승하면 또다시 거래가 정지(1일)된다.]


2020년 한국거래소가 운영 중인 시장경보제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29개(코스피 11개·코스닥 18개)에 달했다. 2019년 12건보다 17건(141%) 증가했다. 2013년 32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29개의 투자위험 종목 중 가장 많은 업종은 20개를 차지한 제약·바이오였다. 코로나19로 인한 투자자의 쏠림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침체에 빠진 실물경제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내 증시 사이의 괴리가 점점 확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코스피 시장에선 11개가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됐다. 피라맥스(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소식에 상승세를 탄 신풍제약의 주가는 2020년 3월 19일 6610원에서 12월 30일 12만4000원으로 19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 때문인지 신풍제약은 2020년 4월과 7월 두차례나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됐다. 2020년 6월 10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이어가며 국내 최장기간 상한가 기록을 세운 삼성중공업 우선주도 2차례 투자위험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코스피 시장에서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11개 종목 중 8개가 우선주였다는 것이다. 녹십자홀딩스2 우선주(2회)·일양약품 우선주(2회)·삼성중공업 우선주(2회)·SK네트웍스 우선주·SK케미칼 우선주 등이다.


141% 늘어난 투자위험종목

문제는 우선주의 투자가치가 보통주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의 강점은 보통주보다 배당을 조금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뿐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0년 증시에서 나타난 우선주의 폭등세를 정상적인 투자의 결과물로 보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많지 않다는 걸 이용하려는 투기세력이 활개를 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우선주가 폭등했다가 하락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며 “급등락할 수 있는 우선주 투자는 항상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18개가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됐고, 이 가운데 14개(77.7%)가 코로나19와 관련한 제약·바이오업종이었다. 2020년 9월 2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박셀바이오는 3개월 동안 7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결과, 상장 당시 2만1300원이었던 주가는 12월 29일 25만7400원으로 12.1배가 됐다.

그렇다고 모든 종목이 상승세를 이어간 건 아니다. 대부분의 종목은 상승 이후 하락이라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 3번이나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엑세스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상승세를 탄 이 회사의 주가는 2020년 7월 20일 3655원에서 8월 19일 4만9750원으로 13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하락세가 시작됐고, 12월 30일 주가는 2만2050원을 기록했다. 4개월 만에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것이다. 누군가는 큰 수익을 얻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큰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주가의 폭등세는 2021년에도 나타날 공산이 크다. 주요 증권사가 2021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3200포인트로 예상하는 등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서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지난 7일 3031.68포인트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종가 기준)를 넘어섰다. 그래서인지 연말이면 반복적으로 나타나던 개인투자자의 매도 행렬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매년 12월이면 순매도세를 이어가던 개인투자자가 2020년 12월에는 4조3192억원의 순매수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숱한 전문가가 2021년 강세장을 전망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신중론도 숱하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실물경제와 펄펄 끓는 주가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제와 달리 주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했다는 걸 생각하면 주식시장은 과열 국면에 들어섰다”며 “2020년 하반기부터 이런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회복세가 미흡하니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추세를 바꿀 요인이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과열 국면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열된 시장은 언젠간 식기 마련이다. 주식시장엔 “어제의 고점이 오늘의 저점이다”이라는 말의 반대인 “어제의 저점이 오늘의 고점이다”는 말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세가 거품이 끼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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